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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에이전트] ⑦ 어린 유망주가 흙바닥에서 뛰는 이유

기사입력 2010.08.02 14:49 / 기사수정 2010.08.02 15:35

전유제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유제 기자] 대한민국 축구에 경사가 났습니다.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이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더니 이제는 어린 태극 낭자들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에서 우리 태극 낭자들은 세계 강호들을 꺾어 4강에 진출했고, 3-4위전에서 콜롬비아를 1-0으로 눌러 당당히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가 FIFA가 주관한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며 앞으로의 여자 축구 발전과 인프라 구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광 뒤에 가려진 우리 여자 축구 현실은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초중고 포함 등록 선수가 불과 1404명에 불과하며 교육 기반마저 저조합니다. 어서 빨리 어린 후배 양성에 힘을 써야 하지만 예산부족과 무관심에 등을 돌리기 십상입니다. 어렵게 선수를 프로 무대를 밟게 했으면 뭐 합니까? 실제로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프로 선수가 됐으면 자신을 키워주고 이 자리를 있게 한 학교, 팀, 단체에 조그마한 보상이 돌아갑니다.

바로 Training Compensation(훈련 보상금)과 Solidarity Mechanism(연대 기부금)이 그 주인공입니다.

Training Compensation (훈련 보상금) 이란??

Training Compensation(이하 TC)는 말 그대로 선수를 잘 훈련 시켜줬으니 그만큼 보상을 해주겠다는 뜻으로 돈의 일부를 떼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돈거래를 하지 않겠죠. 모든 돈거래가 그러하겠지만 이 역시 적정한 기준을 세워놓고 이에 부합해야만 제공합니다.

아마추어 팀(클럽,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프로로 지명받은 선수는 굉장히 실력이 뛰어나거나 잠재력이 큰 선수들입니다. 팀의 운명과 미래가 걸려 있는 신인 선수 발굴은 프로팀에 있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죠. 따라서 보이지 않는 눈치와 경쟁을 하게 됩니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자신의 프로팀으로 진정한 프로 축구선수가 된 선수가 고맙고 건강하게 잘 키워준(?) 학교 및 클럽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처럼 프로 첫 계약이 성사되거나 해외 이적이 추진됐을 때 New Club은 이전클럽(학교 포함)인 Former Club에 TC를 제공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선수나이가 만 23세 될 때까지 TC를 제공하고 만 12세부터 만 21세까지 훈련 시킨 클럽(학교 포함)에 TC를 제공합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박지성은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교토 퍼플상가(00.6~02.12)-PSV(02.12~05.6)-맨유(05.6~)를 거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습니다.

여기서 프로 첫 계약은 교토에서 이루어졌고 당시 나이가 19세이니 자연스럽게 TC가 이루어집니다. 교토는 만 12세부터인 안용중, 수원공고, 명지대에 TC를 반드시 제공해야 합니다. 팀마다 훈련비용(비공개)이 책정되어 있고 연수가 곱해지며 계산됩니다.

쉽게 생각해서 교토의 훈련 비용이 100원이라면 100*2(명지대 2년 중퇴)=200원을 명지대에 주고, 수원공고에는 100*3=300원을 줘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그럼 여기서 문제! 박지성이 PSV로 이적했을 때 교토에 TC를 지급해야 할까요? 아니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까요? 정답은 바로 지급해야 한다 입니다. 교토에서 박지성은 19세~21세였기 때문에 충분히 TC를 받아야 하죠. 그러나 두 번째 TC부터는 앞 구단에만 지불하면 됩니다. PSV는 교토에서 뛴 2년 반에 해당하는, 즉 PSV의 훈련 비용의 2.5배를 지불합니다. 프로 첫 계약은 아니지만 해외 이적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맨유로 이적할 때는 TC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외이적이긴 하지만 나이가 걸리기 때문이죠. 박지성이 24세때 맨유로 이적했기 때문에 TC지급 나이 적용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TC는 이전 구단에게는 돈벌이(?)로 또 후배 양성을 위한 예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굉장히 유용합니다.

Solidarity Mechanism(연대 기부금) 이란?

Solidarity Mechanism(이하 SM) 역시 위의 TC와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SM을 받는 나이가 TC인 경우 12세~21세였다면 SM은 2년 더 늘어 12세~23세까지입니다. 또 반드시 이적료가 발생해야지 오고 가는 것이 SM입니다.

이적료와 관련해서는 이번에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필요하시다면(http://xportsnews.hankyung.com/?ac=article_view&entry_id=122416)를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적료가 발생했다는 것은 팀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전 팀에 돈이 돌아가야 하고 그 기준은 나이마다 다릅니다. 만 33세까지 FA가 아닌 이상 이적료가 발생합니다. 이 이적료의 5%는 무조건 SM으로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5%를 나이에 맞게 분배해서 나누어 가진다고 이해하시면 빠를 듯합니다.

5%의 SM 중 만 12세~만 15세까지는 5%씩(전체 이적료의 0.25%)을 나누어 갖고 만 16세부터 만 23세까지는 10%씩(전체 이적료의 0.5%)을 나누어 갖습니다. 이는 새로 이적하는 New Club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고 해당 기간 내에 이전 구단인 Former Club이 요청이 있으면 즉시 지불해야 합니다.



TC와 SM, 몰라서 못 받는다.

TC와 SM은 피파 에이전트의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아무래도 돈이 오가는 문제이다 보니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교에 무엇인가 해 줄 수 있는 뿌듯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에이전트 시험에 단골 출제되기도 하고 가장 분쟁이 많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파 에이전트가 아닌 일반인 중 TC와 SM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생소한 용어에 축구 이면에 보이지 않는 돈거래가 오고 가니 알고 있다고 해도 뭔가 찝찝해 하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박지성의 SM 문제를 해결한 이용민 에이전트는 "피파 규정을 들고 학교(수원공고)에 찾아가니 전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박지성 선수에 대해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 충분히 설명시켜 드리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이러한 체계를 아는 사람이 몇 없기에 더더욱 받을 수 있는 돈을 오히려 묻혀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FIFA 규정상 18개월 이내에 선수와 구단 간 TC, SM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훈련 시킨 국가 협회(축구 발전 목적)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용민 에이전트는 "박지성의 SM으로 수원공고에 적지 않은 돈이 돌아갔다. 학교 측에서 굉장히 고마워했고 축구부 발전에 큰 보탬이 된 것으로 안다"며 말했습니다.

이처럼 피파 에이전트의 세계는 남들은 모르는 무언가 특별한 전문성이 있습니다. 그만큼 에이전트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에이전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 축구의 위상과 축구 인프라가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반가울 따름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다시 한번 국가 대표팀이 소집됩니다. 오는 8월 11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 대표팀과의 평가전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2-2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나이지리아를 맞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직력을 갖춘 다음에 맞붙는다면 더 높은 승률이 있을 것 같은데 해외파는 해외에서, 국내파는 국내에서 프로팀에 몸답고 있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정답은 선수들은 경기가 열리기 48시간 전에 소집됩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선수 차출 문제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여자 축구 대표팀, 박지성 ⓒ KFA 제공, 엑스포츠뉴스 DB]

 


 



전유제 기자 magic@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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