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박윤서 기자) KIA 타이거즈 이의리(20)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팀에 승리를 선물하진 못했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이의리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끝내며 산뜻하게 출발한 이의리는 2회 1사 1, 2루에서 오윤석에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그야말로 불의의 일격이었다. 3회와 4회도 출루를 허용했지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며 실점 없이 막았다.
그러나 5회가 이의리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선두타자 심우준에 안타를 맞은 뒤 조용호에 1타점 3루타를 헌납했다. 여기에 김민혁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지며 실점이 5점으로 불어났다. 6회는 삼자범퇴로 매듭지었다.
여기서 KIA 벤치에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의리는 6회까지 투구수 95개를 기록했다. 당초 투수 교체가 유력해 보였다. 올 시즌 이의리는 10번의 등판 중 공 100개 이상을 던진 경기는 4번이었다. 평균 투구수인 87.9개를 이미 넘어선 상태. 그러나 7회 마운드에서도 이의리의 투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의리는 선두타자 심우준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다. 이어 조용호와 맞대결을 펼쳤고 좌익수 뜬공으로 묶었다. 이의리는 이미 이번 시즌 최다 투구수인 107개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마운드를 지켰다. 그런데 김민혁과 무려 11구까지 가는 접전 승부를 벌였고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공 110개가 넘어간 상황에서도 이의리는 147km/h 직구를 구사했고, 마지막 커브는 절묘하게 스트라이크존에 안착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의리에게 팬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날 이의리는 7이닝 8피안타(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5실점 성적을 거뒀다. 팀이 2-5로 패하며 시즌 3패(3승)째를 당했다. 최종 투구수는 118개였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공을 뿌렸다. 종전 기록은 데뷔 시즌이었던 2021시즌에 남긴 106개였다. 110개 이상을 투구한 것도 이번 경기가 처음이었다.
최근 KIA는 고공행진을 펼치며 불펜 소모가 불가피했다. 지난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에서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 각각 5명의 불펜 투수를 기용했다. 장현식과 이준영은 연투에 임했다. 지난 2일 경기는 선발 임기영이 7이닝을 담당하며 전상현과 정해영만이 출격했다. 대부분의 구원 투수들이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KT전에서도 이의리에 긴 이닝을 맡기며 중간 계투진의 체력 비축을 고려했을 수 있다.
게다가 KIA는 4일 KT전에서 적극적으로 불펜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선발 마운드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한승혁을 대신하여 KIA 데뷔전을 앞둔 김도현이 책임진다. 상황에 따라 KIA는 빠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의리는 평소 보다 훨씬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차차 겪어봐야 할 환경을 조금 일찍 몸소 느껴본 셈이다. 팀의 차세대 에이스에게 이번 경험은 큰 자산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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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