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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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전을 통해 본 두 명의 수퍼맨

기사입력 2007.05.20 17:34 / 기사수정 2007.05.20 17:34

황교희 기자

[엑스포츠뉴스= 황교희 기자] 19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에 열린 2006-2007 FA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FC 경기는 연장 후반 10분 드록바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첼시의 우승으로 마감했다. 첼시는 비록 3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칼링컵과 FA컵 우승으로 ‘더블’에 성공했다.

FA컵 사상 역대 3번째였던 1,2위 팀들간의 경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펼쳐졌다. 특히 양 팀의 젊은 공격수들은 ‘수퍼맨’급 활약을 펼쳐 보이며 TV로 시청하던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날 수퍼맨이라 불릴만했던 젊은 공격수들은 바로 맨유의 ‘웨인 루니(22)’와 첼시의 ‘아르헨 로번(23)’이었다. 비록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두 선수였지만 그들이 왜 팀의 미래이고 희망인지를 보여줬다.

공을 달고 날랐던 루니

사실 루니는 전반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까지 보여줬던 C.호날두와의 호흡은 제대로 맞지 않았고, 날카로웠던 발톱도 침묵했다.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자 그의 얼굴은 미소 대신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루니는 수퍼맨으로 변신했다. 루니에게 찾아온 공은 좀처럼 그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공격의 물꼬를 틀기 시작하며 장난기 있는 웃음이 살아 났다. 지난해까지 프리미어리그 2연패 및 막판까지 트레블로 다퉜던 첼시 수비진을 상대로 돌파는 거침이 없었다. 중하위권 팀들과 경기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첼시를 상대로도 보여준 것.

후반 시작하자 마자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을 잡은 루니가 40여 m를 질주했다. 상대 수비수 2명이 둘러싼 그들을 따돌리고 문전 안까지 파고든 것은 이날 경기 중 최고의 장면. 격렬한 몸 싸움과 세밀한 드리블로 첼시 수비수 2-3명을 제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 축구 팬들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 밖에 몇 차례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는 중심을 잃지 않고 거침 없이 파고 들었다. 세계 최정상 수비형 미드필더 존 테리와 에시앙 마저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 것. 첼시 수비수 한 명으로는 루니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다.

투혼 속에서도 빛난 로번

맨유에 루니가 있었다면 첼시에는 로번이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조 콜과 교체되어 그라운드에 나선 로번은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까지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FA컵 결승전에서 보여준 그의 질주는 그 소문이 사실인지 의문을 달게 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로번은 루니 만큼의 파워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순간적인 몸 동작과 아기자기한 드리블로 맨유 수비진을 휘저었다. 특히 왼쪽 문전에서 정면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은 맨유 수비수 핵심 퍼디난드를 곤욕스럽게 만들었고, 슈팅까지 연결해 맨유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특히 로번은 맨유 문전 안에서도 자신 있는 플레이로 수비수를 제쳤고, 그를 잡지 못한 맨유의 수비수들은 애꿎은 유니폼만 잡을 뿐이었다. 후반 중반 브라운에 거친 태클로 그라운드에 뒹굴었지만 절뚝거리며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을 향해 질주했다. 로번 역시 첼시의 수퍼맨 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FA컵 결승전을 끝으로 2006-2007시즌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이날 승리의 여신은 첼시를 향해 미소를 지었지만, 루니-로번을 데리고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승리의 여신은 이미 두 팀과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황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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