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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생가 보존? 제가 죽은 후에"…솔직하게 전한 '기생충' 이야기 [엑's 이슈]

기사입력 2020.02.19 19:10 / 기사수정 2020.02.19 16:3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아카데미 4관왕 후 다시 뭉쳐 기자회견을 열고 '기생충'과 함께 하는 여정을 마무리했다. '기생충'과 자신을 둘러싼 이슈까지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제작자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최우식은 영화 촬영 일정 관계로 자리하지 못했다.

'기생충'은 지난 10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9일 기준 19개의 해외 영화제와 155개의 해외 시상식 수상 등 총 174개를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해 4월 22일, '기생충'을 알리는 첫 공식석상이었던 제작보고회 당시를 떠올리며 "여기서 작년에 제작보고회를 한지가 1년이 돼간다. 그만큼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이곳에 다시 오게 됐다. 기분이 묘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상식 후 12일 배우와 스태프들이 먼저 귀국했고, 4일 뒤인 16일 수많은 인파의 축하 속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았던 봉준호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육체적·정신적·체력적으로 완전히 방전이 돼서 간신히 기내식을 먹고 10시간 동안 계속 잤다"고 떠올렸다. 또 "착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에 일어나서 눈을 떴다. 뭔가 좀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적인 문구도 한 번 남겨보고 그래야하는데 여력이 전혀 없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오스카 레이스를 하며) 자세히 세보진 않았지만 인터뷰 600회 이상, 관객과의 대화 100회 이상을 한 것 같다"고 회상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촬영보다 긴 오스카 캠페인을 소화했고, 이렇게 막을 내리니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끝이 나는구나' 싶은 것 같다. 행복한 마무리라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다.




▲ "'기생충' 흑백판, 섬세한 연기 디테일 느낄 수 있어"

이날 봉준호 감독은 오는 26일 개봉하는 '기생충' 흑백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 때도 흑백판을 만들었었다. 제가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내가 만약 1930년대를 살고 있고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었다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영화적 호기심이 있다"면서 "흑백판은 두 번 정도 봤고, 로테르담 영화제 때도 선보였다. 컬러가 사라진 것 외에는 똑같은데 다른 느낌이 있다. 보시는 분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로테르담 영화제 때, '흑백으로 보니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 말의 의미를 더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배우 분들의 섬세한 연기의 디테일이나 뉘앙스들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고, 알록달록한 컬러들이 사라지니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 "'기생충' 드라마화, 꽤 시간 걸릴 것"

미국 HBO에서 제작 예정인 드라마판 '기생충'도 언급했다. 앞서 콜라이더 등 미국 매체들이 '기생충' 드라마에 마크 러팔로와 틸다 스윈튼 등의 출연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받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에피소드를 연출하실 감독님을 찾을 예정이고, '빅쇼트'의 아담 맥케이가 작가로 참여한다"고 얘기했다. 또 "'기생충'이 갖고 있는 주제 의식, 동시대의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블랙 코미디, 범죄드라마 형식으로 깊게 들어갈 것 같다. 현지에서는 리미티드 시리즈라는 명칭을 쓰는데, 시즌제로 가는 것이 아닌 5~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완성도 높은 시리즈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 러팔로, 틸다 스윈튼의 캐스팅 물망에 대해서도 "너무 이른 기사였다. 공식적인 내용은 아니고, 이번 5월에 '설국열차'의 TV 시리즈가 5년 만에 방송되는데 '기생충' 드라마도 그 정도로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 "봉준호 동상 제작·생가 보존? 제가 죽은 후에…"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낭보 후 일각에서 들려오는 봉준호 동상 제작과 생가 보존 등에 대한 궁금증에도 특유의 소탈함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런 얘기는 제가 죽은 후에 해 달라"고 웃으며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라'하는 마음으로, 그런 내용이 담긴 기사들은 그냥 보고 넘기고 있다. 제가 딱히 더 할 말은 없다"고 쑥스럽게 다시 웃음 지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 당시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존경의 뜻을 전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에게 편지를 받은 사연도 전하며 "그동안 제가 일을 많이 했다. 좀 쉬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쉬지 말라고 하셔서…"라고 말을 줄이며 다시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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