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배종옥의 쉼없는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펼치는 카리스마 가득한 연기는 물론,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느낀 연기에 대한 생각들을 아낌없이 가르쳐주며 훌륭한 조력자로도 활약 중이다. '여전히 현장이 쉽지 않지만, 그 현장의 부담감조차 에너지로 삼는다'며 넘치는 열정을 보여줬다.
배종옥은 10일 개봉한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에 출연했다.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 분)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
배종옥은 기억을 잃은 채 살인 용의자로 몰린 화자를 연기했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기 위해 특수 분장까지 도전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외적인 모습은 물론, 자식만을 생각하는 가슴 아린 연기까지, 35년 베테랑 연기자의 관록이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특유의 솔직하고 시원한 화법이 매력적인 배종옥은 '결백'부터 연기를 대하는 마음, 여전히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 캐릭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결백'은 시나리오가 재밌었죠"라고 말문을 연 배종옥은 "정말 책장을 열면서 닫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읽었었어요. 노역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뭐 워낙 이 역할 저 역할 많이 했었으니까요"라며 시원하게 웃음 지었다.
분장도 고충이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표현해야 하는 각각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 또한 더욱 쉽지 않았다. 배종옥은 "수시로 모니터를 봤어요. 내가 생각했던 감정으로 연기를 했는데도 제대로 표현이 안 되니까,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가이었죠. 계속 연기할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현장의 공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촬영할 곳을 찾아 걷고 생각하며 캐릭터에 몰입해나갔다.
"제가 연기할 그 장소에 가서 잠도 자고, 커피도 마시고 대본도 보면서 제 일상을 그 공간에서 풀어가죠. 그렇게 하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어요. 그런 감정들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오늘 찍을 감정에 대한 연기를 계속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 디테일한 감정들이 공간에 묻어나게 되는 것이고요. 후배 배우들 역시, 그 공간이 주는 연기의 느낌들을 좀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죠."
'결백'을 통해 후배 신혜선을 비롯, 연기 생활을 함께 해 온 동료 허준호와 호흡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배종옥은 "(신)혜선이는 워낙 자기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어요. '결백'에서는 캐릭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됐죠. 제가 분장한 것도 못 보게 했었거든요"라고 웃으며 "'이 감정은 이것일 것이야'라고 계산하고 연기를 하지만, 처음 본 것과 늘 봐오던 모습을 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보안을 유지하려고 했었죠"라고 털어놓았다.
허준호의 이야기를 꺼내면서는 "진짜 고마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앞서 허준호는 '결백' 언론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결백'을 통해 배종옥과 신혜선의 팬이 됐다"며 이들을 칭찬한 바 있다.
배종옥은 "동년배를 만나면 별 것도 아닌데 의지가 된다"고 너스레를 떨며 "허준호 씨가 정말 멋지게 나이들고 있잖아요. 그런 분이 제게 '연기를 잘했다'고 해주니 정말 감사했죠. 배우가 배우를 평가하는 가치는 또 다르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여전히 현장은 쉽지 않은 곳이다. 배종옥은 "아직까지도 그런 감정이 제게 남아있는 것이 사실 싫지는 않아요. 쉽게 접근하게 되는 현장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현장에서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는 그런 감정들이 올 때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즐기려고 하는 편이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런 감정들까지도 제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어요"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오랜 연기 생활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중이다.
배종옥은 "후배들이 제게 연기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었어요. 실제로 제가 대학교에서 10년 정도 후배들을 가르친 적도 있었고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거든요"라고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이며 "연기를 할 때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들을 저는 다 겪어왔잖아요. 과거의 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라고 전했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냉철하고 지적인 모습을 많이 선보여 온 배종옥이지만, '아직도 보여줄 모습이 많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드러냈다.
배종옥은 "젊었을 때는 진지함에 빠져있던 것 같아요. 뭔가 30대까지만 해도 웃긴 연기는 가볍다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코미디 연기가 정말 하고 싶거든요.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작품이 가벼운 것은 아니니까요. 가벼운 것만 있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진중함도 자리하고 있는 그런 유쾌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죠"라고 얘기했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할 것이다'라고 강조하는 배종옥은 깊은 눈빛으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또 다시 드러냈다.
"지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감사하다는 마음은 물론이고요. '조금 더 잘해야 되겠다'는 여러 생각이 왔다갔다 하죠.(웃음)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어요. 우리가 볼 때 왜 천재 같은 기량을 펼치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그런 배우로 태어나서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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