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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이하윤 치어리더 "한화 이기면 눈물? 저도 팬이니까요"

기사입력 2020.04.10 19:00 / 기사수정 2020.04.10 18:53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사촌오빠를 응원하기 위해서, 야구와 응원이 재미있어서 야구장을 찾았던 소녀는 이제 자신이 앉아있던 그 자리의 반대편에 서서 한화 이글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이끈다. 

2017년 데뷔해 올해로 치어리더 4년 차가 된 이하윤 치어리더는 올 시즌 대만 프로야구의 라쿠텐 몽키스와도 계약하며 '1호 해외 진출 치어리더'가 됐다. 해외를 오가며 두 팀의 응원을 병행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예고되어 있지만, 그래도 이하윤 치어리더는 "힘들어도 좋으니 빨리 야구가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웃는다. '대한민국 대표'라 하기에 손색이 없는 야구에 대한 진심, 그리고 한화 이글스를 향한 애정이다.

-지금이 제일 바빠야 할 시기인데, 심심할 거 같기도 하고 당황스러울 거 같기도 해요.
▲맞아요. 처음에는 앞으로 몇 달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할까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개인 방송을 시작했어요. 휴식기에 개인 방송 하면서 수입도 벌고 팬분들과 다른 곳에서 소통을 하는 상황입니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3월 초부터 시작을 하게 됐어요. 치어리더로서는 이미 야구장에서 많이 보셨으니까, 치어리더 이야기보다는 사람 이하윤, BJ 이하윤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치어리더는 혹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제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한화 이글스 '수리' 아르바이트생이었어요. 저는 춤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시급을 먼저 물어봤죠. 하하. 시급이 괜찮아서 처음으로 야구장 알바를 하게 됐어요. 그때 김유진 실장님을 만나게 됐어요. 처음엔 치어리더 하라고는 안 하셨고 한 번씩 와줄 수 있겠냐고 했는데 다른 팀장님이 키를 물어보시더니 치어리더 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실장님도 좋게 받아주셨고요. 그 이후로 엄청 빠르게 진행이 됐죠. 원래는 연습 기간이 길다고 들었는데, 일주일도 안 하고 데뷔를 하게 됐어요.

-고민은 안 했어요?
▲엄청 고민했어요. 무대에 서는 건 좋아하지만 나랑 안 맞는 거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외적으로 보이는 게 많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천부적으로 말라야 가능한 직업인 것 같아서 체격도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축구도 하고 하체 쓰는 운동을 좋아했거든요. 아빠는 좋아하시더라고요.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냐' 하고. 결국 후회하더라도 하고 그만두자는 심산으로 했는데, 엄마는 걱정을 많이 하셨죠. 그때가 2017년 6월 30일, 딱 스무 살 때였어요.

-원래 한화 이글스를 좋아했다고 알고 있어요. 김회성 선수와는 사촌지간이라고요.
▲고1 때부터 야구에 맛이 들었어요. 사촌오빠가 야구선수다 보니까 응원하러 많이 왔었는데, 응원석에 앉아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맨날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야구장 오고 그랬어요. '나는 치어리더는 좀 아니지 않나' 했는데 하게 됐죠. 사는 곳이 대전이라 '대전의 딸'이 되어버렸네요.

-치어리더 하기 전에 TV 중계에 잡히기도 한 걸 봤어요.
▲맞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때도 친구랑 시험 끝나고 왔었는데 카메라가 코앞에 있어서 일부러 안 쳐다봤거든요. 야구 볼 땐 핸드폰을 잘 안 보는데 끝나고 보니까 난리가 난 거예요. '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더라고요. 데뷔하고 나서 '성덕'으로 더 관심을 받더라고요. 좋은 이미지로 보여서 감사하고 다행이에요. 그때는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요.


-하은에서 하윤으로 개명을 했는데, 바꾸게 된 사연을 얘기해줄 수 있나요.

▲재미 삼아 사주 집에 갔다가 이름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이후에 철학원 세 군데를 더 돌았는데 다 이름이 안 좋다고 똑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간 철학원에서 이름을 받아서 골랐어요. 개명한 게 더 나은 거 같기도 해요.

-왜 개명한 게 나은 거 같아요?
▲개명하고 일복이 좀 터진 거 같아요(웃음). 그런 게 있나 봐요. 안 믿고 싶은데, 하은이었을 때는 되려고 했던 일도 안 된 게 많았거든요. 금전적으로도 될 만한 일을 하려다가도 안 된 적도 있었고요. 근데 이름 바꾸고 대만 진출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 일이 좀 많이 생겨나면서 믿고 싶진 않은데 믿게 되더라고요.

-치어리더 일은 막상 해보니까 어떤가요.
▲힘들긴 해도 경기가 시작하고, 단상에 올라가면 치어리더라고 생각이 안 들어요. 저도 관중 같아요. 경기 중보다 경기 끝나고가 좀 힘들지만 경기하는 그 세네 시간 때문에 버티는 것 같아요. 야구는 경기가 거의 맨날 있잖아요. 쉴 새 없이 지나가다 보니까 3년을 한 것 같아요.

-최초의 해외 진출 치어리더가 됐어요.
▲최초로 가는 건 맞지만 그 타이틀이 굉장히 부담스럽긴 해요. 돈 때문에 가는 거다 오해도 있었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고 그냥 커리어를 쌓는다는 게 더 컸어요. 개인적으로 해외에서의 커리어가 되게 크다고 생각했어요. 한국과 해외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나도 알리고, 나로 인해 한국 스포츠도 조금은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다고 했죠.

-라쿠텐 몽키스에서 제의가 먼저 온 건가요?
▲네, 제의가 와서 회사 측과 먼저 얘기를 했고 회사에서 저한테 얘기를 해줬죠. 고민도 안 하고 '저야 좋죠' 하고 한다고 하긴 했는데, 후폭풍이 걱정되긴 했어요. 그때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고요. 팬분들이 한화를 아예 떠나서 대만에서 생활하는 줄 알고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해명 기사가 나오긴 했는데, 처음에는 오해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럼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한화는 한화대로 원래 작년처럼 원래 스케줄대로, 대만은 모든 경기를 다 뛰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경기에만 가요. 대만 쪽은 치어리더가 굉장히 많아요. 그 팀이 제일 많긴 한데 스물 네 명 정도였어요. 전 소속은 되어 있되 모든 경기를 참여하지는 않아요. 중요한 경기 몇 경기 정도만 초청 식으로 뛰는 거죠. 한화 스케줄이랑은 크게 부딪히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럼 시즌 중에 왔다 갔다를 해야 하는데, 체력적으로도 되게 부담일 수도 있겠어요.
▲네, 그래서 지금 매우 걱정이에요(웃음).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해외를 가본 적도 많이 없고. 비행기 타고 해외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게 걱정이긴 해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으니까 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올해로 치어리더 4년 차인데,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 있어요?

▲재작년 가을야구요. 마지막 경기에서 제일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제가 눈물이 진짜 많거든요. 툭하면 울어요. 하하. 끝내기 쳐도 울고, 이겨도 울고. 근데 이게 진짜 팬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팬분들도 앞에서 우세요. 그럼 저도 덩달아 울어요. 연패하다가 하루 이기면 그 하루에 난리가 나잖아요? 그 난리 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한 번 이겼는데 우승한 것처럼 행복해 해주시는 게. 저랑 마음이 똑같아요. 특히 회성이 오빠가 끝내기 친 건 다 기억에 남고요. 근데 가을야구가 제일 행복의 눈물이었던 거 같아요. 슬픔의 눈물이 아닌 행복의 눈물.

-재작년에 한화가 가을야구 네 경기를 했는데.
▲고척에서 마지막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때 화도 많이 나고 너무 아쉬웠어요. 미칠 듯이 아쉬웠어요.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오려나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왜 우릴 안 도와줬을까, 기적이 일어나주길 바랐는데 그러질 못해서 그때가 제일 아쉬웠던 거 같아요. 

-치어리더만큼 팬들을 가까이서 보는 직업도 없죠.
▲소름 돋아요. 이글스파크가 '사람 많다' 정도라면 잠실은 가면 소름이 끼쳐요. 그냥 선수 응원가를 하더라도 팔이 몇천 개가 움직이잖아요. 보고 있으면 소름 끼치긴 하죠. 징그럽다는 게 아니라, 정말 소름이 끼쳐요. 이 많은 사람이 야구 하나 때문에 여기 있는 거잖아요.

-사실 지금이 날씨도 그렇고 응원하기 좋은 때잖아요. 올해는 두 팀을 뛰어야 하니 기대 반 걱정 반일 것 같아요.
▲맞아요, 더워지기 전이니까 슬슬 하기 좋은 때인데 이런 날씨에 집에만 있으니(웃음). 이러다가 정말 겨울 야구를 하게 생겼으니 아쉽죠. 빨리 했으면 좋겠는데. 두 팀을 뛰어야 하는 게 걱정은 되는데 일단 지금은 하루하루 빨리하고 싶은, 힘들어도 좋으니까 활동적인 걸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야구를 기다려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첫 번째로 건강을 잘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만나야 더 즐겁고 행복한 거니까요. 언제 열릴지 모르겠지만, 개막이 다가왔을 때 아껴뒀던 체력을 더 발휘해서 배로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기다렸던 만큼 더 열심히 응원할 거고, 선수분들도 분명 그럴 테니까요. 


eunhwe@xportsnews.com / 사진=대전,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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