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는 K-리그에서 순위 싸움 못지 않게 개인 타이틀 경쟁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예년과 다르게 국내파 선수들의 맹활약이 눈에 띈다.
팀당 6-7경기씩 남은 현재 득점, 도움 경쟁은 모두 국내파 선수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만약 이것이 그대로 굳어지면 1998년 유상철-정정수(이상 당시 울산) 이후 12년 만에 국내파 선수들이 득점, 도움 타이틀을 싹쓸이하게 된다.
득점왕 경쟁에서는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넣고 있는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가 17골을 넣으면서 13골을 기록중인 에닝요(전북 현대)를 4골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굳게 지켰다. 8월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유병수는 허정무 감독이 부임한 뒤, 4경기에서 무려 5골을 넣어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며 K-리그 데뷔 2년 만의 득점왕 등극을 노리고 있다.
유병수 외에도 국내파 스트라이커들의 분전이 눈길을 끈다. 상위 10명 가운데 국내파 선수는 유병수를 비롯해 김영후(11골, 강원 FC), 이동국(8골, 전북 현대), 김은중(8골, 제주 유나이티드) 등 모두 4명이다. 기껏 해야 2-3명에 불과했던 예년보다 수치 상으로도 향상됐고, 그만큼 선수들의 경쟁력도 좋아졌다.
득점왕에 비해 도움왕 경쟁에서는 더욱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있다. 제주의 살림꾼 구자철이 8개 도움을 기록하며 선두에 올라 있는 가운데 염기훈(수원 삼성)이 7개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상위 10명 가운데 8명이 국내파로 이뤄져 있을 만큼 토종 선수들의 도우미 활약이 눈길을 끈다. 만약 국내파 선수 가운데 어느 누구라도 도움왕을 차지한다면 지난 2004년 대구 FC의 홍순학 이후 6년 만에 '토종 도움왕'에 오르게 된다.
한동안 K-리그는 '외국인 용병 천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 타이틀 싹쓸이가 대단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예년보다 더욱 수준높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그만큼 공격 기회도 많아지고, 공격포인트를 착실하게 쌓는 국내파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 덕에 개인 기록 상위권에 대거 국내파 선수들이 포진할 수 있었고, 타이틀 역시 거머쥘 가능성이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국내파 선수들이 개인 타이틀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12년 만에 싹쓸이하며 토종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시즌 막판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다가올 전망이다.
[사진= 유병수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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