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안)치홍이 형한테는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프로 입단 이후 줄곧 롯데 자이언츠 한 팀에서만 뛰어 온 오윤석이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롯데는 31일 KT 위즈와 2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는데, 오윤석은 김준태과 함께 KT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날 오윤석과 같은 포지션인 안치홍과 2년 연장 계약에 합의한 롯데는 "아쉽지만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했다.
오윤석에게 롯데는 각별한 팀이다. 드래프트 당시 대학 진학과 프로 입단의 기로에 놓였던 오윤석은 우여곡절 끝에 육성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8년을 뛰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롯데가 바라던 기량이 차츰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63경기에 출전해 안정적인 내야 수비를 보여준 것과 동시에 타석에서는 타율 0.298 OPS(출루율+장타율) 0.811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안치홍의 부상과 부진이 겹쳤던 지난해 9월에는 주전으로도 평가받았다. 오윤석은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438(32타수 14안타)를 치며 롯데 공격에 앞장섰고, 10월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만루 홈런을 포함한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하며 구단과 한국 야구사에 남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경쟁자로서 오윤석은 안치홍을 위협했던 선수다. 하지만 둘은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며 야구장 안팎에서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 당시 오윤석은 "지난해 시즌 뒤 선수단끼리 모인 자리에서 치홍이 형이 먼저 와 '고맙다'고 했다. '네가 잘했고, 연습하는 걸 계속 지켜 봤는데 그 결실을 맺는 것 같다. 나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였다'고 했다. 형이 또 '비시즌에 타격, 기술 훈련할 때 같이 운동하자'고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오윤석은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뒤에도 안치홍을 떠올렸다. 트레이드 직후 엑스포츠뉴스와 연락이 닿은 오윤석은 "조금 전에 치홍이 형한테 전화가 왔다. '아쉽다'고. 형과 정말 잘 지내 왔다. 가족끼리 밥도 먹곤 했다. 같은 내야수로서 형한테 참 많이 배웠다. 날 정말 많이 챙겨 주셨는데. 형도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하더라. 그래도 형도 나도 받게 될 기회가 는다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치홍이 형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밖에 할 이야기가 없다. 형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톱클래스에 드는 선수인데, 그런 선수와 함께 거론되는 것도 내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형은 내게 늘 장난도 많이 쳤는데, 우리는 야구 이야기도 정말 많이 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오윤석은 또 "정든 팀을 떠난다는 건 어느 선수에게나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내 야구 인생을 봤을 때 좋은 기회를 주셨다는 생각이다. 감사하다. 물론 가서도 내가 잘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거다. 내가 필요하지 않아서 보낸 게 아니라 기회를 주시려 하는 마음에 보내 주셨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사직으로 가서 짐도 챙기고 인사도 드리려 한다. 그동안 나를 열성적으로 응원해 주셨던 롯데 팬 분들께는 더 많은 기쁨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한 마음이 크다. KT에 가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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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