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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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문승원 "에이스? 아직은 민망한 수식어"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0.11.26 10:30 / 기사수정 2020.11.26 10:32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기분은 좋은데, 민망해요."

SK 와이번스 문승원은 25경기 145⅔이닝을 소화, 6승8패 평균자책점 3.65로 이번 시즌을 마쳤다. 시즌 막판 팔꿈치 수술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지만 평균자책점 9위, WHIP 6위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성적이었다. 토종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WHIP는 1위, 평균자책점은 2위에 해당한다.

문승원이 팔꿈치 수술을 결심한 시점은 9월이었다. 3년 전부터 있던 뼛조각 통증이 올해 5월부터 심해졌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왔다. 문승원은 "아팠다, 안 아팠다 하니까 불안하더라. 그런 부분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힘들 것 같았다"는 게 문승원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10월까지 등판한 이유는 4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문승원은 지난 시즌 정확히 144이닝을 등판하면서 3년 연속 규정이닝에 도달했다. 문승원은 "나한테는 규정이닝을 채웠다는 게 풀타임을 돌았다는 훈장 같아서 꼭 채우고 싶었다. 구단에서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규정이닝을 채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수술을 결정할 당시에는 규정이닝까지 적지 않은 숫자가 남아 있었다. 수술 날짜가 정해져 있어 기록은 온전히 문승원의 몫이었다. "못 채우면 내 실력인가보다 인정하려고 했다"는 문승원은 마지막 등판이었던 문학 키움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끝내 규정이닝을 채웠다. "운 좋게 채웠다"고 말하는 문승원에게 "실력으로 채운 것"이라고 하자 "못한 건 실력, 잘한 건 운"이라며 웃었다.

규정이닝이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문승원은 "팀이 하위권이라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잘 던졌다는 날은 있었지만 올 시즌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며 "(김)광현이 형의 빈자리가 굉장히 많이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내가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많이 돌아보게 되는 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더 큰 무대로 떠나고, 올 시즌을 앞둔 문승원의 바람은 '토종 에이스'로 평가받는 일이었다. 팀에서의 역할이나 투구의 위력은 그 단어를 갖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문승원은 "토종 에이스라면 평균자책점 2점대는 해야 하지 않을까. 3점대 중반으로는 팀이 좋지 않은 것 같아 팀에게 미안하다"고 오히려 자책했다.

문승원은 "솔직히 에이스 얘기를 들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팀이 9위를 하니 미안했다. 에이스라는 사람이 3점대 중반이면 창피한 거 아닐까. 상위권 팀의 에이스들은 승리도 많고 평균자책점도 3점대 초반, 2점대 후반 이렇지 않나. 에이스라고 불러주는데 3점 중반대를 하고 있으니 나 때문에 팀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좋아도 그런 소리 들으니까 민망했다"고 얘기했다.

토종 선수 중에서는 문승원만큼의 성적을 낸 선수가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프로에서 토종과 외국인 선수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토종에서'가 아니라 전체에서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게 모든 선수가 꿈꾸는 일이다. 그렇게 하려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문승원은 수술 후 3주만 휴식을 취하고 다시 강화와 문학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쉬운 수술이라고 하는데 첫 수술이라 무섭더라. 막상 하고 나니 굉장히 잘한 것 같다. 뭔가를 딱 뺀 느낌이라 자연스럽다"며 "수술 부위를 강화하고, 시즌 중반 주춤세가 있어 그런 부분들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체력을 많이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승원에게는 더 새로운 몸과 마음일 시간, 다음 시즌은 어떤 해가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내년에는 상위권, 원래 SK가 있던 상위권으로 다시 올라갔으면 좋겠고, 내가 그에 걸맞은 투수가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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