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창원, 윤승재 기자) 39세 노장 투수에게 호투를 기대한 이는 적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전 팀에서 방출 당한 노장의 도전은 응원 받았으나 호투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노경은은 달랐다. 방출의 아픔을 딛고 나선 첫 선발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노경은은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272일 만의 선발 무대, 롯데 시절이었던 지난해 7월 5일 인천 SSG전을 끝으로 선발 등판이 없었던 노경은은 약 300일 만의 선발 무대에서 뜻깊은 승리를 거뒀다. 2021년 6월 29일 고척 키움전 이후 거둔 278일 만의 승리이기도 했다.
누구도 이 만큼의 호투를 기대하지 않았다. 노경은 스스로도 “5이닝 2실점이나 6이닝 3실점하고 내려오자는 마음이었다”라며 호투를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하게 던진 것이 주효했다. 아무도 호투를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에, 노경은은 마음 편히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면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사실 노경은의 선수 생활은 최근 수 년 간 여러 번 끊길 뻔했다. 한국 나이 36살이었던 2019년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으나 어느 팀과도 계약을 맺지 못하면서 1년을 허비했고, 우여곡절 끝에 돌아와 2년 동안 롯데에서 활약했으나 39살을 앞두고 팀에서 방출되면서 선수 생활이 끊길 뻔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선수 은퇴의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몸을 만들며 부활을 다짐했다. 2019년에도 부산 동의대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시즌 일정에 맞춰 라이브피칭에 나서는 등 복귀 의지를 강하게 다진 덕분에 1년 만에 팀에 복귀할 수 있었고, 지난 비시즌에도 휴식 없이 꾸준히 몸을 만든 덕에 39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SSG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감도 충만했다. 노경은은 선수 생활을 계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픈 곳이 없었고 몸 상태를 잘 준비하다보니 목표한 구속까지 나오게 돼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2년의 좋았던 감각과 몸상태를 유지하고 최대한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그때의 리듬을 알아가게 됐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경은의 자신감대로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난 겨울 147km/h의 구속을 마크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번 경기에서도 최고 146km/h의 공을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수 년 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노련한 피칭은 경험 적은 NC 타선을 제압하기에 효과적이었다.
39세에 다시 부르는 희망가. 노경은은 “계속 좋은 성적을 내서 나처럼 나이든 선수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두 번의 벼랑 끝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철저했던 그. 비록 아직 한 경기 뿐이지만, 노경은의 희망가는 울림이 컸다. 노경은은 "6월에 문승원과 박종훈이 돌아올 때까지 선발진에서 내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SSG 랜더스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