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4:24

'능제의 붕어들은 겨울이 두렵다'

기사입력 2005.02.01 02:42 / 기사수정 2005.02.01 02:42

김종수 기자

허울뿐인 단속규정 속에 대낮에도 고기잡이 배 활개




▲ 어망 속에서 푸드득거리는 굵다란 붕어들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읍에 위치한 능제저수지.

싸늘한 초겨울 날씨가 피부 깊숙이 한기를 전해주는 가운데 제방 위로 아슬아슬하게 주차해놓은 차량과 오토바이가 보인다.

이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앉아 낚싯대를 늘어뜨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기슭 쪽으로 비춰온다.

"이런 낚시는 추워야 제대로 진가가 발휘되는 것 이제. 멍하니 강물을 쳐다보고 있다가 어느 한 순간 손안 가득히 입질의 느낌이 전해지는 기분은 하지 않은 사람은 몰라"

낚시를 하기 위해 이웃지역 군산에서까지 왔다는 김아무개(64)씨.

전자제품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여간한 정성(?)이 아니다.

이곳은 평지형 저수지로 수초가 많고 수심이 얕아 대형붕어와 잉어가 많기로 전국적으로 이름 나있다.

여름에는 잉어, 겨울에는 붕어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보편화된 낚시공식이다.

낚싯대를 펼쳐놓은 뒤쪽으로 보이는 낡은 경고표지판.
여기저기 색이 바래고 조금씩 칠이 벗겨져 나간 모양새지만 분명히 고기를 잡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써있다.

"어차피 몇 마리 잡지도 못해. 제일 수확 좋은 날이라고 해봤자 하루종일 네댓 마리 정도야. 그저 나이 먹고 무료하니까 운동 삼아 나오는 것이지"

뒤쪽에서 조그만 냄비에 라면을 끓이고있는 또 다른 김아무개(72·요촌동)씨가 사람 좋은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때 강 한복판으로 보이는 한 척의 배.
낚시를 하던 이들의 얼굴이 한순간 찡그려진다.

"가뜩이나 붕어도 안 잡히는데 저렇게 그물을 쳐대면 도대체가 남아나질 않겠구만"

불법행위임이 분명함에도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도 아닌 한낮에 드러내는 대담성은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솔직히 우리도 죽겠습니다. 수시로 단속을 하는데도 불법행위가 끊이질 않네요. 조금 더 신경 써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경읍사무소 관계자 역시 무척이나 난감하다는 태도다.

벽골제, 금산사 등과 함께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1930년 축조된 이후 단 한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능제저수지.

오랜 시간을 하릴없이 방치되어 있다가 몇 년 전부터 각종축제가 열리고 수변공원 조성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세월을 무관심 속에서 보내면서도 능제저수지를 묵묵히 지켜준 붕어들마저 흔적을 잃어버린다면 아무리 조치를 빠르게 취한다해도 뒤늦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어떤 깜짝 이벤트나 정성어린 가꿈이 이곳을 들뜨게 할지 모르지만 '보존'이라는 말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서운 입동 바람과 무관심에 황폐해져 가는 능제저수지에 관심 어린 따뜻한 시선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 일렬로 늘어선 낚싯대들이 붕어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제 나타나 그물을 칠지 모르는 고깃배일 것이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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