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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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불일치' 강정호, 스스로 생각해도 자격 없다면서

기사입력 2020.06.24 11:37 / 기사수정 2020.06.24 11:41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취재진 앞에 선 강정호는 몇 번이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왜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지, 그 변화의 터가 국내의 그라운드여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강정호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저질렀던 음주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음주 운전 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입건된 2016년 12월, 그로부터 3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 강정호는 사과할 시간이 있지 않았냐는 말에 "KBO 징계와 코로나19 탓에 사과가 늦어졌다"는 동문서답을 할 뿐이었다.

사실상 KBO 복귀를 위한 통과 의례쯤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플래시 세례 속에 고개를 숙인 후의 강정호의 시나리오는 다시 유니폼을 입는 일이었다. 강정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을 걸 감수하고 있다. 질타와 비난을 통해 더 성숙해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를 잘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면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한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것은 아이러니함 뿐이었다. 강정호는 자꾸만 어린이들을 위해서 자신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말을 늘어놨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물론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한다면 나쁠 일은 없지만, 복귀를 타진하면서 부랴부랴 하는 사과에 갑자기 나온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 속이 빤히 보였다.

날 선 질문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물음들이었다. 강정호는 그런대로 답변을 이어나갔지만 진정성이 있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강정호는 자신의 복귀 추진이 "내가 생각해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또 "수없이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어린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꼭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이상한 결론을 지었다.

이기적인 것을 안다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애초 4년이 지나서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힐 필요도 없을 일이었다. 이날도 몇 번이나 나온 이야기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이 더 명확한 메시지가 될 터였다. 그는 자신이 경솔하다고 했던 '야구로 속죄하겠다'라는 문장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뿐, 그는 다른 언어로 또 지금의 이 행보로 '야구로 속죄하겠다' 외쳤다.

역설적이게도 강정호가 리그에 복귀하게 된다면 그와 동시에 그가 말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기회는 사라진다. 대신 세 번이나 법을 어긴 이에 대한 어긋난 관용을 베푸는 세상을 알려줄 뿐이다. 아이들뿐일까. 동료들에게도 그렇다. 혹시 후회를 한다면, 늦어도 한참이 늦었다.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만큼은 강정호의 변화가 궁금하지 않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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