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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미지의 앨범] '하하 아내·애셋맘' 아닌 가수 별의 시작…'12월 32일'

기사입력 2020.11.04 12:00 / 기사수정 2020.11.03 14:46

김미지 기자

[그때 그 미지의 앨범]은 테이프와 CD를 통으로 들으며 전곡을 음미했던 그때 그 시절 미지(美志)가 갖고 있는 앨범 혹은 MP3 세대에 발매됐지만 수록곡들도 꼭 알려졌으면 하는 미지(未知)의 앨범을 리뷰합니다. 그 시절의 곡들로 저마다 다른 추억을 소환하고, 숨어 있던 명곡을 발견하는 재미를 보장합니다.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2002년 월드컵이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고 난 10월의 어느날, 아직은 들뜬 기운이 사라지지 않았던 나라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연인이 '올해가 가기전에 꼭 돌아온다고' 약속했다며 '내게 1월 1일은 없다고', '니가 올 때까지 나에겐 아직 12월이라고' 등 애타는 마음을 표현했던 데뷔곡 '12월 32일'은 별의 앳된 보컬과 함께 등장하자마자 많은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죠.

특히 당시 우리나라에서 박진영만 쓸 수 있을 것 같은 지나치게 뛰어난 감성적 아이디어를 담은 획기적인 가사와 믿고 듣는 박진영 작곡에 방시혁 편곡의 '12월 32일'은 믿고 듣는 JYP 사단 가수의 발라드를 톡톡히 입증해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12월 32일'은 매년 연말만 되면 많은 대중이 찾는 노래이자 '군인들이 싫어하는 노래'입니다.

별의 데뷔 일화는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진취적입니다. 가수가 너무 되고 싶었던 나머지(?) 박진영의 팬미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장기자랑 무대에 섰던 것이죠.


지난해 KBS 2TV '불후의 명곡 - 박진영 편'에 출연했던 별은 "팬클럽 회장한테 '팬클럽은 아니지만 노래 부르고 싶다'고 했다. 팬클럽도 가입하겠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그 때 원래 노래를 부르기로 했던 팀이 펑크가 나서 내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들어낸 운명이었지만, 박진영은 별의 노래에 흠뻑 빠졌습니다. 박진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고1이었던 고은인데, (지금 무대를 보니) 내가 그때 왜 뽑았는지 너무 잘 알겠다. 얼굴이 너무 아기 같고 소녀 같은데 거친 허스키한 음성으로 호소력 짙게 노래를 부르더라. 깜짝 놀라서 가수로 뽑았다"고 전했다.

그렇게 박진영의 눈에 들어 가수 연습생 시절을 겪은 별은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학과 재학중이던 2002년 드디어 '데뷔'를 하게 됩니다.

실력파 스타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박진영이었기에 많은 대중이 '믿고 들었던' 별은 당시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부르는 음 하나하나가 청아하고 맑게 울리는 악기 소리 같으면서도 허스키함이 가미된 특별한 목소리였죠.


데뷔하자마자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별의 1집에는 타이틀곡 '12월 32일' 이외에도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곡들이 가득 담겼습니다.

'왜 모르니 / 바보같이 / 어떻게 더 표현을 하니 / 이만하면 내 맘 알 때도 됐는데 왜 모르니' 등 1980~90년대생들의 떼창을 만들 수 있는 2번 트랙 '왜 모르니'는 유유진과 박진영이 작사하고 방시혁이 작곡하고 김승현이 편곡한 곡으로, 당시 여학생들이 귀엽고 또 수줍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고백송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별이 '왜 모르니'로 후속곡 활동을 하면서 귀여운 원피스와 소품을 들고 무대를 꾸민 것 역시 기억에 남네요.

당시 타이틀곡, 후속곡, 삼속곡까지 활동했던 문화와 마찬가지로 이듬해 봄까지 무대를 꾸몄던 별은 3번 트랙 '별의 자리'로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제목과는 달리 2000년대 초반 유행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지미유가 좋아할 것 같은)댄스 비트와 멜로디는 한번 들으면 '아 이 곡!' 하고 떠올릴 수 있는 곡이지만, 가사는 이별의 이야기를 애써 밝게 포장한 내용을 담아냈습니다.

레전드 작사가 심현보가 작사를, 방시혁이 작곡했으며 편곡은 김승현이 했습니다.

또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가수 비와의 듀엣곡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1집 앨범에 수록됐습니다.

JYP사단의 대표 남자가수 비와 이제 막 데뷔하는 JYP의 여자가수 별이 호흡을 맞춘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작사, 작곡, 편곡 모두 방시혁 작곡가가 맡아 만든 곡입니다.

별이 쏟아지는 듯한 효과음 도입부부터 비의 1절, 별의 2절, 별의 코러스가 주가 되는 1절 후렴구와 비의 추임새, 2절 후렴구의 별의 추임새 등 독특한 구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별의 대표 듀엣곡으로 꼽히는 나윤권 피처링의 '안부'와는 또 다른 매력의 풋풋한 곡입니다.


이외에도 전승우 작사·작곡에 김도훈 편곡곡의 정통 발라드곡이자 별 특유의 허스키한 애절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기까진거죠', 별이 작사하고 김도훈이 작·편곡한 '떠나...지마'는 '그냥 보낼 수밖에 / 그래주는 수밖에 / 힘들어도 그러는 수밖에 / 너의 마지막이란 그 말도 그 표정도 나만 간직하고 있을게' 등의 후렴구의 담담한 가사와 멜로디가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도입부를 장식하며 쓸쓸한 가을의 이별 분위기가 가득 담긴 '바보같이'는 박진영이 작사·작곡하고, 방시혁이 편곡한 곡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나레이션 도입부 삽입부터 점점 빨라지는 곡 전개 속에서 날 사랑하지 않아 떠난 그대에게 전하는 마음과 다른 씩씩한 말을 담은 '마음과 다른 말'은 작사 이희승에 작곡과 편곡은 방시혁이 맡았습니다.

'잘해보려고 아무리 해봐도 / 예쁜짓들만 골라서 해봐도 / 모른체하고 짜증만 내는데 어떡하라고'의 가사로 연애의 '을' 입장을 담은 '그가 멀어질 때'는 당시 많은 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곡이기도 합니다. 작사·작곡엔 박진영, 편곡에는 배진렬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마지막 곡은 별이 작사하고 이철원 작곡가가 작곡과 편곡을 맡은 '잊을 수 없네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곡인데요.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계 1세대인 이철원 작곡가의 곡이기에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별의 이별감성이 담겨져 있는 곡입니다.


어느덧 별의 첫 앨범이 나온지도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말만 되면 그의 첫 앨범을, 별의 맑고 청아하면서도 허스키한 양면적 매력이 가득했던 그 보컬이 그리워집니다.

십수년이 지나 누군가의 아내, 세 자녀의 엄마가 된 별. 고1 김고은이 가수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박진영의 팬미팅에 가고, 치열한 트레이닝 속에서 시대가 주목하는 여성 아티스트가 되어 무대 위 밝게 빛났던 '별'의 처음이 풋풋하게 담긴 앨범. 많은 이들에게 각자 다른 의미로 추억 속에 자리잡았겠죠?

일교차가 점점 심해지고 쓸쓸한 겨울이 성큼 다가온 이 때,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덮어줬던 그때 그 앨범 '12월 32일'을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am8191@xportsnews.com / 사진=별 '12월 32일' 앨범, MBC, 엑스포츠뉴스DB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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