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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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왜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만들었을까 [엑's 현장]

기사입력 2021.03.18 19:50 / 기사수정 2021.03.18 18:41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이준익 감독이 '자산어보'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준익 감독은 '동주'(2016)에 이어 약 5년 만에 두 번째 흑백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그는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고집을 부려서 흑백으로 만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동주'는 일제 강점기를 다뤘고, 일찍 세상을 떠난 젊은이의 이야기라 밝게 찍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둠을 깊이 있게 다루려고 노력했다면 '자산어보'는 보셨겠지만 어둠보다는 밝음이, 흑보다는 백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삶을 재밌고 아름답게 이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흑보다는 백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뤘고, 그가 쓴 자산어보를 소재로 했을까. 

이준익 감독은 "조선에 서학이라는 천주교가 들어오게 되면서 벌어진 사건(신유박해), 그리고 그 사건에서 튕겨져나온 인물(정약전)에 대해 만들었다. 저는 사극을 찍어오면서 한국의 근대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늘 고민했다. 그런데 그 시대를 커다란 사건이나 정치, 전쟁사로 규정짓는 건 그 자체로 오류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바로 개인이다. 그 시대에 불화를 겪었던 개인을 찾다보면 근대성의 씨앗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서는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약전과 약용의 가치관의 대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창대라는 인물이 시대와의 불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다뤘다.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개인주의의 현대성을 '자산어보'의 정약전을 통해 찾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든 허구 창작물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과 자산어보는 실재지만 창대에 관한 이야기는 다 허구다. 실제로 자산어보에는 창대라는 이름과 창대가 언급한 몇몇 구절만 남아 있다. 아마 영화가 개봉하면 많은 역덕(역사덕후)분들이 고증과 허구를 구분해 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창대는 허구인데, 그럴 수밖에 없냐면 창대는 이름만 있고 관련된 행적이 남아 있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역사물은 보통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 학자 입장에서 고증을 중시한다면 사실과 기록으로 진실에 도전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기록을 바탕으로 허구를 통해 진실에 도전하는 창작자의 입장이다. 둘 다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같다. 합당한 고증을 했느냐, 날조를 했느냐는 개봉 이후에 영화가 어떻게 자리 잡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저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자산어보'가 10년 뒤 자기 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었다"고 털어놨다.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 예정이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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