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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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투수도 타격 연습을 시킨다?

기사입력 2007.05.12 10:41 / 기사수정 2007.05.12 10:41

윤욱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 윤욱재 기자] 두산 베어스의 신인 투수 임태훈은 2007년 5월 11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올해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임태훈은 이날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전에 구원 등판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임태훈은 타석에도 들어서 '프로 첫 안타'란 기록도 함께 가져갔다.

투수의 안타는 1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진기명기다. 일단 한국프로야구는 지명타자 제도를 택하고 있어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좀처럼 없는데다 그렇다고 타석에 들어선다 해서 안타를 때려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 공만 뿌리던 선수가 갑자기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때리기가 쉬울 리 없지 않은가.

6회초 전상렬이 지명타자로 출전한 최준석의 대주자로 나섰고 6회말 중견수 수비로 들어오면서 지명타자는 자동으로 없어졌다. 대타를 내세우지 않는 한 투수가 타격을 해야 한다. 보통 이럴 때는 대타를 내세워 자리를 메우곤 한다.

그러나 두산의 마운드 사정은 급기야 임태훈의 타자 신고식을 치르게 했다. 전날(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핵심 중간계투인 김승회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바람에 임태훈이 좀 더 마운드를 책임져야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이 타석에 들어섰다고 하는 게 정답이다.

'사건'은 8회초에 터졌다. 8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두산은 임태훈을 타석에 내보냈다.

임태훈은 초구를 노렸다. 결과는 우전 안타. 데뷔 첫 승을 예감하는 듯한 '자축 안타'가 터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놀랐음은 물론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두산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강타자'로 변신하는 '깜짝쇼'를 펼치곤 했다.

지난 4월 15일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선 타자로 나온 투수가 볼넷을 골라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연장 11회말. 지명타자가 없어지고 투수 정재훈이 타석에 들어서야 할 상황. 그런데 남은 백업요원이 없어 대타 카드 조차 쓸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두산이 지목한 대타는 금민철. 상대가 옆구리투수인 조웅천이다보니 나름 '좌타자'인 금민철은 내보낸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금민철이 뛰어난(?) 선구안을 과시하며 볼넷을 얻어낸 것이다. 어느덧 3루에 진출한 금민철은 보란 듯이 득점에도 성공, SK를 아연실색케 했다. 하지만 정작 본업인 투수로 나왔을 때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패전투수의 멍에도 뒤집어 써야 했다.

2년 전엔 더 기막힌 일이 있었다. 2005년 6월 7일 삼성전에서 9회초 대타로 나온 조현근이 2타점 3루타를 때려낸 것. 고교 시절 1번타자로 활약했던 만큼 타격에도 소질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재밌는 사실은 지금은 조현근이 아픔을 안겼던 삼성 선수가 됐다는 것이다.

아무튼 투수의 안타는 타자의 안타보다 더 많은 재미와 이야기거리를 안기는 것이 사실이다. 의외성과 희소성 때문에 보다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과연 앞으로는 누가 깜짝쇼를 벌일지 궁금하다.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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