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귀포, 조은혜 기자) 2020년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 처음 합류한 신인 선수의 모습을 본 조동화 코치는 앞으로 팀을 짊어질 외야수가 나타났다고 느꼈다. 그리고 베로비치의 길을 나란히 걸으며 "1군에서 꼭 뛰고 싶다" 간절하게 말하는 이 선수와의 대화에서, 그 느낌은 확신이 됐다. 동생인 삼성 조동찬 코치에게 "괜찮은 외야수가 들어왔다"는 말을 했다는 것도 잊고 있었을 시점, 대구에서 만난 조동찬 코치가 물었다. "그때 말했던 선수, 최지훈이지?"
데뷔 첫해 최지훈의 활약은 조동화 코치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SK 와이번스가 특히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마지막 2020년, 언제나 눈을 반짝이는 신인 최지훈은 팀의 희망이자 위안이었다. 최지훈은 2년 차인 2021년에도 SSG 랜더스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성장통의 시간이 있었지만 자신의 성적표에 새겨진 모든 숫자들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수비로는 선수들이 직접 선정한 2021년 최고의 외야수였으니, 모두에게 인정을 받은 셈이었다.
베테랑 김강민은 '제2의 김강민'으로 불리는 최지훈에 대해 "내 생각에는 가진 게 더 많은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 확실하다"고 얘기한다. 김강민은 "지훈이에게 '수비로 대한민국에서 못해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야 하지 않겠냐' 했는데, 근거 없이 한 이야기가 아니다. 눈도 높고 이해도 빠르다. 어린 선수들은 내가 하는 이야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지훈이는 바로 알아듣는다. 그러니까 경험이 쌓이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 최지훈이 보는 최지훈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최지훈은 신인이던 2020년보다 한 시즌을 경험한 뒤의 2021년이 더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는 "첫해에는 멋모르고 경기만 했다면, 작년에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고 욕심도 많았다. 타격도 타격인데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돌아보며 "완벽한 선수는 없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완벽해지고 싶다. 부족한 부분도 많고 채워야 할 부분도 많다. 모든 운동을 더 열심히, 집중해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욕은 베로비치를 걸었던 그때와 다름이 없다. 최지훈은 "아직도 경기를 뛰고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게 하루하루 행복하고 감사하다. 누구든 지고 싶지 않겠지만 난 정말 지고 싶지가 않다. 강한 표현일 수 있지만, 전쟁터에 나간다는 느낌으로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을 '덜 길들여진 야생마'라고 표현한 최지훈은 "더 다듬어진다면 리그에서 이름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주변인들의 확신, 그리고 최지훈의 눈빛은 이미 그 기대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