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8.21 08:56 / 기사수정 2007.08.21 08:56
[엑스포츠뉴스=박영선 기자] 대전 시티즌은 지난 일주일 동안 2경기를 치르며 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3연승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한 요소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잠시 리그가 쉬던 7월 한 달 동안,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고, 완벽하게 새로운 생존경쟁의 구도에 돌입하며, 그 어느팀보다도 힘든 여름 전지훈련을 소화했던 대전이었다. 더군다나, 2연승을 주도했던 2경기 풀 출장한 두 센터백과 미들진, 그리고 대전 연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3인의 외인들이 이번 경기에도 선발 출장하며 드러난 체력의 문제는 결국 홈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겨 주었다.
대전에는 다행히도 3일에 한번 씩 치루던 리그 경기가 이번 주는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 덕으로 일주일의 여유가 생기며, 숨통이 트일 여유가 생겼다. 김호 감독 역시 선수들의 체력을 염려한 탓인지, 일요일 경기 이후 잡혀 있던 월요일 오전 훈련을 취소하며, 선수들에게 간만의 꿀맛 같은 휴식을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의 일정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이날의 경기는 더 많이 뛸 수 있는 자가 이긴 경기였고 그러하기에 인천은 승리하였다. 인천은 자신의 수비 진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대전의 브라질 외인 3인방을 맞았다. 바로 데닐손이 공을 잡을 때마다 3인 이상의 인천 수비수가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만큼, 인천 수비는 집중력이 뛰어났다. 덕분에 인천은 데닐손이라는 대전의 주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0실점의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거칠었던 인천의 수비수들은 경기 초반, 브라질리아의 프리킥 능력을 의식한 듯, 페널티 부근에서의 파울을 극히 자제하는 듯하였으나, 슈바의 밀리지 않는 몸싸움에 인천 수비에 파울이 연이어 불어졌다. 대전의 기회와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브라질리아의 프리킥은 두어 차례 골대를 아쉽게 벗어나며, 이날 경기장을 찾은 1만 8천여 명의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게는 했지만,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전반전 10대 4라는 슈팅수의 차이만큼 대전은 경기를 주도하였다. 김창수의 오른쪽에 출전한 강정훈을 시발점으로 롱패스를 통해 중앙의 외인 선수들에게 연결된 패스가 슈팅으로 이어지거나, 중앙에서는 발 빠른 이도성과 외인 선수들 사이에서의 2대1 패스가 시도되었다. 슈바에게로 이어지는 롱패스는 정확하게 안쪽으로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듯했으나, 두텁게 벽을 쌓고 깊숙하게 틀어박혀 있는 인천의 수비들까지 끌어올리진 못하였고, 이도성을 통한 2대1 패스는 아직은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듯 신호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전히 대전은 상대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천의 수비수들을 효과적으로 분산 시키지 못하고 데닐손이나 슈바에게 집중된 상태에서는 공격의 흐름이 차단되거나, 공격수들의 안정적인 자세에서의 슈팅을 어렵게 했다.
인천은 중앙수비를 두텁게 하는 대신, 대전 강정훈의 오른쪽으로는 별다른 싸움을 걸지 않았다. 경기 후 대전의 강정훈은 인천의 수비가 두터웠으며, 안쪽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에서, 상대가 생각만큼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아, 의도적이었던 자신의 공격가담이 팀의 득점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
대신 인천의 오른쪽 전재호의 활동량은 단번에 눈에 들어올 정도로 활발하였다. 공수 양면에서 인천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데닐손을 막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김학철을 보조 해주었며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 마냥, 인천의 적재적소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운 또한 대전보다는 인천에 기운 경기였다. 중앙에서 임중용의 트래핑 실수로 슈바에게 손쉽게 넘어간 공이 중거리 슛으로까지 연결되며, 대전팬들에게 득점의 기대를 올려놓았다가, 골대를 벗어나는가 하면, 후반전에는 결국 골대까지 맞추며, 골대 징크스라는 핑계로 승리의 여신을 떠나보내야 했다.
수차례 대전에 주어졌던 기회들이 득점에 실패하자, 승리의 추는 인천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코너킥으로 올린 공이 패널티박스 안에서 혼전 중 김형일의 발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이 무위로 끝나고, 전반 31분 인천의 드라간이 올린 프리킥을 방승환이 머리로 득점에 성공한다. 최윤열과 최은성이라는 노련한 K-리거들이 그의 앞에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결국 이날의 결승골을 내주게 되었다.
6위라는 광범위한 플레이 오프 가능 범위 덕으로 이번 시즌은 승점 몇 점으로 마무리하느냐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번 경기의 승점 3point를 통해 5위로 뛰어오른 인천은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범위에 합류하였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대전 역시 남은 경기 수에 비하면 6위와의 4점이라는 승점 차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전히 대전의 팬들은 그들의 팀이 플레이 오프에 진출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좀 더 작은 바람은 시즌 중 어려운 일이 많았던 이 팀의 일원들이 리그에 참여한 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 꿈을 버리지 말고, 시즌 마지막까지 힘차게 뛰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대전의 김호 감독은 경기 후 패장으로써도 당당히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에 우리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저는 항상 다음의 승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아픔이 있을지라도 절대 굴하지 않고 끝까지 좋은 팀을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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