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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를 꺾은 리버풀의 핵심 카드는?

기사입력 2007.02.22 17:05 / 기사수정 2007.02.22 17:05

이학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이학민 기자] 리버풀이 적지에서 펼쳐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의 06/07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이변'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양 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지만, 홈에서 역전패한 바르셀로나의 상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과연 리버풀이 지난 챔피언스리그 '디펜딩챔피언' 바르셀로나를 꺾을 수 있었던 리버풀의 핵심 카드는 무엇이었을까.

수비는 다다익선

그 첫 번째 카드는 '수비'에 있다. 사실 리버풀은 본래 강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전개하는 팀 컬러를 지녔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27라운드까지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8실점)에 이어 첼시와 함께 두 번째로 적은 실점(19실점)만 내줬을 정도.

리버풀 이번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에서도 그들의 장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먼저, 중앙은 수준급 중앙 수비수인 캐러거를 중심으로 덴마크의 신예 수비수 아게르(23)가 함께 포진하여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데코에게 선취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는 선수를 놓치는 실책을 범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고, 문전 앞에서 잦은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얻었던 바르셀로나의 세트 피스를 모두 효과적으로 막아냈던 안정적인 중앙 수비라인이었다.

또 좌우 측면에서도 스페인의 데포르티보에서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된 아르벨로아가 반대편의 리세와 함께 상대의 크로스를 사전에 차단하고 드리블 돌파를 하지 못하게 방어했다.

물론 그에 앞서 모하메드 시소코와 샤비 알론소의 강력한 중원 압박이 수반되었으며 오른쪽 측면 윙백을 주로 보는 피넌이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 좌우 풀백들과 함께 호나우딩요를 비롯한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을 이중 삼중으로 막으며 고립시켰다.

수비 숫자를 많이 두면서 공간을 내주지 않고, 개인기가 좋은 바르셀로나 공격수들의 드리블의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여러 명의 수비수가 일제히 방어해 바르셀로나 특유의 빠르고 화려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서두름은 금물

리버풀은 이번 경기에서 두 가지의 명확한 교훈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먼저, 축구의 승부는 주도권이 전부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고, 또 한 가지는 '기다리는 팀'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바르셀로나를 격침하는 데에 활용한 두 번째 카드다.

리버풀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잡지 못하고 수비 진영에 머무르며 원정팀다운 면모를 톡톡히 보였다. 결과적으로 많은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도 두 골을 뽑아내며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지속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이 주요한 것이다.

만일 리버풀이 선취골 실점 이후나 동점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전개했다면 오히려 공격력이 탁월한 바르셀로나에 충분히 기회를 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리버풀은 서두르지 않았고 곧 그것이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90분 안에 증명해냈다.

리버풀의 침착한 판단과 기다림의 미학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선사할 수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승리를 가져가는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상대의 실수를 이용하라.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에 가장 주요한 카드라면 역시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점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상대의 실수를 기회로 역이용하는 것만큼 손쉬운 승리의 방정식도 없을 것이기에 이러한 리버풀의 패턴은 더욱 성공적으로 다가온다.

리버풀은 두 번의 골 장면에서 모두 바르셀로나의 실책성 수비를 득점으로 연결한 모습이었다. 동점골 장면에서는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가 벨라미의 헤딩을 안정적인 펀칭이나 골문 밖에서의 캐칭을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찬스를 놓치지 않은 리버풀로서는 상대의 실수를 이용해 골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역전골 역시 발데스 골키퍼와 수비수 마르케스의 어설픈 볼 처리를 기민한 움직임으로 캐치하며 득점으로 연결하게 한 벨라미와 리세의 콤비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상대가 유발하는 실수를 기회로 이용한 리버풀의 공격이 이번 경기에서 완벽히 유해했으며 원정의 불리함을 안고 싸운 적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카드가 되었다.

2차전의 카드는?

홈에서 펼쳐질 2차전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초반부터 거센 반격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력을 강점으로 하는 리버풀로서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오는 리턴 매치에서도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원정 경기에서도 득점을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바르셀로나가 2차전이 펼쳐지는 3월 6일(한국 시각)까지는 주 공격수 에투가 정상 컨디션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강력한 공력력을 가지고 리버풀의 홈구장 앤필드를 찾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바르셀로나의 창 끝의 세기를 우려할 리버풀은 이번 1차전에서처럼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단조로운 패턴을 이어갈 확률이 높은 데, 만일 리버풀이 홈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선취골을 기록한다면 바르셀로나로서는 더더욱 어려움을 맞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리버풀 입장에서도 2차전을 안정적인 수비로 일관하면서도 호시탐탐 바르셀로나의 추격 의지를 꺾어 놓을 '한 방'을 장전할 것이다.

과연 또 한 번 '핵심 카드'를 활용하여 리버풀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혹은 바르셀로나가 적지에서 거센 반격으로 승리를 얻어낼지. 벌써 그들의 2차전이 기다려진다.



이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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