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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부산고 1학년 정현의 못말리는 야구사랑

기사입력 2010.07.26 09:39 / 기사수정 2010.07.26 09:39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구덕, 김현희 객원기자]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보는 만화책 중 하나가 바로 '4번 타자 왕종훈'일 것이다. 야구 초보인 1학년 왕종훈이 야구 명문 영흥고등학교에서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많은 야구팬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 왕종훈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훌륭한 선수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것. 학생야구 특성상 1학년이 주전 선수로 나설 수 있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점을 반추해 보았을 때 1학년 ‘왕종훈’이 흘린 땀과 눈물은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왕종훈’이 화랑대기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부산고 1학년 유격수 정현(16).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고교 좌완 에이스 유창식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내는 등 ‘겁없는 신예’다운 모습을 드러낸 정현은 청룡기 대회에서도 팀을 4강으로 이끈 주역이다. 지금의 활약도 놀랍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1학년이기에 더욱 기대되는 유망주이기도 하다. 청룡기 대회까지 부산고 라인업에서 유일한 1학년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 지난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만난 정현. 그는 송주은(사진 우측)과 함께 부산고 1학년 듀오로 촉망받는 유망주다.

부산고 차정환 코치, “정현, 1학년 답지 않은 선수”

그러나 정현은 올 시즌 화랑대기를 앞두고 맹장수술을 받아 김민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물론, 1회전 원주고와의 경기 전에 수술이 끝나 정현의 몸 상태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민호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사실, (정)현이가 맹장수술 받는 순간부터 감독님께서 화랑대기를 치르는 동안만큼은 (정)현이를 없는 샘 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술 후유증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수를 무리시키지 말자는 생각이 확고하셨습니다.” 정현의 맹장수술 소식을 보고했던 부산고 차정환 코치의 말이다. 팀 내야의 핵심인 정현이 빠질 경우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지만, 선수 보호가 우선이었던 김 감독은 정현에게 무조건 휴식을 명했다고 한다.

이에 차정환 코치 역시 정현을 향하여 “절대 그라운드로 들어오지 말고, 무조건 쉬어라!”라고 명령했다. 그것으로 정현의 화랑대기 진출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런데 야구장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계속 대리석 의자에 손을 짚고 뭔가를 하는 거였습니다. 누가 저런 정신 나간 행동을 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정)현이였습니다. 아, 글쎄 이 친구가 운동장 한 켠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지 뭡니까.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저나 감독님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고 소리 나지 않는 공으로 배팅 연습까지 하더랍니다.”

이에 차정환 코치는 원주고전을 앞두고 김민호 감독에게 정현에 대한 보고를 했다. 그렇지만, 선수 보호가 우선이었던 김민호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차 코치의 보고를 받자마자 “차 코치! (정현이를) 없는 셈 치차니까!”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국, 정현은 1회전 원주고와의 경기에서 출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에 출전하고자 하는 정현의 고집은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맹장수술 받은 후 줄곧 연습에 임했던 정현은 결국 차정환 코치로부터 연습장 입성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일단 타격 상태를 보려고 프리 배팅을 시켰는데, 이게 웬걸! 외야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야! 너 정말 괜찮노?’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겁니다. 그래서 개성고전을 앞두고 감독님께 보고를 드렸지요.” 심상치 않은 정현의 프리 베팅을 지켜 본 차정환 코치의 말이었다.

개성고와의 화랑대기 16강전,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결국, 김 감독도 정현의 투지 앞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러나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에 정현을 둘 수 없었는지, 이번에는 차 코치에게 “그럼 정현이를 1루를 보게 하자.”라고 제안하면서, 베팅 오더를 작성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때 제가 감독님께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하고, 안 할 거면 확실히 빼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이렇게 말씀드리자마자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그렇지? 그렇게 하는 게 맞겠지?’라면서 (정)현이를 유격수로 넣고 베팅 오더를 작성하셨습니다.”



▲ 전국 고교야구를 살펴보아도 정현만큼 공-수-주를 겸비한 타자도 드물다.

이렇게 ‘못 말리는 야구사랑’을 자랑했던 정현은 개성고와의 16강전에서 팀이 올린 두 점을 혼자 책임졌다. 선취 득점을 포함하여 결승타가 된 희생 플라이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 2학년 에이스 이민호가 힘을 내는 동안, 타선에서는 1학년 정현이 말 그대로 북치고 장구 쳤다. 지난해 우승팀 개성고는 그렇게 16강전에서 쓸쓸히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차정환 코치는 경기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사실 선수 본인이 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지만, 저는 끝까지 조마조마했습니다. 또 아프다고 얘기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앞섰지요. 그래서 경기 후에 (정)현이 부모님과 통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더니, 부모님께서도 ‘그럴 줄 알았다’며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1학년 답지 않은 친구입니다.”

굳이 차정환 코치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정현의 비범함은 이미 시즌 첫 대회인 황금사자기 때부터 드러났다.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패한 직후, “이번 경기 결과로 절대 기죽지 않겠다. 앞으로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라고 하면서 당찬 모습을 보였기 때문. 결국, 그의 다짐은 청룡기, 화랑대기에서 그대로 증명됐다.

1학년이기에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은 부산고 유격수 정현. 만화 '4번 타자 왕종훈'의 주인공 왕종훈처럼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진=부산고 1학년 정현 (C) 엑스포츠뉴스 김현희 기자]



김현희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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