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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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한·미 사제지간, 38년 만의 감격 상봉 스토리

기사입력 2011.03.17 00:07 / 기사수정 2011.03.17 00:07

무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무카스=한혜진 기자] 한국인 태권도 사범과 미국인 제자의 감격스러운 상봉이 38년 만에 이루어졌다. 이팔청춘 혈기 왕성하던 제자는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고, 호랑이 같았던 스승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진 노인이 되어 있었다.

미국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존 로이스(John Rouse, 58)는 지난 3일 그토록 찾았던 옛 태권도 스승인 박병성 사범을 만날 수 있었다. 스승과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 수소문을 걸친 끝에 이뤄진 만남이다.

꿈에 그리던 스승을 만난 존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기쁘다. 불꽃놀이에서 스파크가 터지는 느낌 이었다"고 재회 소감을 밝혔다.

박병성 사범도 40년 전에 가르쳤던 존을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이번 만남을 극적으로 주선한 이진형 사범(미국 휴스턴 거주)은 "박병성 사범님께서 존을 기억하고 있었다. 존을 보자마자 첫마디가 살이 많이 쪘다고 했다"며 "당시 여러 미군 태권도 제자들이 휴일에는 놀기 바빴지만, 존은 태권도를 수련했고, 대단히 성실했었다"고 소개했다고 대신 전했다.



존은 1971년 평택 미군기지에서 기술자로 복무하던 중 태권도를 배웠다. 일과가 끝나거나 휴일에는 다른 동료들과 놀기보다는 태권도를 주로 수련했다. 간혹 무덕관 신촌도장에 찾아가 김인석 관장과 고의민 사범(독일 거주) 등에게도 지도를 받았다. 귀국 전까지 3년여 동안 수련해 무덕관 2단에 승단했다.

존이 1972년 3월 한국을 떠나 본국으로 귀환했다. 이때 박병성 사범에게 미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하지만, 귀국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잠시 잊고 살았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 태권도장도 없어 수련을 계속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박병성 사범의 연락처가 담긴 수첩마저 잃어버렸다.

또 존은 스승과 재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10년 전. 손녀딸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한 태권도장을 찾았다. 이때 휴스턴 USK 태권도장 이진영 관장을 만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온 가족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련하면서 이진영 관장에게 박병성 사범과 인연을 소개하면서 꼭 한 번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2년 전 이진영 관장이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강신철 관장(남창도장)이 펴낸 '사진으로 보는 태권도' 책 중에 낯이 익은 '존'의 소싯적 사진을 발견했다. 이 관장은 이를 근거로 무덕관 전재규 관장에게 연락해 박병성 사범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존은 당시 박병성 사범의 스승인 고의민 사범의 독일 연락처를 알아내 직접 수소문하기도 했다.

마침내 2009년 겨울. 이진영 관장은 연락처를 문의했던 전재규 사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박병성 사범의 연락처를 알아냈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처를 건네받은 존은 곧바로 박병성 사범에게 연락을 걸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했다.

존과 이진영 관장은 서로 바쁘게 지내다 얼마 전에 시간을 맞춰 한국을 찾았다. 존을 대신해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 한 이진영 관장도 마치 자신의 스승을 찾는 것처럼 기뻤다고 한다.


존은 오랜 시간 동안 스승을 잊지 않고 찾은 이유를 묻자 "나는 약속을 중요시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상관없다"며 "한국을 떠나기 전에 박 사범님께 약속했다. 미국에 돌아가면 꼭 초청하겠다고 했다. 연락처도 잃고 찾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렵게 만남은 이뤄졌지만, 존은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는 미국에 초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존은 "박 사범님의 건강이 좋아지는 대로 사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꼭 초대할 것이다"며 "만약 힘들면 내 아내와 다시 한국에 올 것이다"고 말했다.

10대 시절 타국 땅에서 태권도를 배우던 존은 스승에게 태권도는 단순히 손과 발로 수련하는 격기무술이 아닌 인간의 됨됨이가 먼저 되는 법과 바른길로 가는 법을 배웠다. 이때 배운 가르침이 오늘날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글] 무카스 제공

무카스 한혜진 기자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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