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5.08 12:15 / 기사수정 2007.05.08 12:15
[엑스포츠뉴스=김민숙 기자] 시즌 초반만 해도 대전 시티즌의 행보는 굉장히 힘겨워 보였다. 2007시즌이 시작된 후, 아홉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감독과 코치가 함께 사표를 제출하는 위기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은 극적으로 두 수장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고, 결국 최윤겸 감독과 이영익 코치 모두 계속해서 팀에 남아 선수단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4월 15일에 펼쳐진 전북 전에서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고, 사흘 후에 펼쳐진 광주전에서는 창단 100승 축포를 터트리는 데도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후, 대전 시티즌은 어떤 팀을 만나도 패배를 당하지 않으면서 현재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말끔히 날려버린 대전 시티즌. 대전이 이러한 상승세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데닐손의 힘이 컸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총 8골을 터트린 데닐손은 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성공시켜서 대전에 승리를 가져다주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닐손 한 사람의 활약에 힘입어 대전이 무패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데닐손이 아무리 화려한 득점포를 가동했다 하더라도, 시시틈틈 대전의 골문을 노리는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대전은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대전이 어떤 팀을 만나도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모따나 뽀뽀, 김은중이나 까보레와 같은 리그 최강의 스트라이커들에게도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대전 시티즌은 시즌 초반보다 훨씬 더 견고해진 수비진 덕분에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대전은 경기당 평균 3골씩을 실점하며, 수비진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최윤겸 감독은 야심 차게 준비했던 4백을 버리고 3백으로 돌아가야 했고, 3월 17일에 펼쳐진 포항전에서는 처음으로 4백이 아닌 3백을 세워 경기에 임했다.
대전이 달라진 것은 이때부터였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포항과 1-1무승부 경기를 펼치면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대전의 3백은 그 이후 수원이나 서울과 같은 강팀을 만나서도 한 골 이상은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를 펼쳤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대전에 절대적인 강세를 유지해왔던 성남에 역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윤열. 민영기, 김형일이라는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세 명의 수비수들 덕분에 대전의 공격수들은 마음껏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고, 그것이 결국 팀의 상승세로 이어졌던 것이다.
(4월 18일에 펼쳐진 광주전에서 최윤열이 부상을 당하여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대전의 3백에는 비상이 걸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거룩이 최윤열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었고 그리하여 대전의 3백은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대전 수비진의 가장 큰 장점은 그들이 갖춘 훌륭한 조직력이다.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인 선수와 벌써 프로 11년차에 접어든 노장 선수가 함께 뛰고 있어도, 세 명의 수비수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과 장단점이 있어도, 대전의 3백은 언제나 한 호흡으로 달리는 것처럼 뛰어난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3백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민영기는 자신들이 이러한 조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전은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팀인 만큼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기 시작 전이나 경기 중에 오늘 경기를 어떻게 하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대전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대전의 수비수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영기는 언제나 김형일에게 위치를 지정해주거나, 공간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김형일은 선배의 그런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형일은 늘 큰 목소리로 최윤열에게 말을 걸고, 최윤열은 그런 후배의 말을 놓치지 않고 귀담아듣는다.
이렇게 경기 중이든, 또는 하프 타임이 되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중이든, 언제나 서로 서로에게 다가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전 수비수들의 모습은 참 인상 깊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을 꼽자면 바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 세 명의 수비수들이 동그랗게 마주선 채로 서로 악수를 하는 모습일 것이다.
11명의 선수가 모여서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친 후, 다시 한 번 더 수비수들끼리 모여 곧 펼쳐질 경기에 대한 다짐을 나누는 모습. 그것은 지금 대전의 수비수들이 얼마나 끈끈한 마음으로 잘 묶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들은 비록 매순간 다르게 움직이고 다른 판단을 해야 하지만, 결국은 서로 하나의 마음으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대전의 수비수들은 언제나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아무리 숨이 차고 힘들어도 대화를 멈추지 않으며, 이러한 대화가 결국은 그들에게 훌륭한 조직력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므로 바로 이러한 그들의 대화야말로, 대전 시티즌이 시즌 초반의 부진을 떨쳐 버리고 무패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 진정한 힘일 것이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