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27 12:39 / 기사수정 2010.06.27 12:39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 1-4 대패에 이어 이번 월드컵 남미팀에만 2패를 당했고 우루과이와의 상대전적은 5전 5패가 되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한반도를 벗어난 공간에서 남미팀에 4무 9패의 지독한 징크스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들 남미 국가 중 한국 대표팀에 가장 많은 패배를 안겨준 팀이 바로 우루과이 대표팀이다.
지난 26일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를 비롯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행보는 왜 한국 축구가 우루과이에, 또 남미 축구에 약할 수밖에 없는지 여실히 보여준 대회였다.
한국팀은 힘과 기술을 갖춘 남미팀에 공수 양면에서 고전했고 남미 특유의 템포 전환과 전술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힘과 기술, 순발력을 고루 갖춘 남미 선수들의 움직임과 거기서 나오는 팀으로서의 '남미 축구', 그리고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처럼 한 명의 '마법사'가 경기 승패를 결정짓는 지극히 '남미적인 축구'가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힘과 기술을 갖춘 축구에 약한 한국 축구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축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루과이의 월등한 높이에 있다. 즉, 우루과이는 남미 특유의 기술과 웬만한 유럽팀에 버금가는 높이와 파워를 갖춘 셈이다. 물론, 우루과이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르헨티나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남미팀치고는 둔탁하고 세밀하지 못한 축구를 구사한다. '남미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부족한 힘을 보완한다.'라는 우리의 선입견이 무너지는 셈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우루과이가 한국에 있어 보다 까다로운 팀이 되는 요건이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남미보다 힘을 앞세운 유럽 축구에 고전하는 경향이 있었고 최근 들어 유럽 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유럽 축구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지만 1990년대 이후 주요 국제대회에서 힘과 기술을 겸비한 아프리카 축구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흔해졌다.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한국은 힘겨운 경기를 펼친 끝에 가까스로 2-2무승부를 이뤘다. 월등한 파워를 지닌 그리스에 2-0 완승을 거둔 것과 사뭇 다른 경기 내용이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전엔 더 심했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상대 선수들의 출중한 개인 기량에 완전히 기가 꺾였고 평균 신장이 더 낮은 상대에게 공중볼 싸움도 밀렸다. 기술이 뛰어난 아르헨티나는 신장은 작았지만 강력한 몸싸움으로 강인한 힘을 과시하며 한국 대표팀을 어렵게 했다. 우루과이전 역시, 거의 경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상대의 강인한 수비와 골키퍼 정성룡의 실수가 겹치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한국 축구가 유럽을 상대할 무기로 연마한 빠른 공격은 그리스전엔 대단한 성공을 거뒀지만, 나머지 경기들에선 한국의 배후 공간을 내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되었다. 즉, 한국이 상대한 4팀 중, 한국은 그리스에 속도와 기술 면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나머지 상대들에겐 힘과 기술, 스피드, 어느 것도 확실한 우위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기술과 힘에서 눈에 띄는 열세에 처했다.
무승부와 패배를 가른 차이: 남미 특유의 변화무상한 템포와 전술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팀들도 힘과 기술을 겸비했지만 지난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보듯, 한국 축구는 남미 축구에 비해 아프리카 축구를 보다 수월하게 상대했다.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등, 한국 선수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과 유럽 축구에 대한 방대한 정보유입으로 아프리카 선수들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진 결과이다.
남미 선수들 역시, 월드컵에 나올 정도라면 대다수가 유럽 무대에서 뛰지만 그들이 하나로 모인 팀으로서의 남미는 아프리카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자국리그가 고사상태인 아프리카 축구는 대표팀 자체가 유럽 리그에 의존하며 지도자 대다수도 유럽인들로 구성돼 있다. 즉, 전술적인 면에서 아프리카 축구는 유럽 축구에 대비되는 특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반면 유럽 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과 남미 축구 시장의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남미 대표팀들은 선수들의 풍부한 유럽 축구 경험에 남미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덧칠했다. 우선, 서유럽에서 퇴물취급 받는 플랫3를 플랫4와 적절히 섞어 두 전술을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우리와 맞붙은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칠레가 여기에 해당한다. 무실점의 우루과이를 비롯, 아르헨티나와 칠레까지, 이들 세 팀이 조별리그에서 치른 9경기에서 7경기가 이들의 무실점으로 끝났다.
두 번째로 남미 특유의 템포를 들 수 있다. 출중한 개인 전술과 함께 남미 축구 최대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유연한 템포 조절이다. 경기에서 속도를 빠르게 할 때와 늦출 때를 판단하는 능력은 남미 미드필더들의 가장 큰 자산이다. 남미팀들의 변화무쌍한 템포 조절로 한국팀을 비롯한 남미팀을 상대한 여러 팀들이 자신들의 페이스를 잃고 상대팀의 흐름에 말려들어 가고 말았다.
즉, 유럽 무대에서 남미 선수들과 부딪치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고 그들을 분석하는 작업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대표팀이란 하나의 집단이 될 경우, 우리는 구면의 선수들로 구성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팀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이야 남미 대표팀의 플레이를 보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기량 역시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부딪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듯이 축구의 전술도 직접 경험하는 것과 머리로 인지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디에고 포를란, 루이스 수아레스 등 익숙한 선수들이지만 우루과이라는 팀, 또는 아르헨티나라는 팀은 여전히 한국 축구에 낯선 축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비마다 결정적인 실수가 겹치며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남미 축구와 친해지기: 일본을 배워라
남미 축구와 친해지는 것은 곧, 남미 징크스를 날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남미는 통틀어 10개국에 불과하기에 그들과 평가전을 잡는 일이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약점인 '힘과 기술'을 겸비한 축구 스타일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도 몇 나라에 불과하다.
그러나 방법이 아예 요원한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는 가까운 일본을 통해 남미와 친해지는 확실한 모범 답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선수들이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동에만 고정된 자신들의 시선을 보다 넓혀야 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1년, 다카하라 나오히로가 아르헨티나 최고 명문 보카 후니오르스에 진출한 전례가 있다. 보카의 경우, 클럽의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넓히기 위해 아시아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에는 송진형의 영입에도 관심을 보였었다.
재정적으로 파탄 위기에 빠진 클럽도 있지만, 이는 유럽 클럽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일이고 웬만한 남미 명문 클럽이라면 금전적으로도 국내보다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또한, 남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면 오히려 유럽에 진출하는 데 보다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대표팀 차원에서 더욱 직접적인 방법은 아예 남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 무대는 바로 코파 아메리카이다. 1993년 대회부터 12개국 체제로 개편된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10개국에 두 팀의 초대 팀이 더해져 치러진다. 두 장의 초대권 중 한 장은 멕시코로 기정사실화되었지만 한 장은 항상 유동적이었다. 그리고 1999년 대회에는 일본이 남은 한 장의 초대권으로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코파 아메리카 2011 대회도 출전이 확정되었다.
2007년 대회 이후 코파 아메리카가 4년 주기로 열리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많은 기회가 없다. 축구협회는 이 대회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으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남미를 깰 비책, 코파 아메리카 참가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사진=이청용, 루이스 수아레즈, 엔도 야스히토(C) Gettyimages/멀티비츠]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