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역대급 승부를 펼친 DRX와 젠지가 공생 관계를 이어간다.
30일 오후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플레이오플 2라운드 DRX와 젠지 이스포츠의 경기가 온라인으로 펼쳐졌다.
이날 플레이오프는 경기 내외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먼저 3세트 후 4세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장애가 발생해 2시간 넘게 경기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라이엇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고였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10.17 패치가 적용된 라이브 서버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인게임적으로도 풍성한 볼거리가 쏟아졌다. 젠지의 '룰러'-'라이프' 듀오는 정규 시즌의 파괴력을 여지없이 자랑했으며 DRX의 '쵸비'는 팀이 승리한 세 번의 세트에서 모두 POG를 가져오며 역대급 '원맨 캐리'의 모습을 선보였다.
7시간이 넘는 치열한 장기전 속에서 결국 웃은 쪽은 DRX였다. DRX는 1대2로 밀리며 시리즈를 내줄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 빠르게 멘탈을 추스르며 남은 2세트를 모두 가져왔다. 이날 승리로 DRX는 LCK 팀 중 가장 먼저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팬들에게 명경기를 선사한 양 팀은 공생 관계를 이어간다. 경기 후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DRX의 김대호 감독은 "결승까지 젠지와 스크림 일정이 이미 많이 잡혀있다"며 결승 준비 계획을 밝혔다. 비록 팬들에게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진행될 DRX와 젠지의 스크림은 여느 스크림보다 치열한 스크림이 될 예정이다.
DRX의 입장에서 스크림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는 찾기 쉽다. 우승하기 위해서는 '담원 파훼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담원 게이밍을 꺾기 위해서는 실전을 방불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체에 힘을 주는 담원과 하체를 강조하는 젠지의 스타일은 조금 다르지만 결승을 준비하는 DRX에게는 젠지와의 스크림은 다양한 전략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탈락한 젠지가 스크림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말은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선발전 준비도 있겠지만 젠지와 담원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계산해보면 더 큰 이유를 알 수 있다. 스프링 준우승-서머 3위로 젠지가 획득한 챔피언십 포인트는 총 140점(70점+70점)이다. 스프링에서 4위를 기록했던 담원이 준우승을 하게 된다면 120점(30점+90점) 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챔피언십 포인트가 가장 높은 팀에게 주어지는 2번 시드가 젠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DRX의 승리를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 된 젠지에게 DRX와의 스크림은 응원을 넘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발전 준비를 위한 스크림을 열심히 하다보면 선발전에 갈 필요가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설사 DRX가 우승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치열하게 진행한 스크림은 선발전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루 전까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던 DRX와 젠지는 이제 서로가 필요한 공생 관계에 놓이게 됐다. 이 기묘한 공생 관계의 끝에 양 팀 모두 웃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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