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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 삼성 왼손 선발 살린다

기사입력 2010.07.07 08:06 / 기사수정 2010.07.07 08:06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삼성이 드디어 왼손 선발투수 기근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왼손 에이스가 부족했다. 토종 왼손 투수 중에서는 프로 초창기 이선희-김일융이 맹활약했지만, 93시즌 김태한(현 삼성 1군 불펜코치)의 14승 2.83의 평균자책점, 94시즌 성준(현 한화 1군 투수코치)의 14승 3.37의 평균자책점을 끝으로 강력한 왼손투수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98시즌 스콧 베이커의 15승 4.13, 02시즌 나르시소 엘비라의 13승 2.50을 끝으로 수준급 왼손 외국인 선발 투수도 수입하지 못했다.

차우찬이라는 열매

삼성은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21세기 들어 명맥이 끊긴 왼손 토종 에이스 계보를 되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특히 선 감독은 06시즌 2차 지명 7번으로 영입한 차우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군산상고 시절 나름대로 싹수를 보였지만 항상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도망가는 승부 끝에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기술적인 약점 보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 시즌 중반에도 기존 주전 투수들의 공백기 때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몇 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냈을 뿐 19경기에서 4승 8패 6.35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달라지고 있다. 기대를 접다시피 했던 그를 다시 새롭게 봤을 때는 6월 초반 3승 9패의 대부진을 겪은 이후 당시 4위 다툼의 경쟁자 롯데를 사직에서 만났던 6월 15일과 17일 구원 등판이었다.

2경기 모두 1실점도 해서는 안 될 타이트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묵직한 직구 볼 끝을 선보이며 피해 가지 않고 자신 있게 던지며 선 감독을 사로잡았다. 두 경기 합계 4이닝 무실점이었는데, 그의 호투가 밑바탕이 돼 삼성이 경기 후반 대역전승을 포함 1승 1무를 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사직 롯데 3연전을 2승 1무로 마친 삼성은 이후 11연승이라는 대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윽고 윤성환과 나이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찾아온 선발 기회. 지난달 22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4이닝 5실점에 그쳤으나 수비난조 탓에 자책점은 3점뿐이었고, 도망가는 승부가 없을 정도로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27일 목동 넥센전에서 6.1이닝 1실점으로 감격의 선발승을 챙겼다. 이어 지난주 우천으로 한 경기가 취소돼 지난 3일 대구 KIA전에서 가볍게 구원으로 1이닝 무실점의 예열을 마친 그는 마침내 6일 문학 SK전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구질은 직구, 빠른 슬라이더, 느린 커브 등 단순했지만 절묘한 완급조절을 선보이며 SK 타자들을 농락했다. 물론 노련한 포수 진갑용의 맞춤형 리드가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타자의 무릎 근처에서 형성되는 묵직한 직구와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찌르거나 헛스윙을 유도했던 변화구는 2군에서 부단히 투구 밸런스를 잡는 데 성공한 그가 당당히 누릴 수 있는 대가였다.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으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특히 올 시즌 SK전 7경기에서 0.55의 평균자책점으로 강세를 보였다. 통산 SK전 평균자책점도 2.34다.

물론 최근 2~3차례의 호투로 밝은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공을 믿고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넣는 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6일 경기를 마친 후 "더 이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붙박이 선발을 차지하고 싶다" 라는 비장한 각오에서 이제 피하는 투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만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지난해와는 달리 확실히 진지해졌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장원삼

차우찬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팀의 11연승 중 혼자서 무려 3승을 기록했던 장원삼의 활약도 고무적이다. 삼성이 2년 전부터 러브콜을 보내며 작년 12월 30일 트레이드를 통해 품에 안았던 장원삼은 올 시즌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기복이 심해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11연승의 중심은 바로 장원삼이다. 6월 23일 잠실 두산전, 29일 대구 롯데전, 지난 4일 대구 KIA전까지 3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19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하는 짠물 투구를 선보였다. 차우찬과 마찬가지로 구질은 직구, 슬라이더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지만, 특유의 안정된 제구와 코너워크, 완급조절로 최근 3연승을 기록, 06시즌 전병호(현 삼성 재활군  투수코치)에 이어 21세기 2번째로 삼성 토종 왼손 선발투수 10승에 단 2승만을 남겨뒀다.

현재 장원삼과 차우찬은 그야말로 투구 밸런스가 초고조에 오른 상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왼손 에이스급으로 올라섰다는 말은 아직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도 언젠가는 페이스가 떨어질 것이다. 그때 위기를 넘기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 이들의 상승세를 통해 적어도 왼손 선발 투수 기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삼성이 수준급 왼손 선발 2명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켜보자.    

[사진= 차우찬 (C) 삼성 라이온즈]



김진성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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