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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이정현 "우여곡절 많았던 24년, 나를 내려놓는 법 배웠다"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0.08.03 07:30 / 기사수정 2020.08.03 07:0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역을 위해서라면 어떤 변신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스크린 위에 과감하게 펼쳐놓을 수 있는 능력까지 배우 이정현이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를 통해 흥미와 열정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결과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 속 상반기 내내 침체됐던 극장가, 7월 15일 월드와이드로 첫 개봉한 '반도'는 343만 관객을 넘어서며 극장가에 활력을 안긴 선두주자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정현이 있다. 이정현은 '반도'에서 폐허가 된 땅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 역을 연기했다. 좀비와 631부대의 습격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인함을 갖고 있으며, 반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건다.

액션은 물론 딸 준이(이레 분)와 유진(이예원)를 향한 애틋한 모성애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오가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붙든다.

이정현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아서 볼 때부터, '민정의 전투력은 모성애 때문에 생긴 것이구나'라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평범한 어머니들도, 폐허가 된 대한민국 땅에 631부대와 같이 남겨진다면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공감이 됐죠. 그 부분을 관객 분들도 똑같이 느껴주시지 않을까 싶고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폐허 속에서 살아남았고, 괴물로 변해버린 631부대에서 탈출한 인물이니 정말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마음이지 않겠나요. 어떤 일이 눈앞에 닥쳐도 별 반응이 없게 되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그런 인물로 해석했어요. 저 역시도 연기를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힘들게 살아남았다면 목소리조차도 원래의 톤은 아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도 목소리 톤을 많이 누르며 연기한 부분도 있었죠."


'반도'가 공개된 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 중 하나는 민정과 준이, 유진이 함께 하는 카체이싱 장면이다.

"진짜 많이 걱정했는데, 연기하기는 정말 편했죠"라고 웃으며 말을 이은 이정현은 "제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를 테스트 촬영 후 합성해 보여주셨어요. 1년 전부터 준비를 다 해놓으셨더라고요. 631부대와의 추격신도 있는데, 세트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이레, (김)예원이도 즐거워했었죠.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화기애애한 현장이었죠"라고 떠올렸다.

내내 "행복했다"며 '반도'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낸 이정현은 시간이 갈수록 영화 촬영 현장의 즐거움을 더욱 느끼며 그 소중함 역시 잘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해 24년여가 흘렀다. 연기는 물론 세기말을 휩쓸었던 '테크노 여전사' 가수로의 활약, 중국 등 해외 활동에 이어 다시 국내 활동에 복귀해 다양한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이정현은 이 시간들을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하며 담담하게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활동을 하며 많이 주목받았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죠. 우여곡절을 너무 겪어서요.(웃음) 그렇게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큰 기대를 안 하면서 제가 할 일들에 충실해왔어요. 그러니 마음도 편해지고,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뭔가 좋은 일들이 생기면, 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요."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도 전했다. 이정현은 "꿈을 내려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이 일 자체가 워낙 업 앤 다운(UP & DOWN)이 심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잠도 잘 못자고 우울함도 겪고…. 그래서 내려놓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는 요리로 스트레스를 풀었거든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요리를 해주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수다도 떨고 하는 것들이 정말 좋았어요. 취미를 꼭 찾으라고도 말해주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반도'를 보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을 정말 많이 했었다"고 생각했다는 이정현은 "그런데 관객 분들이 많이 극장을 찾아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깜짝 놀랐고, 감사하더라고요. 영화관도 많이 어려운데, 조금이나마 활기를 찾는 데 저희 영화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쁘고요"라며 안도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속, "앞으로 영화 제작이 제대로 안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있었다며 "영화들이 제작을 중단하고, 영화관들까지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며 무서운 마음도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내가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안전하게, 영화들이 꾸준히 잘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죠"라고 소망했다.

'반도' 이후에도 이정현의 차기작 일정은 빼곡히 들어차있다. 현재 '리미트' 촬영 중인 이정현은 이 작품에서 경찰 소은 역을 맡아 유괴된 아이의 부모를 대신해 유괴 사건에 투입되며 범인과 치밀한 심리전을 펼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 9월에는 앞서 촬영을 마쳤던 코믹 스릴러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또 힘든 역할 같다"는 너스레에 이정현은 "콘티대로 정확히 준비가 돼 있어서, 실제로 현장이 많이 힘들지는 않아요"라고 웃으며 "액션이 조금 있어서 고생할 것 같긴 한데, 그 정도 고생은 해야죠"라고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가 돼서도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을 만큼, 연기의 즐거움을 매일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 그다. 이정현은 "'꽃잎'으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정말 연기를 하나도 몰라서 감독님에게 거의 혼나면서 배우다시피 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이렇게 여러 경험이 많아지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하면서 좀 더 표현하는 방법들을 알게 된 것 같아요"라며 "'배우 이정현'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그렇게 계속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라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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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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