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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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맞는 첫 가을…11월까지 저를 괴롭혀주세요" [윤승재의 위팍스토리]

기사입력 2022.10.20 14:35 / 기사수정 2022.10.20 14:35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윤승재 기자) 치열한 경기 후의 그라운드. 파이고 흐트러지고 여기저기 성할 곳이 없지만, 다음 날이면 말끔하게 상처가 다 사라진다. 훈련 중이나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 수많은 선수가 스파이크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비지만 불과 몇십 분 뒤엔 경기 시작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마법’이 펼쳐진다. 물론, 마법은 아니다. 그라운드의 정비를 담당하는 ‘그라운드 키퍼’들의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재 가을야구가 열리고 있는 수원KT위즈파크는 9개 구장 중 최고의 잔디와 그라운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항상 푸른색을 유지하는 잔디와 충분히 물을 머금은 그라운드는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 뛰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그라운드를 누비고 온 홈 선수들은 물론, 원정 선수들까지도 엄지손가락을 자동 소환하게 하는 이 구장의 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 

김상훈 KT 그라운드 관리소장은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게 경기장에 출근해 수원KT위즈파크의 그라운드를 관리한다. 그의 출근 시간은 여름 기준으로 새벽 5시. 해가 뜨기 전에 잔디에 물을 줘야 하기에 새벽 시간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반면 그의 퇴근 시간은 다음날 자정 전후. 김 소장을 비롯한 그라운드 키퍼들은 이른 오전부터 경기 중, 경기 후까지 12시간이 훌쩍 넘긴 시간 동안 경기장에 남아 바쁜 하루를 보낸다. 



“출근하면 15시간은 경기장에 있는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이것도 홈 경기가 있을 때뿐이지, 원정 경기 땐 대부분 잘 쉽니다. 그래서 힘들긴 해도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이젠 그라운드 위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애정이 가요. 또 이 애정이 일하는 데 원동력이 돼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일을 하면 할수록 애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여기 잘 정비된 그라운드를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제 애정을 다 쏟아부은 곳이니까요.”

김 소장은 태평양 돌핀스 시절 도원야구장 아르바이트부터 30년간 야구장 그라운드를 담당해 온 베테랑 그라운드 키퍼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시절에도 문학 야구장 그라운드를 담당하며 팀의 우승을 지켜봤고, KT 위즈가 창단한 뒤에는 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그간의 노하우를 그라운드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김 소장은 문학과 수원 경기장이 리모델링할 때 그라운드 시공과 정비를 총괄했던 업무를 맡기도 했다. 시작부터 쭉 함께해온 수원KT위즈파크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KT 위즈 선수단을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강조한 김 소장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기호에 맞게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것이 뿌듯하기만 할 따름이라고. 선수가 일찍 훈련을 시작해 바빠지는 날이 있더라도 김 소장은 ‘환영’이다. “선수들이 있으니 우리(그라운드 키퍼)가 있는 거다. 항상 경기장에 있으니 필요하면 편하게 불러 줬으면 좋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KT위즈파크와 KT위즈 선수단은 제겐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제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해야 하나. 먹고 사는 문제도 걸려 있지만, 좋아하는 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제 관심과 애정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KT위즈파크죠. 덕분에 선수들과 많이 친해졌고, 선수들과 함께하다 보니 덩달아 젊어지는 느낌이 들어 기쁩니다.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다 보니 늙어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웃음).”

한편, KT 위즈는 20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있다. 홈으로 돌아온 3차전에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1패만 더 하면 탈락하는 벼랑 끝에 서있다. 하지만 KT 위즈와 김 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가 수원에서 16년 만에 맞는 가을이자, KT 위즈의 첫 가을야구라 이대로 끝나긴 너무 아쉽다. 김 소장의 바람은 KT 위즈가 준플레이오프 위기를 극복하고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수원KT위즈파크에서 더 많은 경기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선수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여기(수원)서 게임을 못 하니까 속상했죠. 올해는 홈에서 가을야구를 해서 뿌듯한데, 힘들게 올라온 만큼 더 높이, 더 많이 경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11월까지 저를 괴롭혀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전혀 안 힘들고 즐겁기만 합니다. 선수들을 위해 뒤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할 테니 선수들도 가을야구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KT 위즈 파이팅!”

사진=수원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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