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현재 전국은 '1일 생활권' 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 이 된지 오래라 서울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2군에서 주야장천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에겐 1군은 그 옛날 마천루가 즐비한 서울과도 같은 동경의 대상이다.
비로 전 경기가 취소된 9월 1일(토). 8개 구단 1군 엔트리에 5자리가 더 생기면서 야구팬들은 2군에서 절치부심 중이던 유망주와 베테랑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1일 부로 1군에 새로 올라온 29명의 선수들 중에는 첫 발을 딛는 신인도 있고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선수들도 올라왔다. 그들의 '서울 구경'은 어떤 모습이 될까?
새내기들의 서울 구경
옛 말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라는 말이 있다. 고교 시절 촉망 받던 유망주들 중 2군에 머물렀던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큰 사람이 되기 위해 1군에 발을 내디뎠다.
두산 베어스는 2군의 유망주들로 새로 생긴 다섯 자리를 채웠다. 5명 중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는 바로 신인 내야수 이두환(19)이다. 이두환은 지난 6월 잠실 구장에 들러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1군 엔트리에 정식으로 등록되기는 이번이 처음.
올 시즌 2군 북부리그에서 .285 10홈런 46타점을 기록한 이두환은 지난 해 쿠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으로 대회 BEST 9(1루수)에 뽑히기도 했던 유망주다. 고교 시절에는 포수로 뛰기도 했으나 공격력의 극대화를 위해 두산이 내일의 거포로 점찍고 다듬는 중인 타자다.
포수 출신이라 순발력면에서 조금 뒤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고 고교 시절과는 다른 투수들의 제구력에도 쩔쩔매며 올 시즌 값진 경험을 했다. 아직도 적응 기간이 필요한 타자라 당장 두산에 큰 힘이 되진 않을 전망.
그러나 이두환이 간접적으로 나마 보게 될 1군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력 등은 선수 본인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배팅 파워 하나는 확실한 선수라 덕아웃에서 본 스트라이크 존과 상대 투수들의 투구 매커니즘을 잘 분석해 익힌다면 훗날 '타석의 거성'이 될 것이다.
한화 이글스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려 온 유원상(21)도 1일 부로 1군에 등록됐다. 천안북일고 2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기주(20. KIA 타이거즈)와 함께 랭킹 1위를 다퉜던 유원상은 3학년 시절부터 성장세가 정체, 입단 동기 류현진(20)의 승승장구를 지켜보기만 했다.
유원상은 올 시즌 2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3.89로 남부리그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올 시즌 팔 각도를 낮추며 그동안 지적 받아 온 제구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으나 잠수함 투수가 아닌 만큼 팔 각도가 내려가면 타자들은 그만큼 궤적에 눈을 맞추어 치기가 쉬워진다.
유원상도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견인하는 구세주로 올라갔다기 보단 경험을 쌓아주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볼 수 있다. 유원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운드에서의 자신감을 찾는 것이다. '최대어'로 각광받던 선수인 만큼 자신감을 되찾으면 훗날 한화 마운드를 이끄는 큰 축이 될 전망이다.
드디어 서울에 입성한 늦깎이 유망주들
나이는 과년한데 별다른 족적이 없던 유망주들. 그들 중 프로 생활 처음으로, 또는 오랜만에 서울 길에 오르는 늦깎이 유망주들이 있다.
현대 유니콘스의 외야수 권도영(27)은 두산의 이종욱(27)과 대졸 입단 동기다. 대구상고(현 상원고)-고려대를 거치며 2루를 맡았고 외야까지 커버 할 수 있던 덕분에 이종욱처럼 상무 제대 후 방출의 칼날을 맞진 않았다.
그러나 확실하게 특화된 무언가가 없어 그동안 1군 수원구장 보다는 2군 원당 훈련장 근처의 축사 대변 냄새가 더 익숙했던 그였다. 1군에서의 실적이 없으나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에 이른 선수라 유망주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남은 기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타자다.
한 때 포철공고의 좌완 유망주로 꼽혔던 박종윤(25)은 롯데 자이언츠 입단 후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 그러나 박종윤이 1군에서 보여준 성적은 통산 16경기에서 .194 5타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올 시즌 2군에서의 성적도 .239 7홈런 53타점에 그쳤다. 입단 동기들인 이대호(25)나 최준석(24. 두산)의 그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박종윤 또한 190cm 88kg의 건장한 체구를 바탕으로 좋은 타격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된 두 선수 보다는 1군에서의 기회가 많았던 KIA의 이동현(27). 종속의 빠르기만으로 따지면 단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한 투수다. 그러나 올 시즌 초 부진한 투구로 5월 2군으로 내려간 뒤, 4개월이 다 되서야 1군 무대를 밟게 되었다.
아직 제구력이 완벽히 가다듬어 지지 않은 상태고 변화구 구사력도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싱싱한 어깨에서 나오는 묵직한 볼 끝 하나는 기막힌 투수다. 올 시즌 포스트 시즌이 물 건너간 KIA는 이동현에게도 선발 수업 기회를 주며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베테랑이 잡은 마지막 기회
누군가에겐 희망의 서울 행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어쩌면 '이별 여행'이 될지 모르는 서울 행 차표가 쥐어졌다. 30대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들의 이야기다.
한때 '잠실 홈런왕' 으로도 불렸던 심재학(35. 사진, KIA). 호쾌한 타격과 멋진 외야 송구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심재학. 그러나 심재학의 2007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전지훈련 도중 오른손바닥 골절로 초장부터 그르쳤던 심재학은 올 시즌 19경기에 출장 .256 4타점에 그치는 부진으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며 2군에서 허송세월했다. 더욱이 올 시즌은 FA 계약의 마지막 해.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활약한다 해도 KIA와의 재계약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LG 트윈스의 내야수 김우석(32)에게도 1군 행 통보는 '최후 통첩' 과 같다. 프로 5년차 김우석은 포스틸-상무를 거쳐 입단해 우리 나이로 서른 셋에 이른 선수다. 내야 수비 능력, 송구 능력만큼은 대단한 수준이지만 타격이 너무 약해 매번 발목을 잡혔다.
20대 선수라면 수비 능력 하나만으로도 수년 간 더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우석의 나이와 타격 능력을 생각해보면 1군 통보는 LG에서의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탁월한 작전 수행능력과 갑작스런 방망이의 각성이 없다면 김우석과 LG는 올해를 끝으로 이별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