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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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승격만이 능사인가

기사입력 2007.10.30 17:13 / 기사수정 2007.10.30 17:13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내셔널리그, 승격만이 능사인가'

지난 시즌 내셔널 리그 우승팀인 고양 국민은행의 팬들은 다음 시즌 내셔널리그가 아닌 K리그에서 자신의 팀을 볼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그러나 모회사인 국민은행 측은 대주주의 반대를 이유로 들어 승격을 거부했고, 결국 K리그는 여전히 14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 고양의 팬들은 국민은행의 처사에 반발하며 직접 '진짜' 고양팀을 만들겠다며 고양 시민 구단 창단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러한 사태에 한국 실업 축구연맹은 각 팀에 승격에 대한 의지를 묻는 등, 제2의 고양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시즌이 끝나도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로 새 둥지를 트는 팀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즌 시작 전 승격 의사를 밝힌 팀은 안산 할렐루야와 이천 험멜, 서산 오메가 FC 등 총 세 팀. 그러나 현재 안산 할렐루야가 9위, 이천 험멜은 6위, 서산 오메가 FC가 10위로 하위권에 분포하고 있고, 남은 경기에서 전승한다 하더라도 현재 1위인 수원시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대로 수원시청이 우승한다 하더라도 전기리그 우승팀인 울산 현대 미포조선과 챔피언 결정전을 치러야 하지만, 설사 우승한다 치더라도 수원시청은 당장 승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 진흥법의 국회통과가 어려워지면서 공기업을 모기업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내셔널리그팀의 승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승격을 한다 해도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K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수준 차이는 크다. 이는 선수들 간의 실력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처우에 관해서다.

9월 29일 인천 숭의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인천 한국 철도와 INGNEX와의 경기에서 INGNEX 선수들의 유니폼 마킹은 제각각이었다. 기존 선수들과 여름 이적 기간 때 이적한 선수들의 유니폼의 마킹이 각각 다른 색인 것은 물론이고, 선수 유니폼 전면에 새겨진 스폰 마저 선수마다 달랐다. INGNEX는 현재 여수와 연고지 계약이 끝난 뒤 연고지를 찾지 못해 모기업의 이름으로 팀 이름을 대신하고 있다. 전기리그부터 여수 망마 운동장을 쓰지 못해 파주와 상대 팀의 홈 경기장에서 리그를 치르던 INGNEX는 후기리그 들어서도 유랑 생활을 끝내지 못했다.

이런 처우가 INGNEX 한 팀만의 일은 아니다. 얼마 전 짧은 휴가를 다녀온 서산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낡은 숙소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 설상가상으로 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숙소로 복귀한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한동안 근처 여관을 빌려 지내야 했다.

인천 한국철도의 한 선수는 경기 중 상대 선수와의 접촉으로 축구화가 찢어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축구화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낡은 축구화를 계속 신다가 생긴 일이다. 그 선수는 축구화가 찢어졌지만 여분의 축구화가 없어 코치가 대기 선수들에게 사이즈를 수소문한 후 한참 뒤에야 축구화를 갈아 신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수비수인 '김영균'의 유니폼의 마킹은 '영'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빠듯한 구단 살림에 유니폼을 다시 내주기는 어렵다.

이들이 쓰는 경기장의 상태도 마찬가지다. 

인천을 연고로 하는 인천 한국철도는 문학 월드컵 구장이 아닌 숭의 종합 운동장을 쓴다. 숭의 종합 운동장에는 조명탑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잔디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버섯이 피기도 하고 테이블과 의자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선수 대기실도 낡기는 마찬가지다. 운동장엔 대기 선수가 앉을 수 있는 벤치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선수들은 경기장 트랙 주변에 놓인 구조물에 아무렇게나 앉아 경기를 관전하곤 한다.

경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도 주민들이 운동을 하거나 어린 아이들이 운동장 트랙에서 뛰어놀거나 하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며 경기를 보는 장면도 흔히 보인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인천 한국철도만의 일은 아니다. 선수의 보호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 내셔널 리그의 현실이다.

내셔널리그는 당장 K리그의 승격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리그 운영 수준을 K리그와 맞추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이뤄지는 승격은 클럽 자체의 자생력조차 채 갖춰지지 않은 채 자행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K리그에서 도태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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