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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메시 결장' 해프닝, 바르사의 꿈을 꺾다

기사입력 2010.08.04 09:39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최근 프리메라리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상업적 성공을 본받아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는 일부 경기 시간을 아시아 시간대에 맞게 변경하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참가하는 아시아 클럽 초청 대회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는 바르셀로나의 아시아투어 역시 이런 취지에서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 개척을 꿈꾸며 야심 차게 시작했던 바르셀로나의 이번 투어는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대실패로 돌아갈 듯하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착각은 이번 아시아 투어를 그야말로 '돈 받으면서 훈련도 하는' 일석이조의 전지훈련쯤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면 '아시아 관광'쯤?

이번 내한은 아시아 지역에 바르셀로나를 홍보하기 위한 '투어'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정서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프로다운 최선을 다한 팬서비스를 해야 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2007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던 맨유를 떠올려 보자. 맨유도 방한 당시 뒷말이 없지는 않았다. K-리그 일정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방한으로 빈축을 샀고, 현실적이지 못한 빡빡한 스케줄과 지나친 돈벌이 행사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아직도 팬들 사이에 거론되는 마케다의 세레모니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만큼은 모든 행사에서 프로다운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팬들과의 만남이나 인터뷰에 성의있는 자세로 임했고, 장거리 비행으로 피곤한 상태에서도 한강 공원 등지에서 열린 축구클리닉에서 웃는 얼굴로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는 등 깔끔한 매너와 적극적인 팬 서비스로 이미지 마케팅을 펼쳤다.

두 번의 FC서울과의 친선경기 시작 전에는 선수들이 팬들의 환호와 촬영에 일일이 답례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정리훈련을 지켜보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 팬들에게 인사하며 섬김의 자세를 보여줬다.

이런 팬서비스 덕분에 맨유는 많은 비난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에 못지않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방한 일정을 마칠 수 있었고, 한국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방한 후 지금까지 했던 행적은 결코 맨유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게 사실이다.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착각은 카탈루냐 홈팬들의 자신들을 향한 열정처럼 한국팬들도 바르셀로나라는 팀 자체에 절대적인 성원을 보내줄 것이라 믿었던 점이다.

그러나 열성적인 바르셀로나 팬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축구팬들에게는 '메시와 챠비가 뛰는 바르셀로나'이지 '바르셀로나에 뛰는 메시와 챠비'가 아니다. 맨유가 냉정하게 얘기해 한국에서만큼은 '박지성이 뛰는 맨유'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는 클럽의 명성을 믿고 너무 오만방자하게 행동했다.

당초 최정예 멤버로 방한할 것이라던 바르셀로나는 은근슬쩍 월드컵에 참가했던 스페인 대표팀 선수 8명을 방한 명단에서 제외했다. 스페인 언론을 통해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국내에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어났다.

이에 이번 올스타전 주관사는 바르셀로나에 국내 여론을 전했고, 그때도 바르사는 '스페인 언론의 추측성 보도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한국 사정이 그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다'라며 최대한 많은 1군 선수를 데려가겠다고 대처할 뿐이었다.

그러나 추측이나 과대해석이라던 일은 모두 사실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페인 대표팀 8명 외에 청소년 대표팀 차출로 방한 확정 선수라던 보얀까지 명단에서 제외됐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1.5군도 안 되는 '속 빈 강정'으로 내한했다.

방한 후 태도도 문제가 됐다. 선수들은 한국 도착 후 성의없는 자세로 일관했다. 메시는 기자회견 내내 피곤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무성의한 답변을 이어갔고, 알베스는 한국과 북한을 혼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내한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특히 K-리그 올스타전에 자신들이 초청된 것임에도 K-리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의 언급도 없었다.

불안하던 상황 속에서 결국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K-리그 올스타전에 메시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으로 뇌관을 건드렸다. 메시의 결장 소식에 한국 팬들의 불만은 폭발하고 말았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바르셀로나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비난과 대규모 환불 사태 움직임이 일자 이에 주관사와 구단 측이 부랴부랴 회의를 열어 과르디올라 감독의 메시 출장 불가 선언 5시간 만에 '메시는 올스타전에 뛴다'라고 말을 바꿨다.

특히 메시의 출장 여부에는 거액의 위약금도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과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그제야 진화에 나선 바르셀로나의 태도는 너무 속이 보인다.
 
이제 한국팬들은 메시가 이번 경기에 뛰는 것이 계약 때문이지, 축구를 향한 그의 진지한 열정 때문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과연 메시의 드리블과 슈팅이 한국 팬들에게 얼마나 감흥을 줄지 의문이다. 우리가 보고 싶던 것은 그 화려한 플레이 속에 녹아있는 '뜨거운 가슴'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내한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2010년 8월 4일 한국에서 뛰는 바르셀로나와 메시는 매력을 잃었다.

메시가 피곤했다지만, 우리는 바르셀로나와 메시를 공짜로 부른 게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주관사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한국에 왔다. 그 돈을 메워주기 위해 축구팬들은 10만 원이 넘는 티켓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바르셀로나라는 '꿈'을 만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하며 용돈을 모아 찾아오는 어린 팬들이다.

바르셀로나는 그들의 꿈을 우습게 본 대가로, 자신들의 아시아 시장, 적어도 한국 시장의 적극적인 개척의 꿈은 당분간 포기해야 할 입장이 돼버렸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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