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4.13 01:11 / 기사수정 2007.04.13 01:11
[엑스포츠뉴스=포항, 장지영기자] "이건 포항이 아냐"
4월 11일 컵대회 4라운드 포항의 홈 스틸야드의 기자석에서 터진 한숨과 비명 속에 들린 말이다. 이날 대구를 홈으로 불러들인 포항은 90분 내내 '포항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골대 바로 앞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슈팅, 상대방에게로 연결되기 일쑤인 패스와 연이은 파울은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몇 번이나 지옥과 천국을 오가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 무엇보다 팬들과 기자들까지 답답하게 했던 점은 '공격축구'가 실종된 포항의 경기내용이었다.
예고된 적신호
경기 내용 자체는 치열하기 그지 없었다. 양 팀 모두 각자의 목표가 있었던 만큼 시작부터 서로 맹공세를 펼친 덕분이었다. 문제는 그저 치열하기'만'했다는 것. 치열하긴 치열한데 그 면면을 뜯어보자면 이상하리만큼 내용이 없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양 팀 모두 찬스는 끊임없이 맞이했지만 그것이 골로 연결되기보단 오히려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내어주는 원인이 되는가 하면 지나친 의욕 덕분에 파울만 계속됐다.
특히 홈팀 포항은 1승에 대한 의지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주전급을 내보낼 것이라 예상됐던 포항은 주말 리그 경기를 의식한 듯 1.5군 급의 선발 명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역습상황에서 여지없이 골문 앞까지 뚫리는가 하면 전반 종료를 앞두고는 포항의 경기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던 백패스도 선보이는 등 위기 상황이 속출했다.
위기에 위기를 거듭하던 가운데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고, 누군가의 노트북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타이틀이 떠있었다.
'포항, 리그에 이어 컵대회 플레이오프행도 빨간불'
'골 운'이 없었다? 하늘로 사라졌다!
결국 포항은 후반전 연이어 주전급을 투입해 한 골을 노려보지만, 여전히 넘치는 의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골문 앞에서 찬스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후반 11분 골문 앞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하늘로 솟구친 고기구의 슈팅은 오늘 포항이 보여준 슈팅의 양상을 대표하는 단적인 예. 1승에 대한 의욕이 너무 넘쳤던 탓일까,
게다가 대구의 슈팅은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대부분 골대를 향해 날아간 반면, 포항은 골라인을 한발짝 앞에 두고도 타이밍을 놓쳐 무산되는가 하면 하늘로 날려보내기만을 연발하고 있었다. 심지어 백민철 골키퍼가 선방을 위해 잠시 골문 앞을 떠난 상황에서도 공은 하늘로 솟구치기만 거듭했으니 총 10개의 슈팅중 반수 이상이 이렇게 어이없이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후반 39분에는 자책골을 내어줄뻔하기도 하는 등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팀답지 않은 경기력을 드러냈다. 항상 팀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해주던 수비가 예전만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기후 대구의 변병주 감독이 '선수들이 많이 지쳤고 에닝요도 팀 적응이며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 내용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는 답변이 겸손을 넘어선 엄살로 보일 정도였다.
제 색깔을 잃어버린 포항
2007년에 들어서면서 팀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술에 큰 변화를 준 것 같지도 않았다. 또 부상 등으로 전력 이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포항은 지난 시즌까지의 그 포항이 아니었다. 매년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변칙성 강한 공격 축구로 악명높던 그 포항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 들어 계속되고 있는 포항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올 시즌 '우승후보'군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위기의 포항에게 절실한 것은 '자신들의 색을 찾는 일'이 아닐까. '백패스 하는 포항'은 너무 낯설다. 2006년을 화려했던 그들만의 공격축구를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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