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이태겸 감독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1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비대면 온라인 간담회에는 배우 유다인, 오정세와 이태겸 감독이 참석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 분)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화. 유다인이 우수사원으로 인정받던 중 갑작스럽게 파견을 가게 된 정은 역을, 오정세가 낯선 도전을 응원하는 하청업체의 막내 역을 맡았다.
영화는 이태겸 감독이 준비하던 작품이 무산돼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한 사무직 중년 여성이 지방 현장직으로 부당 파견이 됐고, 그 곳에서 치욕을 겪었음에도 결국 버텨냈다'는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이 감독은 세상이 나를 밀어낼지라도 스스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연출했다.
이날 이 감독은 "살아가다 보면 힘들 때가 있지 않나. 저도 첫 영화를 만든 뒤에 쉽사리 나아지지 않은 환경을 겪었다. 그러던 중에 사무직 중년 여성이 갑작스럽게 지방 현장직으로 파견이 됐고 그곳에서 복직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있어 직업이란 무엇인가?', '직업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고, 그런 점들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나의 삶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럴 때 갑자기 정리해고가 되면 영화 내용처럼 목숨을 끊는다든지 극단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직업은 근본적으로 생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기반이 안정적이지 않고 취약할수록 그런 특징이 더 드러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극중 막내와 정은이 편의점에서 충돌하는 신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은 이 감독은 "막내는 '해고'가 무섭다고 하는데 정은은 '죽음(사망)'이 무서운 뉘앙스가 나타난다. 해고와 죽음을 두고 두 인물이 충돌하지만 사실은 그 두 위치가 똑같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현대사회, 우리 한국 사회에서 직업이 곧 생명이 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 감독은 "정은이라는 인물이 늪 같은 곳에 빠져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생각했을 때 자기에 대한 긍정성이 아닐까 싶었다. 어떤 사람이 무시를 하고, 조직이 불합리한 대우를 하더라도 나는 나 스스로를 인정하겠다, 스스로 동정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 제목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불편한 사회문제를 다뤘지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극중 막내 역의 오정세는 "사회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가 불편해서 누군가는 코미디나 아름다운 영화를 찾곤 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영화를 마주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 수상작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영화사 진진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