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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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프리미어리거 데뷔전 봤지?'

기사입력 2006.08.20 12:28 / 기사수정 2006.08.20 12:28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팀 창단 135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출전하는 레딩 FC와 빅 리그의 첫 경기를 가진 설기현은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19일(이하 한국시각), 레딩 FC의 홈구장인 마제스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개막전에서 레딩 FC는 공수를 넘나들며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설기현의 활약과 킷슨-시드웰-리타의 연속 골에 힘입어 미들즈브러를 3-2로 제압하며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전반 중반까지 미들즈브러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밀려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하던 미드즈브러는, 전반 43분 설기현의 도움에 이은 킷슨의 추격 골을 시작으로 시드웰(전반 45분)과 리타가(후반 13분) 연속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 99골이란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였던 공격진의 화력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고, 팀 내 최고 몸값을 받고 이적한 설기현의 맹활약이 보태지면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특히 설기현은 팀의 프리킥과 코너킥 기회에서 날카로운 킥 솜씨를 과시하며 레딩의 공격을 주도했고, 역전승의 발판이 되었던 첫 번째 골의 도움과 결승골이 된 세 번째 골에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팀 내 최고 몸값 선수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최고의 데뷔전을 치른 설기현의 ‘프리미어리그 첫 80분’을 시간대 별로 정리해 봤다.

<전반 3분> 미들즈브러의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키커로 나선 설기현은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설기현의 발을 떠난 공은 예리한 각을 그리며 골문으로 휘어져 들어갔고, 미들즈브러의 골키퍼 슈워처는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이 공을 쳐냈다. 비록 슈팅이 아닌 크로스로 기록되긴 했지만, 설기현의 날카로운 프리킥 능력이 빛났던 장면이었다.

<전반 22분> 미들즈브러의 다우닝과 야쿠부에게 연속 골을 허용해 0-2로 뒤지던 전반 중반 첫 번째 프리킥 위치와 비슷한 곳에서 다시 한 번 프리킥 기회가 돌아왔다. 또다시 키커로 나선 설기현은, 슈워처 골키퍼가 크로스를 의식해 오른쪽으로 이동하자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까운 쪽 포스트였던 왼쪽 골문을 겨냥해 강하게 감아찼지만,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나며 득점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설기현의 이 프리킥을 계기로 레딩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살아나게 되었고, 이후 사실상 경기의 주도권을 쥐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반 27분>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장했던 설기현의 멋진 측면 돌파와 크로스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이어받은 설기현은 미들즈브러의 아르카를 가볍게 따돌리고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지만, 크로스가 조금 길어 아쉬움을 남겼다.

1분 뒤 설기현은 다시 한 번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지만, 수비수인 아르카의 몸을 맞고 아웃되어 코너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설기현이 연거푸 왼쪽 측면을 허물면서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자 미들즈브러의 수비 중심이 오른쪽을 쏠려, 상대적으로 왼쪽에 많은 공간이 생기면서 킷슨과 시드웰 등이 공간을 점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설기현의 보이지 않은 팀 공헌이었던 셈이다.

<전반 43분> 설기현의 멋진 돌파와 날카로운 크로스가 레딩의 첫 프리미어리그 골과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첫 도움을 만들어냈다.

0-2로 뒤지전 43분 설기현은 오른쪽 측면에서 완벽하게 1:1 돌파에 성공하며 크로스 기회를 잡았고, 중앙으로 쇄도하던 도일과 킷슨을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도일을 지나친 공은 킷슨에세 연결되었고, 킷슨이 정확하게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리그 첫 골을 성공시켰다.

설기현의 완벽한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가 절반 이상을 만들어낸 골로, 자신을 영입한 레딩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멋진 도움이었다.

<후반 6분>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시드웰의 동점골로 2-2 승부의 균형을 맞춘 레딩의 공세는 후반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역시 설기현이 있었다. 설기현은 후반 초반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레딩이 공격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는데 일조했다.

후반 6분엔 상대의 역습을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하며 수비 라인의 정비 시간을 벌어주는 등,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레딩의 전체적인 경기를 이끌었다.

<후반 10분> 설기현의 크로스가 다시 한 번 빛났다. 미들즈브러의 오른쪽 골에어리어에서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잡은 설기현은 지체없이 빠른 크로스로 연결했고, 공격수인 도일과 골키퍼 슈워처의 공 다툼에서 흘려진 공이 리타에게 연결되었다. 리타는 이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으며 팀의 세 번째 골이자 리그 첫 승을 알리는 역전골로 성공시켰다.

비록 설기현의 도움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골문과 공격수 사이를 가르는 절묘한 크로스로 팀의 역전골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에서 설기현의 크로스가 더 없이 빛났다. 특히, 흘러나온 공을 별다른 터치 없이 곧바로 터닝 패스로 연결한 장면은 훌륭했다.

<후반 14분> 왕성한 체력적 능력과 기술, 그리고 자신감까지 더해진 설기현의 움직임은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후반 14분엔, 미들즈브러의 오른쪽에서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현란한 개인기를 펼치며 미들즈브러의 수비진을 농락했다.

비록 협력 수비에 공을 빼앗기긴 했지만, 설기현의 드리블에 약이 오른 미들즈브러의 수비진은 공을 빼앗은 후에 설기현의 앞면을 어깨로 가격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새내기인 설기현의 놀라운 활약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이다.

<후반 26분> 전반 설기현에게 자주 측면을 허용했던 아르카를 빼고 보아탱을 보강하며 개인 마크를 지시했지만, 보아탱도 설기현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설기현은 후반 26분, 적극적인 대인 마크를 하던 보아탱을 보기 좋게 따돌리며, 크로스를 올렸다. 비록 득점 상황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물오른 설기현의 돌파와 크로스가 다시 한 번 마제스키 스타디움을 찾은 홈 팬들을 즐겁게 했던 순간이었다.

설기현은 후반 82분 교체될 때까지,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6년을 준비한 빅 리그에서의 첫 데뷔전을 너무나도 화려하고 인상적으로 마쳤다. 1도움을 비롯해 팀의 역전 결승골도 사실상 도왔는가 하면, 수비에도 많이 가담하며 팀의 프리미어리그 첫 승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리미어리그 새내기인 레딩 FC는 이번 시즌 돌풍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중심엔 설기현이 서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더 없이 화려하게 장식한 설기현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치며 레딩과 국내 축구팬들을 기쁘게 할지, 설기현의 발끝에 많은 축구팬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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