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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미리 보는 김연아의 지젤, '영혼의 몸짓'이 승부수

기사입력 2011.04.29 07:46 / 기사수정 2011.04.29 09:3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러시아 모스크바, 조영준 기자] '여왕의 귀환'이 마침내 다가왔다. 2010년 3월에 열린 '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김연아는 13개월 동안 경쟁의 무대에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마침내 '김연아 타임'의 순간이 왔다. 지난 1년 동안 여자 싱글에서 볼 수 없었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깊이 있는 안무, 그리고 업그레이드된 스텝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연아의 지젤은 예전에 선보인 프로그램의 기술구성과 거의 흡사하다. 비련의 여주인공인 '지젤'에 흠뻑 취한 김연아가 연기를 펼치면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을 시도한다. 그리고 스텝에 이은 트리플 플립을 시도하게 된다.

레이백 스핀으로 숨을 고른 김연아는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을 구사한다. 한층 부드러워진 스케이팅 스킬을 토대로 한 직선 스텝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 과제인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게 된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전날인 28일(이하 한국시각) 쇼트 연습 대신 롱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 연습에 집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쇼트프로그램 준비를 마친 김연아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기술적으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김연아는 '예술성 탐구'에 집중했다. 기술요소에서 정확한 기술로 기초점수와 가산점(GOE)을 얻은 뒤. PCS(프로그램구성요소점수)에서 무더기 점수를 얻자는 전략이 깔려있다.

모스크바에 도착해 공개훈련을 가진 김연아는 놀라운 점프 성공률과 한층 성숙된 표현력을 선보였다. 김연아의 연습을 줄곧 지켜본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현재 김연아의 컨디션은 올라오고 있는 추세다. 컨디션이 상승하는 기간을 오랫동안 유지하느냐 아니면 반짝하느냐는 개인의 기량에 달렸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한 달 정도 연기됐지만 이 공백의 기간을 김연아는 적절하게 활용한 것 같다. 김연아의 컨디션은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이번 공개훈련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점프의 비거리와 높이는 예전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또한 손동작과 표정연기, 그리고 스케이팅은 안정된 축을 이루며 혼연 일체가 되어있었다. 깊이있는 연기에 도전한 김연아의 의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공개훈련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상태는 최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세를 실전 경기까지 이어가는 점이다. 13개월의 공백과 이번 대회에서 새 프로그램이 초연된다는 점은 김연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출전 선수 30명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 28일 있었던 조 추첨제에서 김연아는 30이라는 숫자를 뽑았다. 아사다 마오(21, 일본)는 김연아 바로 앞인 29번째로 출전한다.

조 추첨제의 결과에 대해 김연아는 "내가 원하던 순번이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가장 마지막에 출전해 연기해 본 경험은 많다. 맨 마지막에 등장하지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항상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짧은 순간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쇼트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김연아의 지도자인 피터 오피가드 코치는 "김연아는 경쟁심이 강한 파이터이다. 김연아의 집중력은 매우 높다. 나는 그녀를 믿는다"고 말했다.

13개월 동안 공백을 가진 김연아의 모습에 적지 않은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공개 훈련을 통해 자신의 준비가 철저하게 진행됐음을 증명했다.

이번에도 김연아의 승부수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다.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성공 확률은 백발백중을 보였으며 김연아가 신경을 쓴 트리플 플립도 안정된 상태다. 여기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예술성까지 들고 나왔다. 최고 기록이라는 도전 의식도 좋지만 '지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 김연아의 행운이다.

지난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가 다이내믹하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젤'은 한층 진지한 작품이다. 프로그램 자체에 푹 빠져 자신의 영혼을 연기하는 듯한 '김연아의 몸짓'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승부수'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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