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이하 스파르타크)는 러시아 최고 명문이자 디나모 키예프, 파르티잔 베오그라드, 스파르타 프라하 등과 더불어 동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비록 금세기에 이르러, CSKA 모스크바(이하 CSKA), 제니트 상 뻬쩨르부르크, 루빈 카잔 등의 신흥 3강에 러시아 축구의 패권을 물려줬지만, 16번의 자국리그 중 8번을 우승했고 소련 시절에도 연방리그에서 12번을 우승하는 등, 러시아 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남겼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스파르타크는 올랭피크 마르세유와 MSK 칠리나(슬로바키아)를 연파하며 첼시와 F조 공동 선두를 이뤄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동유럽 축구의 자존심을 짊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파르타크의 연승 행진은 첼시와의 F조 최강전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20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2010/11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홈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첼시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스파르타크는 EPL 최강팀을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전반전 유리 지르코프와 니콜라스 아넬카에게 허용한 두 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스파르타크로서 더욱 아쉬운 점은 유리 지르코프(러시아), 페트르 체흐(체크),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세르비아) 등 첼시의 동구권 스타들이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점이다. 이들 동유럽 출신 선수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첼시는 악명 높은 러시아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고 스파르타크는 홈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동유럽 축구의 마지막 불패행진을 마감했다.
첼시의 동유럽 3인방 중 이날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환상적인 선제 득점을 기록한 지르코프였다.
지난 2009년 여름까지, 스파르타크의 라이벌, CSKA에서 활약했던 지르코프는 마치 홈구장에서 경기하듯, 익숙한 몸놀림으로 첼시의 중원에 큰 힘이 되었다. 전반 24분에는 박스 외곽 좌측 25m 지점에서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슈팅을 꽂아 넣어 초반 맹렬했던 스파르타크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애쉴리 콜, 하미레스 등에 밀려 주로 교체로 출전했던 지르코프는 이날 활약에 힘입어 주전 경쟁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르코프처럼, 간만의 모스크바 복귀전을 치른 이바노비치도 이번 승리에 빼놓을 수 없는 수훈 선수다.
올 시즌 오른쪽 풀백과 중앙 수비를 가리지 않고 헌신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이바노비치는 지난 2008년까지 로코모티프 모스크바에서 두 시즌을 보낸 바 있다. 이날은 존 테리의 중앙 수비 파트너로 선발출전, 스파르타크의 후반 역공을 충실히 막아냈다.
그러나 페트르 체흐의 뛰어난 선방이 없었다면, 앞선 두 선수의 활약은 팀 승리의 실패와 함께 그대로 묻힐 뻔했다.
체흐는 전반 14분, 상대 공격수 아리의 감각적인 슈팅을 다리로 막아내며 팀을 선제 실점의 위기에서 구해냈고 후반에도 아리와 아이덴 맥그레이디의 위협적인 슈팅을 선방해내며 스파르타크에 추격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첼시는 조별리그 3연승을 기록, 16강 토너먼트 진출이 유력해졌다. 다음 달 4일, 홈구장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질 스파르타크와의 리턴 매치에서도 이들 동유럽 3인방이 승리의 주역이 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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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