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방송인 정준하가 공백기를 깨고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로 컴백했다.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만든 시나리오 속 주인공 스톤을 교차해 이어가는 극중극 형식의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1989년 12월 11일에 초연했고 웨스트엔드, 일본에 이어 한국에 처음 선보였다. 흑백과 컬러라는 '색'의 대비를 통해 현실과 영화 속 시점을 나눈 것이 특징이다.
“배우들끼리 걱정하고 고민하는 게 이 작품이 오래된 작품이고 작품 자체가 미국식이거든요. 관객이 한 번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했어요. 미국식 코미디가 많거든요. 우리끼리 연습실에서 봤는데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서 한국식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했어요. ‘새 원고를 빨리 부탁할 게 어제까지’ 대사도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새 원고를 빨리 부탁할게. 어~제까지'라고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좀 있더라고요. 공연을 보는 분들이 너무 희화화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까봐 고민돼 여러 버전으로 해봤어요.”
정준하는 작가 스타인을 꾸준히 괴롭히는 영화 제작자 버디 피들러와 영화계의 대부 어윈 어빙 역을 맡았다. 아재 개그를 곳곳에서 선보이고 의외의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시티 오브 엔젤' 섭외가 갑자기 들어와 두려웠고 엄청 고민했어요. 대중 앞에 또 나가야 하니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사실 절 쓰는 이유는 대중에게 홍보를 많이 하고 생소한 뮤지컬을 알리는 것을 기대해서일 거예요. 언론에 나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절 캐스팅할 이유가 없는 거죠. '시티 오브 엔젤' 때문에 방송에 나가는 게 큰 용기였어요. 뮤지컬이 좋아서 14년간 끊이지 않고 하고 있어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준하가 ‘시티 오브 엔젤’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는 다름 아닌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때문이다.
‘시티 오브 엔젤’은 대본이 너무 어려워 쉽지 않겠다고 했는데 주위에서 용기를 많이 줬어요. 너무 좋은 배우들 최재림, 강홍석, 방진의, 리사, 박혜나, 김경선 등 드림팀을 보고 출연하게 됐죠.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에 마음을 열었어요. 앙상블을 포함해 배우들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에 항상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연출진, 오케스트라 분들까지 회식을 어디보다도 많이 해요. MT도 주도해서 가고요.”
연습 과정에서 동고동락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정준하는 그간 많은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을 겪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만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단다.
“모든 사람이 다 절 좋아하고 싫어할 순 없어요. 그런데 절 겪어본 사람에게만큼은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요.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제일 돋보여야지가 아니라 중간만 가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생각이에요. 더 좋은 모습과 선한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팀원들에게도 늘 얘기하는 건데 뮤지컬이 좋아서 함께 하는 거고 뮤지컬을 사랑하니까 뭔가 베풀려는 마음이 들어요. ‘그 어떤 뮤지컬보다 준하 형과 함께 한 이 뮤지컬은 정말 최고였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려고 해요.
정준하는 시종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자신이 주목받기보다는 관객이 뮤지컬에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단다.
“미친 가창력, 정준하의 재발견이란 말을 듣는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뮤지컬이란 장르를 몰랐던 사람들이 ‘정준하가 뮤지컬하네’라며 봤다가 뮤지컬이란 장르에 반해 뮤지컬 덕후가 되면 행복할 듯해요. 저뿐만 아니라 최재림, 강홍석, 앙상블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게 일조하고 싶어요. 응원해주는 사람을 위해서, 욕하면 욕하는 사람을 위해 어느 장르든 열심히 할 거예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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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