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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톡] 무리뉴의 인테르가 특별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0.04.30 15:45 / 기사수정 2010.04.30 15:45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의 인테르 밀란(이하 인테르)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제치고 2009-20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결승에 진출했다.

애초 인테르는 주세페메아차에서 열린 지난 1차전에서 유럽 축구의 절대 강자로 불린 바르사에 한 수 가르치듯이 3-1로 승리, 결승 진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며 2차전에 나설 수 있었지만,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깜찍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전반 27분 만에 티아구 모타가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됐다.

그럼에도, 인테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전날 올림피크 리옹이 크리스의 퇴장으로 수비진이 완전히 무너진 것과 달리 무리뉴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주문하면서 바르사의 육탄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았다. 이는 내로라하는 명문 클럽 중에서도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던 인테르의 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비록 후반 37분 헤라르드 피케에 실점했지만, 이날 인테르가 보여준 끈질긴 수비력은 안티 풋볼이라는 비아냥을 비웃듯이 바르사를 무너뜨렸다.



끈끈함이 돋보인 인테르 

지난 5년간 챔스에서 우승한 팀의 공통점은 크랙의 존재였다. (크랙은 강팀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특급 선수를 일컫는 단어로써, 스페인에서 주로 불리고 있다)

비록 온갖 할리우드 액션으로 축구팬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0-3의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던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를 비롯해 지난 시즌 바르사의 6관왕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한 리오넬 메시까지 모두 크랙이란 단어에 들어맞는 선수이다. (이 외에도 카카와 호나우지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챔스 우승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다시금 발휘한 크랙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인테르에는 마땅한 크랙이 없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공교롭게도 바르사로 이적했으며, 새롭게 팀에 합류한 사뮈엘 에토, 디에고 밀리토, 티아구 모타, 웨슬리 스네이데르는 크랙이라 하기에 2% 부족하다. 결승전 상대인 바이에른 뮌헨이 프랭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벤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는 것과 대조된다.

그럼에도, 인테르는 크랙없이 훌륭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 주장인 하비에르 사네티는 나이를 잊은 채 빼어난 활동량으로 본보기가 됐으며, 오른쪽 풀백인 더글라스 마이콘은 포지션 파괴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며 공수양면에서 특출한 활약을 보여줬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새내기들도 각자 포지션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즐라탄을 잃은 새로운 인테르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밀리토는 마땅한 스코어러가 없는(비록 지난 시즌 즐라탄이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그는 공격 1선에서 득점에 치중하기보다는 기회를 만드는데 더욱 적합한 선수였다) 인테르를 위해 중요한 순간에서 득점포를 쏘아 올렸으며, 스네이데르는 창의적인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심하던 팀에 창조성을 불어 넣었다. 에투 역시 득점력에서는 폭발력이 줄었지만,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에 활력소가 됐다.



에레라와 오버랩되는 무리뉴의 인테르

우스갯소리로 인테르가 챔스 우승에 성공했을 당시에는 컬러 티비가 보급되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세리에A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중 하나임에도, 챔스라는 큰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챔스 결승 진출과 바르사 격파는 그들에 대해 재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수비력은 1964년과 65년 챔스를 연속으로 제패했던 엘라리오 에레라의 인테르가 오버랩된다. 에레라 감독은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 중 하나인 카테나치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명장이다. 그의 카테나치오는 현재까지 세리에A의 장점을 강력한 수비진으로 불리게 하였다.

※ 참고: 카테나치오 시스템은 기존의 포 백에 스위퍼라는 최종 수비수를 배치하는 체계를 띄고 있다. 골키퍼 앞에서 공격진을 최종적으로 상대하는 스위퍼는 다른 말로 자유로움을 뜻하는 리베로로 불린다.

에레라와 마찬가지로 무리뉴의 인테르도 강력한 수비진을 자랑한다.

인테르는 지난여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 루시우를 얻으며 수비에 대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성공적으로 끼워 맞췄다. 루시우는 수비수라는 포지션의 제한을 부수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최고의 대인 방어 능력을 갖춘 선수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첼시와의 챔스 16강에서 디디에 드로그바를 완벽하게 봉쇄하는 모습은 그의 참모습을 드러나게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루시우의 합류는 왈테르 사무엘과 강력한 중앙 수비진을 구축하게 했으며 마이콘과 사네티로 이어지는 막강한 풀백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그야말로 철의 포백을 형성하게 했다.

※ 참고: 에레라의 인테르는 왼쪽 풀백인 故 지안티노 파체티의 위협적인 오버래핑의 존재와 공격을 확실하게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마이콘과 스네이데르를 보유한 인테르와 유사한 성향을 띈다. 다만 전술의 변천 과정을 고려할 때 무리뉴는 스위퍼 시스템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챔스에서의 선전을 제외하더라도 인테르는 이번 시즌 여느 때보다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AS로마의 추격이 매서웠지만, 리그 선두 자리를 탈환했으며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도 진출했다. 로마와의 두 번의 싸움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바이에른 뮌헨만 꺾으면 인테르는 이탈리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할 것이다.

게다가 경쟁자인 로마와 바이에른이 인테르에 비해 전력이 한 수 아래인 점과 최근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인테르의 트레블 가능성은 매우 크다. 트레블을 노리는 팀은 경기 일정을 많이 소화하기 때문에 경쟁 과정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즌 인테르는 명문 클럽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거나 현상 유지라는 갈림길에 서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트레블 최대의 난적인 바르사를 제압하며 당당하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행 티켓을 얻었다. 과연 인테르가 이탈리아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 바르사를 꺾은 인테르 ⓒ UE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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