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13년간 몸 담았던 '친정' 같은 소속사를 나와 자취생의 마음으로 독립한 '나'의 기획사를 설립한 유빈은 어느새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소속 아티스트인 자신의 앨범 전체에 참여하는 제작자 겸 가수가 되었다.
앨범 디자인 폰트부터 사진 위치, 색깔, 프로필, 뮤직비디오 색감 보정까지, 유빈의 손을 안 거친 것이 없다는 신곡 '넵넵'은 21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넵넵'은 '네'라고 하기엔 왠지 눈치가 보이는 사람들, 이른바 '넵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위로 송 같은 곡이다. 특히 유빈이 회사를 설립한 뒤 느꼈던 직장인의 애환을 위트 있게 담아낸 이지리스닝 힙합곡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라는 유빈은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JYP엔터테인먼트 식구들과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회사에 소속돼 있었을 때는 내가 할 것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하나하나 다 해야 하는 줄을 그동안은 몰랐거든요.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셨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JYP 식구들한테 '존경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요. 실제로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조언도 많이 얻었죠."
'넵넵'에는 유빈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만큼 JYP의 이야기도 빠짐 없이 등장한다. 특히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에서는 "I'm freaky freakin` happy I feel 프리 THX JYP but Free now"라는 가사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인터뷰에서 들려준 곡 가사 내용에는 'JYP에선 꿀 빨았지'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승'인 JYP 박진영에게 신곡 '넵넵'을 들려줬냐는 질문에 유빈은 "아직 못 들려드렸어요. 근데 제가 JYP 이야기를 넣었다고 미리 말씀은 드렸어요. 기대하고 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목요일날 나오면 뮤직비디오 꼭 보시겠다고 하셨어요"라며 여전히 끈끈한 의리를 자랑했다.
유빈은 자신이 소속사를 설립하고 운영해 나가면서 누구보다 JYP와 박진영 프로듀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옛날에는 '왜 이렇게 컨펌을 안 내려주시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늦는 이유가 있구나',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그 절차가 이해가 돼요. 왜 그때 더 친절하게 못 해드렸을까를 비롯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이해도 하고 동병상련의 것들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JYP를 나와 소속사를 설립한 것을 '자취'와 '독립'으로 비유한 유빈은 여전히 '친정'의 역할을 해주는 박진영 프로듀서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회사를 나와서 독립한 상태인데도 너무 잘 해주시고 진심어린 조언도 항상 해주시고 신경도 많이 써주세요. 회사를 차리게 되면서도 조언 많이 해주시고 '이거는 체크 해 봤니?' 라고 먼저 이야기 해주시고 '물어볼 것 있으면 물어보라'라고도 해주셨죠. 혜림이랑 함께 하고 있는 것도 응원하고 있다고 해주셨어요. 그런 세심한 신경을 써주시는 면모에 '자취생'이 된 딸을 바라보는 부모님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꾸준하게 연락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속사를 설립한 후 어쩔 수 없이 본업인 가수보다는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의 모습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유빈. 이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을까.
"아쉽다기보다는 신기해요. 최근에 한 영자신문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앨범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고 회사 이야기만 한 거예요. 기분이 너무 신선했어요.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던 기분이었어요. 박진영 PD님이 이런 기분이셨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회사를 소개한다는 그런 자리가 너무 신기해요. 처음이니까 열정도 넘치고 새롭고 지금은 너무 즐겁고 재미 있어요. 여기저기서 '대표님'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아직 오그라들면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요.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르 엔터테인먼트는 Real Recognize Real(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의 약자로 발음은 어렵지만 한 번 들으면 각인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소속사 네임을 정하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니셜로 할까 했는데 YB는 윤도현 선배님이 계시잖아요. 요즘 감성에 좀 신선한 이름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rrr이 나왔는데 제가 딱 원하는 상이었어요. 뜻도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잖아요. '진짜'들만 모여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좀 어렵지 않냐, 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발음은 좀 어려워도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워도 가기로 결정했어요. 또 rrr이 프랑스어로 'the'가 되더라고요. 이것도 뜻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여성 CEO가 진두지휘하는 르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묻자 유빈은 자신의 인생관이기도 한 '즐거움'을 꺼내들었다.
"회사 안에 소속된 아티스트, 직원분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나중에는 신인 양성도 해보고 싶고 현재 활동 중인 아티스트 분들과도 일해보고 싶어요. 가수 뿐 아니라 배우, 방송인, 코미디언 분들 등 다 열려 있어요. 각자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일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수 뿐 아니라 다 방면의 인물들이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유빈에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유빈은 당혹스러워하며 "그렇게까지는 좀 거창한데…, 종합 동아리 정도로 하죠"라고 위트 있게 답했다.
한참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가수' 유빈의 질문도 던졌다. 지난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해 어느덧 14년 차가 된 유빈은 스스로를 어떤 가수로 평가할까.
"참 무난했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PD님을 만났고 좋은 회사를 만난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래도 인복이 있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14년간 그 어렵다는 연예계에서 성공을 하고 다양한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유빈은 자신의 원동력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꼽았다.
"예민하지 않다는 것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둔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나쁜 건 흘려버리는 것 같아요. 안 좋은 건 안 좋은대로, 좋은 건 좋은대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제 원래 성격이기도 하고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는 지금 재밌어'라고 자기 세뇌를 하고 즐기는 편이거든요."
'친정'에서 독립해 서툰 자취를 시작하고 있다는 유빈. 현재는 서툴고 새로이 배워가는 것 투성이라도 언제나 그래왔듯 건강한 마인드로 즐겁게 일하다보면 반드시 생각했던 것들을 이룰 수 있는 르 엔터테인먼트와 아티스트 유빈이 되어있을 터. 신곡 '넵넵'으로 새로이 활동을 시작하는 유빈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am8191@xportsnews.com / 사진=르 엔터테인먼트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