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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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만리장성보다 더 매웠다

기사입력 2005.01.29 08:22 / 기사수정 2005.01.29 08:22

이상규 기자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실감나는 경기였다.

1월 28일 저녁 7시에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벌어진 한중 올스타전 1차전에서, 신선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스타(KBL 올스타)팀이 178cm의 포인트 가드 김승현의 활약을 앞세워, 높이를 자랑하는 중국 올스타(CBA 올스타)팀을 85:82로 꺾었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의 국가대항전에서 중국이 많이 이겨, 중국의 승리를 예상하는 팬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한국이 이번 올스타전에서 예상을 뒤집고 승리를 달성하여, 농구의 뜻깊은 묘미를 제공했다.

1997년초 KBL(한국 프로농구) 출범이래, 최초로 CBA(중국 프로농구) 올스타와의 경기를 치렀다. 중국 선수들의 기량과 CBA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국가대항전이나 다름 없었다. 용병들이 출전한 이번 올스타전은 또 다른 국가대항전을 보는 듯 했다.

▲ 김승현
ⓒ2005 KBL
한국의 승리 주역은 1차전 MVP에 선정된 포인트 가드 김승현 이다. 8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승현은, 고비때마다 한국의 공격을 능숙하게 이끌어 중국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178cm의 농구선수 치고는 작은 키가 약점 이었지만, 2m이상의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대담한 활약을 뽐내며 팀 승리를 크게 공헌했다.

김승현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 39:25로 14점차 뒤진 2쿼터 도중 이었다. 1쿼터에서 24:23으로 1점차 뒤진 한국은 중국에게 공수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며, 어려운 경기 운영을 펼쳤다. 김승현이나 이상민 같은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포인트 가드가 2쿼터 초반에 투입되지 않아, 중국과의 점수가 점점 벌어진 것이다.

위기 상황을 계속 맞이한 한국은, 김승현을 투입하여 경기의 분위기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김승현은 골밑에 파고드는 김주성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주는 등, 경기의 주도권을 한국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중국 골밑 정면으로 빠르게 파고들어, 왼손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김승현이 경기를 주도하게 되자, 기술이 뛰어난 김승현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기가 막힌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승현은 중국 골밑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중국 선수들을 차례로 따돌리며, 빠른발과 드리블을 활용하여 1바퀴를 돌은 뒤에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골밑에서는 2m넘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 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김승현이 가지고 있는 공을 빼앗지 못하고 공격을 쉽게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은 김승현의 맹활약으로 2쿼터에서 4점차 뒤진 42:46으로 끝냈다.

2쿼터에서 원맨쇼를 펼친 김승현은 3쿼터에서도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한국과 중국이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치자, 3쿼터 중반에 다시 김승현이 투입되었다. 김승현은 잇단 가로채기로 여러차례의 역습 공격을 만들어,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김승현을 통하여 반격에 나선 한국은 결국 역전에 성공했고, 3쿼터를 63:61로 끝낼수 있었다.

4쿼터 막판에는 침착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한국이 경기 종료 10.2초전에 83:80으로 앞서자, 한국의 공격을 저지하여 동점 및 역전을 노리려는 중국의 반격이 거세지는 시점 이었다. 김승현이 공을 잡자, 볼을 빼앗으려는 리우웨이에게 볼을 빼앗길 뻔한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김승현은 자신을 거세게 막는 리우웨이에게 반칙을 얻어냈고, 문경은이 자유투 2개를 성공시켜 2점을 더 추가했다.

▲ 문경은
ⓒ2005 KBL
김승현이 고비때마다 맹활약 펼쳤다면, 포워드 문경은은 한국의 승리를 확정짓는데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한국이 80:79로 불안하게 1점차 앞서가던 경기 종료 1분 13초전, 문경은이 3점슛을 통쾌하게 성공시켜 83:79로 4점차 앞서가게 되자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그리고 종료 직전에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한국의 승리를 확정짓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승현은 KBL에서 펼쳐왔던 활약상을 이번 올스타전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중국의 포인트 가드인 리우 웨이와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포인트 가드에게 있어 중요한 볼 배급에서, 김승현은 리우 웨이를 비롯한 중국 선수들에 비해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여러차례 이었다.

3쿼터 부터 수비가 살아난 것도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중에 하나였다. 1선에서 중국 선수들에 대한 수비를 타이트하게 달라 붙으며, 중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중국 공격을 막은 한국의 수비는 갈수록 위력을 발휘했고, 중국 선수들에 대한 악착같은 방어가 살아났다.

한국은 1차전을 통하여, 오는 1월 30일에 중국 하얼빈에서 벌어지는 한중 올스타전 2차전에서 홈팀 중국에게 밀리지 않을 희망감을 얻었다. 또 앞으로의 한중 국가대항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성취했다.

3점슛 왕은 주팡위

2쿼터와 3쿼터 사이에 갖는 하프타임 에서, 또 다른 한중 올스타전이 벌어졌다. 3점슛 컨테스트에서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출전하여 3점슛왕을 가렸다. 예선전에서는 한국과 중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점수를 많이 기록한 양국 선수들중에 한명씩 결승전에 진출하는 방식이 적용 되었다. 또 일반 농구공은 1점, 삼색 농구공은 2점을 주는 방식까지 적용 되었다.

14점을 얻은 중국의 주팡위가 코치겸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후웨이동을 제치고 결승전에 진출하자, 문경은은 16점을 얻어 결승에 진출했다. 문경은이 예선전에서 주팡위보다 2점이 더 많아, 3점슛왕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승전에 먼저 나선 문경은이 16점에 그친 사이에 주팡위가 21점을 기록하여, 결국 3점슛왕은 주팡위가 차지했다. 문경은은 3점슛왕을 차지하는데 실패했지만, 4쿼터 종료 1분 13초전에 극적인 3점슛을 성공시켜, 아쉬움을 달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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