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2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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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4만4천의 함성 속 '막내' 이승호가 배웠을 것들

기사입력 2019.11.17 13:47 / 기사수정 2019.11.17 14:03


[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조은혜 기자] 국가대표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가 맞다. 하지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언젠가 증명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스무살 이승호의 도쿄돔 첫 등판은 결과를 떠나 개인의, 팀의 자양분이 됐을 시간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 도쿄돔 야구장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8-10 석패를 당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선발로 등판한 투수조 막내 이승호는 2이닝 8피안타 1볼넷 1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며 혹독한 대표팀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만약 한국이 멕시코전에서 패했다면 이승호가 선발로 등판하는 일은 없었다. 1승1패만 해도 결승 진출이 가능했던 한국이 멕시코를 먼저 잡으며 결승 진출과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고, 더 중요한 경기인 결승전에 총력전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굳이 에이스들을 4일 휴식 후 등판시킬 필요는 없었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이승호를 선발로 내세우며 "베스트 상황이 됐다"라고 말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동기부여가 되면서도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어린 선수에게 경험을 쌓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최 코치는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쓰려고 이승호를 뽑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고, 이제는 막내에서 고참이 된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경기 전 "나와 (양)현종이 외에는 좌완투수가 안 나온다는 말 신경이 쓰였다"며 "승호가 잘 던져서 오늘 계기로 성장하고, 우리나라 투수 계보를 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승호는 11년 전 김광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첫 태극마크를 달고 첫 선발 등판, 원정 한일전, 결과가 상관 없는 경기라 하더라도 이승호가 느끼는 무게감은 달랐을 수 있다. 특히 16일 한일전에는 주최 측 공식 발표 기준으로 4만4224명이 입장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그 속에서도 한국에게 힘을 보내는 목소리들이 진하게 울렸으나 홈팬들의 일사불란한 응원은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이승호는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내가 부족했다. 준비를 더 잘한 뒤 하면 충분히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며 "못 던졌는데 어떤 게 좋은 경험일까 했는데 투수 선배들께서 그런 부분도 잘 설명해주셨다.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씩씩하게 얘기했다. 성장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도쿄(일본),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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