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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버그, '미끄러운 마운드'에 고전하다

기사입력 2010.06.14 08:28 / 기사수정 2010.06.14 09:2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신인'으로 평가받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2, 워싱턴)이 시즌 2승을 올렸다.

1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한 스트라스버그는 5⅓이닝동안 1자책점, 8K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9일, 홈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라이어츠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스트라스버그는 14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펼쳤다.

이 경기 이후, 미국 전역은 '스트라스버그 열풍'에 휩싸였고 각종 매체는 '괴물 투수'의 등장에 흥분했다. 스트라스버그의 2번째 선발 등판 장소인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는 3만 2천87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AL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클리블랜드는 관중 동원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의 투구를 보기 위해 많은 관중이 몰려왔다. NBA의 경우, 한 명의 슈퍼스타를 보기 위해 원정경기에서 관중이 느는 현상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야구의 경우는 드물다.

공 한개 한개를 던질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스트라스버그는 클리블랜드 1번 트레버 크로우와 2번 추신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추신수는 첫 타석에서 스트라스버그와 7구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99마일짜리 직구에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추신수는 4회말, 스트라스버그의 뚝 떨어지는 커브에 속고 말았다. 스트라스버그는 이날 총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 중, 낙차 큰 커브를 결정구로 던져서 잡은 삼진이 4개, 직구로 잡은 삼진이 4개이다. 스트라스버그는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100마일에 가까운 패스트볼로 볼 카운트를 잡고 낙차 큰 커브로 승부하는 투구를 펼쳤다.

간간이 140km대의 위력적인 체인지 업도 구사했던 스트라스버그는 직구와 커브를 안배하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경기 초반에 나타난 스트라스버그의 투구는 데뷔전만큼 위력적이었다. 4회까지 스트라스버그의 직구는 컨트롤이 잡혀있었고 볼 끝도 살아있었다.

적어도 스트라스버그는 4회까지 타자 앞에서 정직하게 들어가지 않는 직구와 커브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직구와 커브만으로 승부하는 단조로움 때문에 타자들은 이닝을 더해가면서 떨어지는 커브에 쉽게 속지 않았다. 상대 타자가 커브에 쉽게 말려들지 않자 직구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5회부터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바깥쪽 볼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볼과 직구의 차이가 커지면서 스트라스버그의 제구력은 급격히 흔들렸다. 데뷔전에서 단 한 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은 스트라스버그는 두 번째 등판에서 5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특히, 6회말 투구에서 홈과는 다른 프로그레시브 필드의 마운드에 불편을 나타낸 스트라스버그는 투구 도중, 마운드에서 미끄러지면서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에서 스트라스버그의 구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하면서 커브에 말려들지 않는 타자로 인해 투구 수가 늘어난 스트라스버그는 컨트롤이 흔들렸고 마운드 문제로 평정심까지 흔들리면서 1사 만루의 위기를 만들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스트라스버그가 '괴물 투수'로 불리는 이유는 100마일에 이르고 컨트롤도 정확한 투심, 포심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 여기에 140km대의 체인지 업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테랑 포수'인 이반 로드리게스의 리드를 받으면서 절묘한 볼 배합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요소가 모두 조화를 이루면 스트라스버그의 구위는 쉽게 공략하기 어렵다. 다만, 두 번째 등판에서 스트라스버그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문제와 특정 구질이 제구력을 잃었을 때, 투구 패턴을 새롭게 바꿔나가는 과제를 얻었다.

뛰어난 구질과 함께 쉽게 흥분하지 않는 냉철함을 지닌 점이 스트라스버그의 또 다른 장점이다. 두 번째 등판에서 스트라스버그가 가장 고전한 상대는 클리블랜드 타자가 아닌, 미끄러운 프로그레시브 필드의 마운드였다.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이제 겨우 메이저리그 두 번째 경기에 등판한 스트라스버그의 투구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빅리그 타자들을 지속적으로 상대하려면 다양한 구질도 필요하다.

직구와 커브를 받쳐줄 체인지 업의 활용도를 높이는 점이 스트라스버그의 과제로 남게 됐다.

[사진 =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이반 로드리게스 (C) MLB 공식 홈페이지, 워싱턴 내셔널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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