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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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필로그] 양지은, 뮤지컬 첫 도전...마지막 '서편제' 빛낸 소리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09.14 06:50 / 기사수정 2022.09.14 08:5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김현정 엑스포츠뉴스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이주의 작품= 뮤지컬 ‘서편제’

소리꾼 가족의 한(恨) 많은 삶을 다룬 뮤지컬이다. 어린 송화와 동호가 어른이 되고 아버지 유봉과 갈등을 빚으며 두 오누이가 나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다룬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1993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은 2010년 초연 이후 총 네 시즌의 공연을 거쳤다.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총 20회의 수상 기록을 세웠다. 원작 계약기간이 종료돼 올해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으로 관객과 만난다.



언제= 10월 23일까지

누구= 이자람, 차지연,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 김동완, 송원근, 김준수, 재윤, 남경주, 서범석, 김태한, 채태인, 이다정, 최연우, 성아인

어디=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러닝타임= 155분



요약= 주인공 동호(김동완 분)는 어머니(채태인)를 여의고 의붓아버지 유봉(김태한)에게 맡겨진다. 동호는 의붓 누이 송화(양지은)와 서로 의지하며 아버지 유봉에게 판소리를 배운다. 세 사람은 전국 각지를 떠돌면서 소리를 한다.

하지만 동호는 현대 음악에 더 뜻이 깊어져 밴드 스프링 보이즈 멤버가 되기 위해 가출한다. 아버지 유봉은 남겨진 송화를 큰 소리꾼으로 만들어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하는데...



관전 포인트=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화자인 동호가 풀어내는 송화의 이야기다.

송화, 동호, 유봉 등 각기 다른 세 인물이 가족을 이뤄 전국을 유랑하고 각자 아티스트로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면서 겪는 갈등, 아픔, 외로움을 음악으로 전한다. 



음악은 뮤지컬 ‘서편제’의 정서를 전하는 핵심이다. 

연령대가 높은 관객만 향유하는 장르라는 인식은 깨도 좋다. 판소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판소리라는 장르가 주는 진입 장벽을 없앤다.

(실제로 판소리보다 발라드, 록 등 현대적인 음악 위주로 구성돼 있다. 윤일상이 작곡한 대표 넘버 ‘살다보면’은 특히 초연 후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외골수 소리꾼 유봉은 자기 소리를 완성하길 원하고 송화, 동호의 마음이나 고통, 갈등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 딸 송화가 소리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해 송화의 눈을 멀게 하는 비정한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를 용서하고 운명에 순응하는 송화를 통해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동호의 신곡을 외워 부르는 반전 면모도...)




동호는 유봉, 송화와 추구하는 소리가 달라 상반된 길을 걷는다. 하지만 한이 담겨있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길이었다는 점에서 소리에 대한 진심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동호는 어머니를 잃게 된 것도 누나가 눈을 잃게 된 것도 다 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소리에 쌓인 한을 전통 예술인 우리 소리가 아닌 대중예술인 서양의 소리로 풀어낸 것뿐이다.)



동호 모가 부르는 ‘혼자 있는 자유는 혼자 있는 외로움’. 동호 역시 유봉에게 벗어나 송화와도 헤어진 채 자기만의 소리를 찾지만 그 과정에서 방황하고 외로워한다.

“우리 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 그런 세상이 어떻게 온다는 거야!”라는 동호의 대사를 통해 판소리가 대중 예술에 밀려나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예술인으로 완성을 이룬 송화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회전 무대로 팔도를 유랑하는 여정을 표현한다. 아름다운 사계를 수묵화처럼 은은하게 담아내 한국의 미를 살린 무대 효과가 인상적이다.

이지나 연출은 창작 뮤지컬 ‘서편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라인업을 꾸렸다고 한다. 이자람, 차홍자, 양지은, 홍지윤 등 ‘미스트롯’으로 유명세를 탄 트로트 가수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양지은은 ‘미스트롯2’ 우승자로서 10대부터 판소리를 시작했고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다. 양지은은 특기를 살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무리 없이 도전한다.

‘서편제’는 한, 아픔, 고통 등의 정서가 깔려 있어 점점 짙어지는 송화의 감정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연기나 톤이 조금 부족할 순 있어도 판소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구슬픈 감정을 전달한다.

송화가 동호의 북장단에 맞춰 심청가에서 심 봉사가 눈뜨는 대목을 절절하게 토해내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한 줄 감상=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주는 강한 울림.

사진= 엑스포츠뉴스DB, 뮤지컬 '서편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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