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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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시대] '인생은 아름다워' 경수와 태섭이의 아이러니

기사입력 2010.09.28 02:57 / 기사수정 2010.09.28 09:02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의 연예시대] 지난 26일 방영된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청률은 24%를 돌파하는 등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날 정작 방영된 동성 커플인 경수와 태섭이의 모습에 관해 시청자들의 말들이 많다. 정확히는, 그들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나온 반응들이다.

물론 이 둘이 나오는 장면에 대한 말들은 드라마 기획부터, 그리고 드라마 초반부터, 또 지금까지 숱하게 있어왔다. 이유야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야말로 '동성간의 사랑은 안된다'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항의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수와 태섭이의 모습을 예쁘게 보고 싶어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하고, 그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 반대편의 많은 시청자 또한 존재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시청률 안에도 포함되어 있을뿐더러 그들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말이다.

26일 방송으로 비친 경수와 태섭이는 호텔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밤바다를 거닐다 집에 와서 고깔모자를 쓰고 춤을 춘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흐름은 평범하다. 그러나 이날 그들을 예쁘게 보고 있었던 시청자들마저 여러 말이 나온 건 그 이야기보다 그 안의 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는 극중 캐릭터들을 보고 자신에 이입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가장 큰 권한은 드라마를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이다.

때문에 모자를 쓰고 어설픈 춤을 춘 그 장면에 대다수 시청자는 웃기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간 후 김수현 작가는 자신이 원래 전하고 싶었던 의도는 그들의 애달픔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글을 남겨 연출진과 시청자들 간의 박자가 엇나갔다는 걸 보여주었다.

연출이든 대본이든, 보여주는 쪽에서 그런 의도를 갖고 다가왔다 해도 시청자들이 그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면 결국 보여준 쪽에 책임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청자들은 연출진만큼 친절하지도 않을뿐더러 문학소설처럼 하나하나 분석해가며 따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 춤 장면이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나왔던 춤과 비슷한 느낌을 전하려 한 게 아니냐 라는 몇몇 시청자들의 얘기도 있었지만 그 역시 일반 사람들이 아닌 일부를 위한 이야기일 뿐이다. 어찌됐든 그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쯤 되니 경수와 태섭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약간 화가 난 눈치다.

전에도 말이 나왔듯이 어찌됐든 이 둘은 엄연한 커플이고 연인이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계속 어느 선에서 그치는 모습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밤바다를 우울하게 걷다가 갑자기 집에서 춤을 추고 웃다가 갑자기 서로 앉아 죽음을 이야기하는 그들이 모습이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은 왜 갑자기 웃다가 누가 죽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인이라면 더 나아갈 수 있는 그 흐름이 중간에 막혀버리는 어색한 모습들이 계속 이어지자 이젠 이해를 넘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그 하나하나에 숨겨진 모든 의미를 파악하기엔 시청자들은 관대하지도 않고, 그래야 할 의무도 없다. 단지 보이는 장면 장면에서 왜 이들이 뜬금없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인지, 그리고 왜 연인인 이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한마디로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은 그들을 둘러싼 주변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그들을 봐왔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드라마에 이입하기가 조금은 어려울 정도로 와버렸다고 나온 얘기의 이유는 간단하다. 평범한 연인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수와 태섭이를 묶어놓고 있는 그 한계가 방송국 내 사정 때문인지, 세상 밖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여론 때문인지, 아니면 제작진 스스로가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건 지금 경수와 태섭이의 모습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어색해도 이해하고 어쩔 수 없다며 봐왔던 시청자들까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드라마에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는' 권한까지 흔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답답한 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둘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과,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딱 중간에 끼어버린 느낌이다. 그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보던 사람들마저 그들의 모습에 답답해하고 최소한 연인이라는 틀 안도 이입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어찌됐든 제작진들이 신경 써야 할 문제다.

최소한 시청자들에게 정말 경수와 태섭이가 연인이라는 설정을 보여준 이상 말이다.

여전히 경수와 태섭이를 아끼는 시청자들은 그들의 끝을 지켜봐 주고 싶어한다.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이제 사치다.

이해해야 할 필요도, 관대해야 할 필요도 없는 시청자들은 단지 그 둘의 모습이 예쁘고 응원해주고 싶어 같이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그들은, 그들을 이끌어 온 시청자들과 마주서 있는 지금의 경수와 태섭이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며 이젠 안타깝게 느껴진다.

더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다는 그들의 모습과, 그들을 단지 평범하게 바라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말이다.

 



김혜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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