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그리고 그 대회에서 우승을 바랐던 손흥민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AFC(아시아축구연맹)와 어떠한 교류도 없다가 갑작스레 유치전에 나선 한국의 아시아 내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AFC는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 끝에 "카타르를 2023 AFC 아시안컵 개최국으로 확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KFA는 63년 만에 아시안컵을 개최를 추진했지만, 카타르에 밀렸다.
카타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023 아시안컵, 그리고 2024 U23 아시안컵까지 모두 가져가면서 연이어 메이저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치 실패가 확정된 뒤 "대회 유치를 위해 지난 몇 달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경쟁에서 실패하고 말았다"며 "아시안컵 유치 의사 표명 이후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시고 개최를 기대하셨던 축구인과 축구팬,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할 따름"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63년 동안 아시아 축구 강국인 한국에서 개최되지 않았고, 순환 개최와 지역 균형 차원에서 봤을 때도 동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였다"라면서 "그러나 뜻밖에도 카타르가 풍부한 재정과 인적, 물적 기반을 앞세우며 유치에 뛰어들면서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타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AFC에 자국 기업의 스폰서 추가 참여, 자국 방송사의 대규모 중계권 계약, 아시안컵 대회 운영비용 지원 등 막대한 재정 후원을 약속했고, 이번 2022 월드컵을 위해 건립한 최신 스타디움을 아시안컵에 활용해 대회 인프라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접근했다"라고 덧붙였다.
분명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란,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 축구 최전선에 있지만, 축구 외교에선 아시아에서 뒤처졌다.
정몽규 회장이 발 벗고 나서 집행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일단 정 회장이 집행위원회에 속하지 않았다. AFC 내에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는 집행위원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적어도 다른 집행위원과의 연관성이 있는 인물이 없다. AFC 홈페이지에 공개된 집행위원 중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을 비롯해 그 아래 부회장, 집행위원회 위원들 중에는 호주, 이란, 일본을 비롯해 카타르, 몽골, 파키스탄, 미얀마, 중국, 필리핀, 심지어 북한 위원도 존재한다. 수년째 AFC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북한도 집행위원회에 참석하는 마당에 한국은 AFC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카타르의 막대한 재정 지원이 있었지만, 한국이 갑작스럽게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한 것부터 문제였다. 정치권이 갑작스럽게 지원에 응하면서 아시안컵 유치의 명분을 들이밀었고 ‘63년 만에 아시안컵 개최’, ‘K-컨텐츠와 융합된 아시아인의 축제’라는 대의가 등장했다.
한국은 갑작스러운 대회 유치 도전에 밑그림은 없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안컵 개최를 포기했고 중국과 가까운 한국이 63년 만에 아시안컵 유치와 우승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만든 유치전이었다.
한국은 AFC와 서먹한 사이다. 무언가 AFC와 함께 한 이력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아시안컵 개최도 63년 전이고 한국은 주로 FIFA(국제축구연맹)와 일하려고 애를 썼다. 아시안컵 유치 과정은 단 3~4개월에 불과했다.
6월 20일에 축구협회가 본격 유치 의사를 밝혔다. 협회는 국내 홍보에만 혈안이 된 듯 보였다. ‘아시안컵 유치 원해? 응, 원해’라는 문구로 유치 응원전을 펼친 축구협회는 유치 알림대사를 선정하고 유치를 홍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손흥민과 BTS라는 전 세계적인 스타들이 아시안컵 유치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이 메시지가 AFC 집행위원에게 닿을 리 만무했다. 결국 집행위원은 손흥민과 BTS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고 잘 준비한 카타르의 손을 들었다.
한국은 AFC에게 어떠한 도움도 없이 필요할 때 와서 연락한 손절 하고 싶은 친구처럼 느껴질 게 뻔하다. 카타르는 9월에 자국 미디어 비인 스포츠가 AFC와 2032년까지 10년간 장기-대형 중계권 계약을 맺어 중동 지역 중계권을 장악했다. 한국은 스폰서 하나 대주지 않고 있다.
기브 앤 테이크 없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오일머니에 밀렸다기엔 한국이 아무런 노력 없는 대가를 바란 상황이었다. ‘해줘’만 말하다 끝난 63년 만의 아시안컵 유치전은 민망하게 사과문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KFA SN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