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18 20:34 / 기사수정 2007.05.18 20:34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잉글랜드의 06/07시즌은 FA컵 결승전으로 마무리된다. 하부리그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남기는 했지만, 프리미어십 및 주요 타이틀의 향방은 이미 가려진 상태다. 이제 많은 팬의 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대회의 결승전에 쏠려있다.
FA컵은 그 어느 대회보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대회다. 잉글랜드의 대부분 축구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이번 시즌에도 687개 팀이 참가했다. 프리미어십 팀부터 특정조건을 만족시키는 세미프로팀까지 모두 참가하는 이 대회에는 유독 이변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돌풍의 팀이 나타나 '공은 둥글다'는 격언을 현실로 만드는 대회가 바로 잉글랜드의 FA컵 대회다.
이번 시즌 FA컵 결승전에서는 프리미어십 1, 2위인 맨유와 첼시가 격돌하게 되었다.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이 흥미진진한 대결을 더 즐겁게 관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재미 1. 맨유의 '공격진 비상' vs 첼시의 '수비진 비상'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등 수많은 경기를 치른 양 팀은 많은 선수를 부상으로 잃었다. 맨유는 팀의 주장 네빌과 스트라이커 사아가 부상으로 FA컵 결승전에 결장할 예정이며, 박지성과 실베스트르는 일찌감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친 상태다. 특히 사아의 결장은 공격진이 부족한 맨유에게 가장 아쉬운 공백이다.
한편, 첼시는 현재 프리미어십 팀 중 부상선수가 가장 많다. 셰브첸코, 발락, 로벤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애슐리 콜, 미켈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태다. 싱클레어, 카르발료의 부상까지 합하면 모두 7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있다.
부상선수만을 놓고 보았을 때 첼시의 상황이 좀 더 나쁘다. 특히 카르발료의 부상은 첼시에게 치명적이다. 테리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던 카르발료가 4월 28일 볼튼전에서 부상으로 빠지면서 첼시는 6연속 무승(5무 1패)에 빠져있다.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후 가장 긴 무승기록.
하지만, 맨유 역시 테리가 버티고 있는 수비를 어떻게 뚫을지 고심 중이다. 루니는 원톱으로 섰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드물며, 퍼거슨 감독은 솔샤르나 스미스를 루니의 파트너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솔샤르는 4월 이후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에 빠져있고, 스미스 역시 로마전 이후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미 2. 뉴 웸블리에서 FA컵을 들어올릴 주인공은?
이번 시즌 FA컵 결승전은 7년 만에 다시 웸블리에서 열린다.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웸블리 구장은 2002년 공사에 들어간 후 5년 만에 90000석 규모의 지붕 형 구장으로 재탄생했다. 우리 돈으로 1조 4천억 원을 들여 새로 지은 이 구장은 '뉴 웸블리'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웸블리 구장은 잉글랜드 축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수많은 유럽대회의 결승전이 이 웸블리 구장에서 열렸으며, 잉글랜드 대표팀의 홈구장으로서 1966년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곳 역시 웸블리 구장이다. 2000년까지 FA컵 결승전은 줄곧 웸블리 구장에서 열렸으며, 7년을 기다린 끝에 새 단장한 뉴 웸블리에서 이번 시즌 FA컵 결승전이 열리는 셈이다.
첼시는 이전 웸블리 구장에서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린 최후의 팀이다. 2000년 첼시 디 마테오의 결승골로 아스톤 빌라를 1-0으로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첼시로서는 새로운 웸블리에서 최초로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팀이 되고픈 소망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재미 3. '더블은 나의 품으로' 퍼거슨과 무리뉴의 자존심 대결
FA컵 결승전에서 프리미어리그 1, 2위 팀이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잉글랜드 역사상 단 두 차례만 최상위리그의 1, 2위 팀이 FA컵 결승에서 만난 적이 있다.
프리미어십 챔피언 맨유와 아쉽게 2위를 차지한 첼시는 이번 시즌 각각 트리플과 쿼드러플을 목표로 힘겹게 달려왔다.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에 실패하며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미 각기 프리미어리그 우승컵과 칼링컵 트로피를 확보한 상태다. 양 팀에게 FA컵 우승은 '더블', 즉 한 시즌에 두 개의 트로피를 얻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FA컵 결승전 패배는 라이벌에게 더블의 영예를 넘겨주는 치욕을 의미한다.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이후 FA컵은 그가 안아본 적 없는 유일한 잉글랜드 국내 대회 트로피이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팀을 리빌딩한 무리뉴로서는 잉글랜드 최고의 팀을 가리는 FA컵에서 우승하여 리그 3연패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한편, 퍼거슨 감독과 맨유에게 FA컵 결승전은 매우 친숙한 대회이다. 맨유는 18번이나 FA컵 결승전에 올랐고, 그 중 12번을 승리하며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퍼거슨 감독 역시 맨유를 지휘하며 팀을 7번이나 FA컵 결승전에 올려놓았고, 그 중 5번 우승의 감동을 느낀 바 있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 부임한 이후 1승 3무 4패로 부진한 대진 성적을 안고 있는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FA컵 결승전에서 그간의 부진을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퍼거슨 감독의 성공은 팀의 '레전드' 스콜스와 긱스의 기쁨이기도 하다. 폴 스콜스는 이번 FA컵에서 우승할 경우 세 번째 FA컵 우승 메달을 갖게 되며, 긱스는 120년 만에 다섯 번째 FA컵 메달을 받게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한국팬들로서는 박지성의 부상 결장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프리미어리그를 통해 잉글랜드 축구를 즐겨온 축구팬들에게 FA컵 결승전은 가장 흥미진진한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축제의 현장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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