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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의 격투사담] PRIDE의 마지막 PRIDE

기사입력 2007.09.25 00:12 / 기사수정 2007.09.25 00:12

남기엽 기자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마우리시오 쇼군의 데뷔전과 척 리델의 출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UFC76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나 이번 이벤트 역시 한국에서는 크로캅이 출전했던 지난 UFC75이벤트만큼이나 반응이 뜨거웠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쇼군과 나카무라 카즈히로를 필두로 한 PRIDE선수들이 있었다.

PRIDE와 UFC의 비교는 예부터 격투 마니아들이 즐겨 이야기하던 주제.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작품에 대한 논쟁만큼이나 뜨거운 화두였으며 축구의 챔피언스 리그처럼 공식적으로 교류전을 펼칠 기회가없었기에 팬들은 더더욱 목마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팬들의 갈구가 전혀 다른 형태로 표출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PRIDE의 몰락, 그리고 이곳에 기반을 잡았던 선수들의 대거 UFC이적이었다.


그렇기에 PRIDE가 본격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한 올 초부터 많은 팬은 이들의 행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몇몇 사례가 있었지만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첫 신호탄은 바로 크로캅의 이적이었으며 그는 첫 대전

상대인 에디 산체스를 맞아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이후 PRIDE 파이터들의 행보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전 챔피언 컨텐더 히스 헤링은 데뷔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를 당했으며 마찬가지로 챔피언 컨텐더 출신인 마커스 아우렐리오 역시 쓰디쓴 패배를 당했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는 패배를 기록중이던 히스헤링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으며 크로캅은 내리 곤자가와 콩고에게 2연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그리고 UFC76에서 PRIDE 미들급 챔피언 줄신 쇼군과 또 다른 미들급의 강자 나카무라는 패배를 기록했다. 2전 만에 챔피언을 거머쥐고 타이틀 역시 한 차례 방어에

성공한 퀸튼 잭슨을 제외하면 이들 PRIDE출신 파이터들의 행보는 분명 예상 밖이다.

이들의 부진의 이유에 많은 구설이 있지만 압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테이지의 차이다. 우선 링과 옥타곤은 그 넓이부터가 다르다. 가로세로 7m를 기준으로 하는 링과 보기에도 훨씬 커보이는 옥타곤에서 선수들의 스텝은 다르다. 크로캅이 비교적 좁은 링에서는 상대를 코너로 몰고 가 자신의 거리에들어왔을 때 원하는 타격을 넣었지만 옥타곤에서는 거리를 잡지 못해 고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 룰의 차이다. 이제껏 PRIDE에서는 싸커킥,스탬핑 혹은 4점 포지션 니킥으로 끝난 경기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 경기들은 UFC였으면 일어날 수 없는 경기였다. 변화된 룰에 엘보우 공격이라든지 철창을 이용한 그라운드 움직임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셋째, 선수 기량자체의 차이다. 환경과 룰에 아무리 적응하였다 하더라도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면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종합격투기 트렌드 자체의 변화다. 2007년들어 '이변'이라 평가받는 경기가 많아졌는데 이것을 단순히 우연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종합격투기가 예전에는 단순히 '기량이 출중한 자' '강한 자'가 이겼다면

요즘은 기량 외에 '준비된 전략'도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것은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우나 기자 개인적인 생각으로 UFC의 선수들이 PRIDE의  선수들보다 이 부분에 관해 훨씬 더 유리한 요소를 갖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UFC는 우선 '타 대회출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대회안에서 팀끼리 계속해서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매치업도 전반적으로 PRIDE보다 많은 편이며 더군다나 PRIDE선수들이 공백기를 가졌던 올해, UFC는 더욱더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또 미국 내에 위치한 파이터  짐들끼리의 상호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많은 선수는 서로의 체육관을 공유하며 함께 훈련하는 사례가 많다. 다소 배타적인 일본, 브라질의 분위기와는 다른 광경이다.) 이러한 체육관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다는 점 (캘리포니아, 라스베가스 등) 철창이라는 경기장 자체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추가되며 더욱 더 전술적인 움직임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아마 최근 PRIDE 출신 선수들의 연패, 부진의 원인에는 이 4가지 이유가 각기 다른 비중으로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PRIDE가 문을 사실상 닫아버린 지금 적응해야만 하는 것은 그들 자신들이다. 야구나 축구처럼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효도르조차 인터뷰에서 매번

"UFC는 파이터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UFC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여기에 존재한다.

그가 있던 PRIDE는 현재 없고 또 다른 대안인 BODOG FIGHT는 그에게는 양봉농협의 선유꿀만큼이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격투기가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과도기이다. K-1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파이터 둘이 WGP 본선 출전을 위해 맞붙게 된 상황이나 여러 단체의 도산으로 뒤숭숭해진 현 시점이 그걸 너무도 잘 말해준다.

지금은 PRIDE출신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과거에 존재했던 PRIDE를 잊고 새로운 PRIDE로 다시 시작해야 할 분기점이다. 그리고 이 PRIDE는 UFC를 포함한 모든 격투가들에게 해당된다. 나는 그들의 승패와 관계없는 그런 투혼과 PRIDE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한 공영방송이 창설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깨끗이 관계를 끊었음에도 과거 부정부패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연좌식으로 언급해 한 단체를 모함하는 작태라던가, 이것을 논거로 쓴 한 비평가가 '룰은 사족'이라며 땀흘리는 현 선수들을 폭력의 전도사쯤으로 왜곡해 묘사하는 우스운 모습도 어느새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역시 좋아서 하는 이 취미생활을 계속할 수 있고 말이다.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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