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9일 현대 유니콘스는 2000' 시즌 공동 다승왕(18승) '풍운아' 임선동(34)을 비롯해 투수 김기식(사진, 25), 박종선과 내야수 서한규, 유덕형을 자유계약선수로 웨이버 공시했다.
92학번 야구선수 중 가장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자랑했던 임선동의 방출은 대단한 사건이다. 그러나 2005년 6월 뇌종양을 이겨내고 현대와의 입단계약에 성공한 잠수함 김기식의 방출 또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김기식은 2000년 2차지명에서 현대에 7순위로 지명되었다. 이후 영남대에 진학한 김기식은 최고구속 145km/h의 잠수함 치고 빠른 직구와 꿈틀거리는 볼 끝을 자랑하며 2003년 대학야구 선수권 MVP 자리에 오르는 등 대학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호사다마' 라고 했던가. 김기식은 2003년 7월 뇌종양의 일종인 배아종 판정을 받고 야구공을 잠시 놓았다. 배아종은 어린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뇌종양의 일종으로 심한 악성종양은 아니다. 그러나 순간적인 근력을 필요로 하는 야구선수에게 배아종은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현대에서도 김기식에게 선뜻 유니폼을 건네지 않았다. 김기식은 이후 영남대에서 개인 훈련에 매진하며 홀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등 수술 이후에도 야구에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2005년 8월, 현대는 김기식과 계약금 1억 5천만원, 연봉 2천만원에 뒤늦은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 입성에 성공했던 김기식. 그러나, 지난 두 시즌 동안 김기식의 1군 성적은 0에 그쳤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실전 공백은 그의 투구 매커니즘을 해쳤고 제구력마저 빼앗았다. 김기식은 2007년 2군에서 4경기에 출전, 승패 없이 6.2이닝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국, 팀에서 날아온 것은 방출 통보.
김기식은 현대 입단 후 가진 인터뷰에서 "프로 선수로 해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고 싶다. 힘든 시기를 겪었으니 야구선수로서의 삶에 감사하며 할 수 있는데까지 열심히 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인간 승리의 드라마'는 지금 커다란 좌절의 벽에 부딪혔다. 김기식은 절망과도 같은 방출 통보를 딛고 다른 팀의 유니폼으로 드라마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