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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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한여름밤의 '매혹의 90분'

기사입력 2007.07.16 03:20 / 기사수정 2007.07.16 03:2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으로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는 여름. 늦은 밤에도 내려가지 않는 기온으로 쉬이 잠들기도 힘들다. 이런 여름밤, 화끈한 축구 한판,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14일 오후 8시, 성남 탄천 종합 운동장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2만 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성남은 평소 깔끔한 패싱 게임과 화끈한 공격력을 기반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남 시민들은 성남에 싸늘하기만 했다. 아담한 탄천 종합 경기장은 가득 차는 날보다 반쯤 들어차 맨송맨송한 날이 대부분이었다. 성남은 '무관중'이라는 오명을 내내 달고 다녀야만 했다.

솔직히, 처음에 피스컵이 성남에서도 열린다고 했을 땐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평소 대표급 선수가 출전하고, 골을 터트릴 때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는데, 이번 상대는 해외 팀. 게다가 그 팀에 누구나 다 알 만한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더 적어지면 적어지지, 커지지는 않을만한 상황이었다. 사실, 다른 경기장이 3만 5만 관중을 불러 모으며 흥겨워할 때 채 1만도 넘기기 힘들었던 것이 성남 아니었던가.

그러나 오늘, 성남은 달라졌다. 입추에 여지없이 2층까지 가득 들어찬 경기장에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가 모여 이번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에 바빴다. 주전이 대거 빠져 어려운 상황으로 치른 첫 경기. 사실 프리미어 리그 팀을 맞아 그렇게 멋지게 싸워 주리라, 고 생각하지 못했을 터다.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히 싸웠다. 그동안 이렇게 잘했었나? 하는 의아감과 함께, 그 들의 이름이 성남. 지금 내가 사는 내 고장 내 팀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리라. 경기 시작 전부터 관중석에선 성남을,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중에 몸을 푸는 선수들의 표정도 상기되어 있었다.

90분을 시작하는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의 함성은 더욱 커지고 높아졌다. 성남 선수의 몸짓 하나 패스하나에 열광했고, 목소리를 높이 올렸다. 비단 노란 옷을 입고 골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며 응원하는 그 들뿐만이 아니었다. 높이 오른 2층에서도, 가족끼리 모여 앉은 1층에서도 성남의 이름은 계속해서 불렸다. 응원에 힘을 입은 성남이 라싱 산탄데르를 밀어붙이자 관중은 더욱 신이 났다. 관중석 어디에선가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되었고, 큰 함성과 함께 그 파도는 경기장을 세 번 덮쳤다.

또, 성남 선수에게 파울을 가하는 라싱 산탄데르 선수는 2만 관중의 야유를 한 몸으로 감당해 내야만 했다. 이런 열광적인 응원에 성남 선수들도 더욱 신바람나는 플레이를 펼쳤다. 오랜만에 홈 경기장, 초록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 이따마르가 그 선봉에 섰다. 이따마르는 90분 내내 성남의 공격을 주도하며 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리그에 출전한 적도 없는 신인 김민호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달리며 골을 노렸다. 승리와 함께 이곳을 가득 메운 관중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게 열린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성남의 골 기회가 아깝게 무산될 때마다 거센 응원소리와 함께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나는 탄식소리도 탄천 종합 운동장을 채웠다.

경기를 마친 뒤 열린 인터뷰에서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앞으로도 좋은 플레이로 보답할 테니 경기장을 자주 찾아 줄 것을 당부했다.

비록, 0-0으로 승부는 가리지 못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 돌아가는 관중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하나 가득 피어있었다. 다음에도 축구 보러 오자고 제 손 꼭 잡은 아버지를 조르는 어린 아이에게도, 축구를 잘 모르는 연인에게 규칙을 설명해주는 청년에게도 한목소리로 외쳤던 성남은, 아마 내 팀으로 내 사랑으로 한 걸음 다가섰을 것이다.

7월 14일 토요일의 밤. 성남은 뜨거웠던 기온만큼이나 뜨거운 축구로 2만 관중의 가슴에 매혹을 수놓았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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