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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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재계약, 진정한 '스페셜 원'

기사입력 2010.05.15 11:46 / 기사수정 2010.05.15 11:46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유일한 40대 선수라서 빛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스페셜 리스트'라서 빛나는 것이다.

프로농구는 최근 몇 년 새 농구대잔치 세대가 대거 퇴장하고 있다. 이번 비시즌에도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등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빅 스타들이 연이어 코트를 떠났다. 그런데 이 와중에 비시즌 FA 재계약 1호 선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창원 LG의 백업 배테랑 센터 이창수다.

 

토종 스페셜 리스트

창원 LG는 지난 14일 FA 이창수와 연봉 7천만 원, 옵션 1천만 원 등 총 보수 8천만 원에 1년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가 또 한 번 현역연장을 이어나가게 된 이유다.

이창수는 KBL의 대표적인 베테랑 센터다. 센터는 으레 하드웨어와 힘이 중요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기 어렵다. 그와 한 시대를 함께 풍미했던 센터들은 서장훈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트를 빠져나갔다. 게다가 비교적 센터에 비해 선수생활을 길게 할 수 있는 가드와 포워드들조차 그 나이 때 선수들은 대거 퇴장한 상태다. 이미 프로 1~3년차 초년병들은 그의 아들뻘이고, 중고참들 조차 그와 나이 차가 꽤 난다.

그러나 그는 '땀'과 '실력'으로 '나이가 많아 안 된다'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고 있다. 과거 간염을 앓아 선수생활 연장이 어려웠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맞춤형 훈련으로 당당히 KBL 최고령 선수가 됐다. 최근 은퇴하고 있는 대부분의 스타급 선수들은 구단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듯한 인상이 짙지만, 그는 도리어 창원 LG에서 입지가 점점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베테랑의 표본 제시

그의 오랜 선수생활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실제로 용병 빅맨이 가득한 KBL 각 구단 현실상 토종보조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주전 외국인 빅맨을 대신해 파울 개수를 벌어주거나, 스크린, 수비 리바운드를 전담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당연히 선수생활을 오래하기에는 '재미없는' 임무다. 그래서 동년배 토종 센터들이 대부분 그보다 조기에 은퇴한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최근 몇 시즌은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가드와 포워드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면서 베테랑 가드와 포워드들조차 예전만 못한 입지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 인만큼 당연히 궂은 일보다는 '공격 본능'에 길들어 있다.

구단에서는 절정의 기량을 갖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주요 공격전술을 맡기면서 베테랑들에게 '궂은 일'과 '한 방'을 기대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베테랑은 여전히 현실과는 반대로 팀의 중심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일부 베테랑들이 구단과 좋지 않은 모양새로 떠밀리듯 은퇴를 하는 모습이 씁쓸해 보인다.

물론 이창수가 단순히 그런 마인드를 가지지 않은 대신 애초에 팀이 원하는 바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선수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수생활 초창기 때부터 '수비형 센터'였다. 그러나 수비형 선수들 또한 선수생활을 길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히려 스타급 선수들에 비해 더 단명 하는 경향이 많다.

왜냐하면, 공격형-수비형 선수를 떠나서 자신이 맡은 일에 항상 열정을 갖고 팀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희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베테랑 선수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팀에서 다소 바뀐 임무에 '왜'를 갖다 붙이며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감독과 갈등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팀을 위해 보탬이 되는 길을 찾은 선수는 선수생활을 오래한다. 그들 또한 왜 팬들에게 부각되지 않는 임무를 맡고 싶어 하겠나. 그러나 농구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방법은 그뿐이라는 것을 방황하는 베테랑들에 비해 빨리 깨닫는 것이다.

그런 선수의 표본이 바로 이창수다. 그가 포지션의 특성상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열정적으로 농구에 임했기 때문에 40대 현역으로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혹시 구단과 감독에게 불만을 갖고 농구에 임하고자 하는 베테랑들은 내가 진정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자세가 돼 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팀을 위한 희생은 팀원 모두가 공-수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화려한 공격수와 묵묵히 땀 흘리는 전문 수비수, 궂은 일 전담 선수의 열정은 모두 팀을 위한 '동등한 희생'이다. 단지 희생의 방법이 달라졌을 뿐인데, 베테랑들은 자신이 예전에 비해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게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길이다.

이창수는 진정한 희생정신을 갖고 농구를 하고 있다. 이제라도 그의 진정한 희생정신을 따르는 베테랑 선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는 KBL의 진정한 '스페셜 원'이다.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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