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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다시 태어난 김연아의 '제임스 본드 메들리'

기사입력 2010.04.17 09:27 / 기사수정 2010.04.17 09: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아이스쇼를 가졌다.

17일 저녁, 서울 잠실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KCC 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2010' 1회 공연에 출연한 김연아는 자신의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인 '타이스의 명상'과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선보였다.

1부 공연에서 연기한 '타이스의 명상'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처음 공개한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첫 점프로 트리플 러츠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트리플 토룹으로 대신했다. 이 점프를 성공시킨 김연아는 다음 과제인 더블 악셀과 트리플 살코도 무리 없이 랜딩했다.

유나 카멜 스핀과 이나바우어도 이 프로그램에 배치돼 있다. 갈라 프로그램인 만큼, 점프의 난이도는 하향 조정됐지만 김연아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과 2010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3번째로 이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큰 실수 없이 모든 요소를 깔끔하게 한 김연아는 연기가 끝나자 1만 여명의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강렬함과 동시에 은은하고 서정적인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연아의 안무소화 능력은 '록산느의 탱고'와 '종달새의 비상'을 연기하면서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종달새의 비상은 16세의 어린 선수가 완벽하게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종달새가 날개를 치고 올라가듯, 매 순간 쉽지 않은 안무가 이어지고 다양한 표정연기도 필요했다.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연기하면서 표현력이 한층 성장했다. 그리고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에서 절정에 도달했다. '타이스의 명상'은 김연아가 연기해온 갈라 프로그램 중, 가장 성숙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시종일관 곡의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손동작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2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였다. 올 시즌, 세계신기록을 2번이나 작성한 이 프로그램은 공연의 컨셉과 어우러진 퍼포먼스였다.

김연아는 지난해 8월에 열린 '아이스올스타즈 2009'에서 2008-2009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를 연기했다. 점프의 구성 요소를 바꿔서 시도한 '죽음의 무도'는 갈라쇼의 이미지로 새롭게 태어나있었다.

시즌 내내 연기해왔던 정식 프로그램을 아이스쇼에서 선보이는 것은 장단점이 존재한다. 갈라 프로그램을 따로 연습하지 않고 몸에 맞는 옷처럼 익숙한 프로그램을 경쟁 대회에서 선보이는 것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반면, 기술 난도가 높은 정식 프로그램을 갈라쇼에서 다시 한다는 점은 많은 부담감이 따른다. 갈라 프로그램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점수'가 아닌, '즐거움'에 있다. 또한, 갈라쇼의 평가는 심판진들이 내리지 않고 관객들이 내린다. 관중의 흥을 돋우고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뜨거운 환호를 보낸다.

김연아가 한동안의 휴식을 취한 뒤,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다시 완벽하게 연기한다는 점은 쉽지 않다.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토룹(원래 프로그램에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으로 구성)과 트리플 살코(원래 프로그램에서는 트리플 플립)를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을 시도한 김연아는 더블 악셀이 싱글에 그치고 말았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1회 공연을 무사히 마쳐서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공연에서 실수도 있었는데 남은 2회 공연에서는 더욱 좋은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비록, 더블 악셀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2개의 점프와 스핀, 그리고 스파이럴과 스텝은 모두 훌륭했다. 갈라쇼에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한 김연아는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또한, 김연아의 연기와 함께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셰린 본(34, 캐나다)과 돔니나-샤발란(러시아)조, 그리고 일리야 쿨릭(33, 미국)이었다. 아이스댄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본은 점프가 없어도 피겨 스케이팅이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본의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것은 화려한 스케이팅 스킬과 다양한 안무다. 아이스댄싱 출신 선수의 장점이 어떤 것인지를 갈라쇼 무대를 통해 증명해냈다. 



그리고 '점프의 황제'에서 '퍼포먼스의 황제'로 변신한 일리야 쿨릭은 스케일이 큰 점프와 화려한 연기를 펼쳐서 국내 관중의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세계정상급의 아이스댄싱팀인 돔니나-샤발린 조도 개성 넘치는 무대를 선보여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렇듯, 아이스쇼는 단순히 즐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피겨 스케이팅을 경쟁대회와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경쟁대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시 완성됐다. 이 프로그램이 지니는 엄청난 스케이트 속도와 박진감 넘치는 구성은 아이스쇼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사진 = 김연아, 셰릴 본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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