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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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Brand Story] 베일벗은 북한팀의 브랜드 '레지아(Legea)'

기사입력 2011.04.01 13:28 / 기사수정 2011.04.01 13:33

강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 유정우 / 강정훈 기자] 지난해 9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명의 이탈리아 브랜드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국제사회의 트러블 메이커(troublemaker)'인 북한을 후원하면서 월드컵 마케팅 시장에서 적잖은 홍보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당초 북한팀은 오랜 기간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공식 후원업체인 중국의 '차이나 홍싱 스포츠(China Hongxing Sports Limited)'를 착용 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보도가 나가고 월드컵 마케팅을 준비하는 세계 스포츠용품 업계는 발칵 뒤집혔고, 이 무명의 이탈리아 브랜드에 관심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북한 월드컵 대표팀과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4년간의 후원계약을 체결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레지아(Legea)'에 대해 알아본다.

'I Love Troublemaker',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의 신호탄을 쏘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큰 이슈는 32년 만에 국제 축구 무대에 복귀한 북한대표팀이었다. 월드컵 본선으로 치면 44년 만이다. 지난해 9월 중국의 스포츠브랜드 '홍싱 스포츠(China Hongxing Sports Limited)'의 제프리 리(Jeffrey Li) 공보관은 월드컵 개막을 몇 주 앞둔 시점에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를 자청했다.

32년 만에 국제 축구 무대에 얼굴을 내미는 북한팀의 후원사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전에 작성된 연설문을 통해 그가 전한 인터뷰는 뜻밖의 내용이었다.

"북한 대표팀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회사 상표인 'Erke' 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지 않을 것이다"며 밝혔다.

월드컵을 불가 코앞에 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뜻밖의 내용을 전해들은 외신들은 앞다퉈 상황파악에 나섰고, 급기야 북한팀이 스페인 브랜드 '아스토레(Astore)'를 입게 될 것이라는 추측성 예측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제프리 리는 이번 조치에 대한 그 어떤 부연설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북한팀은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해 실시한 아프리카 전지훈련에서 스와질란드(Swaziland) 정부 측에 전지훈련 방문에 대한 개런티(약 265,000$)와 숙소제공 등을 제안, 거절당했던 헤프닝이 있던 터라 북한팀 내부 상황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인 상황이었다.



지난해 3월 북한팀은 베네수엘라와의 1차 원정경기에서 아디다스의 옷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고 월드컵 마케팅의 거성인 아디다스의 러브콜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1차전 때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유니폼을 잃어버려 베네수엘라 대표팀의 유니폼을 빌려 입은 과정에서 일어난 촌극으로 끝났다.

또한, 북한은 지난 5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스페인 브랜드인 '아스토레(Astore)' 유니폼에 이탈리아 브랜드 '레지아(Legea)' 스타킹을 신는 등 월드컵 본선 진출국답지 않은 엉성한 패션으로 관심과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후, '레지아(Legea)'는 북한 월드컵 대표팀과 정식 후원계약을 체결, 4년간 북한 대표팀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통해 월드컵 브랜드 마케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시 금액은 400만 유로(4년/약 58억 6000만 원)로 수천만 유로를 웃도는 브라질 영국 등 유명 축구팀의 후원금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트러블 메이커(troublemaker)'로 이목을 끌고 있는 북한 대표팀이 '레지아(Legea)' 로고가 선명하게 적힌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참여하면서 브랜드 홍보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속내를 보면 '레지아(Legea)'는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가장 짧은 기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셈이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통해 세계를 공략하다

지난 1990년 설립된 '레지아(Legea)'는 이탈리아 폼페이(Pompeii)에 본사를 두고 유럽 각국과 미국 캐나다에 진출한 스포츠 브랜드이다. 주로 이탈리아 내 아마추어 축구팀을 대상으로 농구, 핸드볼, 축구 등 의류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스폰서십을 진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레지아(Legea)'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이란과 짐바브웨 등 스포츠보다는 인권침해로 더 유명한 국가 대표팀을 후원하면서부터다.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 중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노이즈 마케팅은 오로지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그러나 스포츠 용품과 같은 소비재 산업군에서는 제품의 질과 기술력보다 단순한 '관심'과 '이슈'만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칫 제품의 우수성보다 브랜드 각인에만 치중할 경우, 소비자 구매로 연결되는 판단기준에 심각한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지아(Legea)'의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이슈는 이슈일 뿐이고, 20여 년 아마추어와 프로팀을 넘나들며 쌓인 자신들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결국, 승부는 기술력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거대 자본으로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빅 브랜드들을 넘어설 수 있는 '극단의 조치'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 '레지아(Legea)'가 월드컵 팀을 후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필이면 북한이냐"는 논란이 붉어지자 루이지 프랑크 아칸포라 레지아 대표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글로벌 확장을 계획하는 스포츠 브랜드로써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하는 축구팀을 갈망하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 바 있다.

'레지아(Legea)'는 그동안 이란, 짐바브웨, 몬테네그로 등의 국가대표 축구팀을 후원해 왔고  이 팀들이 지역예선의 벽을 넘지 못하자 '북한팀'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세페 마리넬리 레지아 마케팅 디렉터도 "스포츠 시장에서 우리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빅 파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야 하며, 이번 결정은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본선 조추첨식 이후, 조편성과 대진 결과도 '레지아(Legea)'가 북한팀 후원을 결정하는 크게 작용했다. 북한은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서 속했다.

북한은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삼바축구' 브라질과 1차전을 치뤘다.

당시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 3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고 북한은 최하위권인 105위로 극과 극의 대결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이유로 경기 일정이나 대진표만 놓고 볼 때 '레지아(Legea)'의 홍보효과는 투자한 후원금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세계 스포츠 브랜드는 갈수록 글로벌 3사로 축약되고 있는 추세다. 다양한 국소 브랜드들의 마케팅적 약진이 그 판도의 흐름을 바꿀 순 없겠지만, 우수한 제품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와 혁신적인 도전이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을 통해 세계 공략을 공헌하고 나선 그들의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C) 스포츠온, www.legea.it 제공]



강정훈 기자 mousy0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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